신입사원 조기이탈 왜? 상사·신입 모두 네 탓

프린트

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신입사원 조기이탈 왜? 상사·신입 모두 네 탓 “타율은 3할이면 충분하다”…‘지금이 베스트’라는 용기를 줘야

기사입력2016-08-09 19:0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아인스파트너와 함께하는 HR ①신입사원 조기이탈 방지] 인사컨설팅 전문기업 ‘아인스파트너’가 인사부서와 신입사원 그리고 신입사원의 상사 각각에게 개별인터뷰를 통해 ‘신입사원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흥미롭게도 모두 ‘남 탓’을 하고 있었다. 상사는 신입사원의 역량 부족, 인사부서는 상사와 조직이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탓, 신입사원은 자신은 노력하고 있지만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표본이 작아 일반화할 수 없지만, 이같은 조사결과는 구직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4월 32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1년 이내 자발적으로 퇴사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전체 설문대상 기업중 절반을 넘었다(53.1%). 중소기업은 53%, 중견기업이 57.7%였으며, 구직자가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던 대기업도 절반에 가까웠다(47.1%).

신입사원을 바라보는 팀장들의 고민

<자료=아인스파트너>

신입사원 육성 체제는 의외로 단순…문제는 기업

또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신입사원 퇴사 이유는 ‘인내심 부족’이 49%로 가장 많았고, ‘직업의식 부족’이 29.8%로 그 다음이었다. 이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29.2%, ‘성급한 취업’ 28.1%, ‘책임감 부족’ 25.1%, ‘조직부적응‘ 24.6% 순이었다. 1위부터 5위까지의 답이 모두 신입사원 탓이다. 신입사원 조기이탈에 대한 인사담당자들의 시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신입사원 개인의 역량 부족’이다. 의욕과 책임감이 없고, 그러다 보니 스펙은 좋지만 막상 믿고 맡길 수 있는 일도 없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신입사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 42.1%, ‘업무 불만족’ 19.9%, ‘근무시간, 근무지 불만족’ 19.9%, ‘대인관계 어려움 등 조직 부적응’ 19.3% 순이었다. 이어 ‘낮은 연봉 수준’ 18.7%, ‘타사 합격’ 17%, ‘열악한 근무환경’ 12.3%으로 답했다. 조직문화, 근로조건 등 모두 조직의 문제다. 다르게 말하면 조직 내부에서 일할 동기를 부여받지 못하고 신입사원 개인이 그 동기를 찾아야 한다. 조직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운데 근무환경도 이들의 불만족을 줄일 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은 기업의 미래다. 신입사원을 유지하고 육성하지 못하면 기업의 조직문화가 정체되는 것과 함께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진다.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사람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신입사원 유지관리 및 육성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신입사원이 일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명확하다. 신입사원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반한 업무를 맡기고, 상사나 동료·선배가 관리와 함께 지원을 한다. 이를 통해 신입사원이 업무를 하나씩 해결하면서 경험이 쌓여 성장한다. 신입사원 육성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문제는 메커니즘이 실행되는 우리 기업 또는 시장의 환경 자체가 변화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신입사원들의 고민

<자료=아인스파트너>

상사도 실적·업무부담에 신입사원 지원 여유 없어

중소기업의 시각에서도 글로벌시장이란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고속성장의 시기에는 ‘적당히’ 경쟁기업만 따라가도 생존엔 문제가 없었다. 글로벌 수순의 경쟁, 저성장 기조 속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기업 그리고 기업내 부서간, 개인간 경쟁도 불가피하다. 기업 구성원 개개인이 짊어진 짐의 무게가 과거와 다르다. 매일 매일의 경쟁 속에서 상사가 신입사원에게 경험을 쌓으라고 던져줄 만한 일 자체도 제한적이다. 신입사원의 실수가 곧바로 실적 저하로 나타난다. 상사 입장에선 신입사원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신입사원들도 경험보다 즉시 실적을 내야하니 업무 초기부터 큰 부담을 가지고 일을 접한다. 과도한 부담은 곤란한 상황에서 도망치고, 책임을 피하게 한다. 혼자서 해결하기 보다는 일단 남에게 기대게 된다. ‘적당히’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기업내·외 경쟁의 심화는 신입사원의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변화된 환경 속에서 기업은 과거와 같은 사고와 태도를 요구하고, 신입사원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아인스파트너의 김종연 솔루션 프로듀서는 “신입사원의 의지나 자세를 닦달할 것이 아니라 신입사원 육성에 대한 조직의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포츠에서 만년 꼴찌팀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가 ‘패배의식’이다. 경기를 이기고 있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고 ‘결국 역전을 당할 텐데’라는 불안감을 늘 가지고 있다. 오히려 역전을 당한 상황에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만년 꼴찌팀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은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갖는 것이다. 이를 기업운영이란 측면서 보면 기업은 신입사원들이 작은 성공이라도 꾸준히 쌓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실패와 질책에 대한 두려움에 물들지 않고 성공을 위해 안심하고 전념할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입사원은 이를 통해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감을 바탕으로 점점 더 큰일에 도전할 수 있다. 이런 사이클 반복을 통해 기업은 신입사원의 조기이탈을 막고 육성함으로써 기업의 인적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

OJT, 단순 업무습득이 아니라 비전 공유의 기간

신입사원 육성 단계

<자료=아인스파트너>

OJT(On the Job Training) 기간이 그래서 중요하다. 처음 업무를 접하는 기간에 어떤 의식을 심어주는지가 미래를 결정한다. 이 기간 동안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고 그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김종연 솔루션 프로듀서는 “신입사원을 포용할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입사원의 성장이 이뤄질 수 없다”며 “업무 또는 기능에 대한 단순 습득이 아닌, 동기와 원동력을 가지게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아인스파트너가 운용중인 OJT 프로그램에는 1:1 쌍방인터뷰, 주 단위로 업무를 돌아보는 PT, 사수·팀장과의 면담 등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서 업무정보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교육자와 신입사원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업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고, 상사와의 피드백 과정을 통해 신입사원은 업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다. 또한 OJT 기간 동안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신입사원은 조직에 대한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이와 함께 ‘롤 플레이’도 신입사원 육성을 위한 OJT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 이전에 업무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업무를 대하는 프로로서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현대카드·캐피탈은 매년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옷 코디법을 알려주는 ‘스타일링 클래스’를 진행한다. 고객을 최전선에서 만나야 하는 금융인의 첫 인상, 사소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알려 준다는 얘기다. CJ그룹은 신입사원들이 팀을 이뤄 그룹 내 주요 사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온리원 페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적을 위한 억지 아이디어를 짜내기 보다는, 신입사원 교육과정에서 기업 문화와 비전에 대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김종연 솔루션 프로듀서는 “상사들은 신입사원이 OJT 기간 동안 행하는 실무에 대해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타율은 3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의 능력에 맞는 업무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주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 그는 “신입사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한 거리는 긴장감도 주지만 안심도 주며,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포기하지도 않는다”며 “신입사원의 태도를 탓하기 보다는 나름대로 ‘지금이 베스트’라는 용기를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