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효과는 있는데 안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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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유연근무제’ 효과는 있는데 안되는 이유는 활용률 22% 그쳐…초과근로 줄이는 등 제도 변화 필요

기사입력2017-01-20 19:31

생산성 향상, 일·가정 양립 등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시간이나 근로장소 등을 선택해 탄력적으로 근무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경우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이 잘되는 시간을 골라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레스가 줄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져 직장 만족도가 높아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업무집중도가 강화됨에 따라 생산성이 증가하고, 여유공간에 대한 비용을 절감해 서비스 등의 다른 곳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6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150개 기업 가운데 138개사(92%)가 이에 만족했다. ‘생산성이 향상됐다’와 ‘이직률이 감소했다’는 답변도 92%나 됐다. ‘우수 인재 확보 효과를 봤다’는 곳도 87.3%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의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22%에 그쳤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시간제 근로(11.3%) ▲시차출퇴근제(12.7%) ▲탄력적 근로시간제(9.2%) ▲재택근무(3%) 순이다. 유연근무제 도입이 어려운 이유로는 ▲인건비 부담(24.7%) ▲기존 근로자의 업무 가중에 따른 불만(23.3%) ▲인사관리 어려움(22.7%) 등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시간선택제 도입 비율이 각각 69%, 36%에 이른다. 근로자가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미국 81%, 유럽 66%다. 여성·고령인력 증가와 저출산에 등에 따른 인력부족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예컨대 구글의 경우 업무 효율성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모든 직원에게 일주일 중 하루는 자신의 담당 업무 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닛산은 2006년부터 육아와 간호를 병행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이후 2010년부터는 생산직을 제외한 전직원으로 확대했고, 2015년 기준 관리직을 포함한 약 4000명의 직원이 재택근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섣부르게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원활한 유연근무제를 위해 원격회의, 영상회의·클라우드 등 각종 기술을 도입·관리해야 하는데 적지않은 비용이 든다. 또 제도와 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으면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경영연구센터 방상진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선진국 기업들은 어떻게 유연근무제를 정착시켰나’ 보고서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이 용이한 직무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평가 등 정비를 통해 확산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또 “국가차원에서 불필요한 초과근로를 줄여 형식적인 제도로만 존재하는 유연근무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