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사용자를 이해하는 콘텐츠 전략 ‘UX 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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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IT사용자를 이해하는 콘텐츠 전략 ‘UX 라이팅’ 고객을 이해하는 언어에서 새로운 콘텐츠 전략으로 떠올라

기사입력2022-03-16 00:00

스마트폰의 여러 앱 중에는 처음 쓰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 문구가 쉽고 간결한 앱이 있다. 반면, 복잡한 절차나 이해하기 어려운 안내 문구로 혼란을 겪다가 삭제하게 되는 앱들도 있다. 이처럼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을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라 한다.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는 요소로 흔히 디자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텍스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비스를 직접 인지하고 이해하는 요소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 텍스트를 구성하는 것을 ‘UX 라이팅’이라고 한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UX 라이팅은 점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은 화면의 크기가 작은 만큼, 고객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IT 시대에 효과적인 UX 라이팅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UX 라이팅이 기존의 광고 카피와는 목적이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 광고 카피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목적이지만, UX 라이팅은 고객이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좋은 UX 라이팅의 비결? 사용자 중심의 언어

효과적인 UX 라이팅의 필수요소로는 간결함, 명확함, 유용함, 일관성을 들 수 있다. UX 라이팅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돕고, 필요로 하는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특정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특징과 목적을 녹여내고, 타깃 고객에 맞춰 톤 앤 매너를 염두하는 것도 중요하다.

UX 라이팅에서는 고객에게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로그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는 문구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효과적인 UX 라이팅은 사용자의 불만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용자 입장에서 아이디를 잘못 입력한 것인지, 비밀번호가 잘못된 것인지, 서버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사용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앞의 문장을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어요! 다시 입력해 주세요”라고 바꾼다면 사용자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쉬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계좌이체”보다는 “돈 보내기”나 “어디로 돈을 보낼까요?”라는 표현이 더욱 직관적이고 친근하다. 생소한 용어가 많은 IT 업계와 금융 업계에서는 어떤 말로 쉽게 바꿔 설명할 수 있을지 고려하는 것이 좋다.

효과적인 UX 라이팅은 사용자의 불만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결제가 정상 처리되지 않았습니다”라는 표현은 사용자에게 “왜 결제가 안 되지?”라는 의구심과 함께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곤란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만약 “죄송해요. 주문이 완료되지 않았어요. 다시 결제해 주시겠어요?”라는 표현으로 바꾼다면, 주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사과하면서도 다시 결제해서 구매로 이어지도록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했는데 “OOO에 대한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띄울 경우, 사용자는 자칫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어의 단어 수를 줄이거나, 다른 검색어로 찾아보세요. 찾으시는 검색 결과가 없다면 아래 기능을 이용해 보세요”와 같은 문구를 함께 기재한다. 또 지식iN에 질문하기나 검색 도움말 보기 기능을 함께 제시해 사용자의 혼란스러움을 줄인다.

좋은 UX 라이팅은 고객을 끌어당기고 매출을 증진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앱에서 제품 리뷰를 쓰다가 나가기 버튼을 눌렀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만약 “작성 화면을 나가시겠습니까?”라는 문구를 띄운다면, 이는 사용자가 화면을 나가는 행동을 안내하는 것으로 그친다. 반면 “잠깐! 후기를 작성하면 쿠폰이 지급됩니다. 작성을 그만하시겠습니까?”라고 한다면 고객이 혜택에 집중하고 마저 리뷰를 작성할 수도 있다. 고객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할 것인지에 따라 이러한 문구로 바꿔볼 수도 있다. 고객이 다양한 상품을 둘러보고 있을 때, 단순히 “인기 상품”이라고 추천하는 것보다는 “현재 N명의 고객이 이 상품을 보고 있어요” 또는 “방금 N건 이상 판매된 상품이에요”라는 메시지를 띄우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다.

UX 라이팅, 쉬운 글쓰기를 넘어 새로운 콘텐츠 전략으로 떠올라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UX 라이팅을 중요한 요소로 인지하고 있다. 2017년 구글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How Words Can Make Your Product Stand Out(단어로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UX 라이팅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IT 기업, 금융권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신한카드는 고객에게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글쓰기 지침서로 2020년 UX 라이팅 가이드를 제작했으며, 2021년에는 가이드 2.0을 펴냈다. 보통 금융 용어는 사용자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장벽을 허물고자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신용 한도 사용률은 7%입니다”라는 문장을 “총 신용 한도 금액의 7%를 사용했어요”라는 말로 바꿔 통해 더욱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과거 대비 신용 점수가 증가했습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최근 신용 점수가 100점 넘게 올랐어요”로 바꾸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월 롯데쇼핑의 통합 e커머스 롯데ON은 사용자 친화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UX 라이팅 전담팀을 대표 직속팀으로 구성하고,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여는 등 전사적으로 UX 라이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롯데ON은 자사의 페르소나를 “친절하고 다정하며 공감을 잘 해주고 사려 깊은 20대 후반 여성”으로 설정하고, 이에 맞추어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UX 라이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UX 라이팅은 고객을 이해하는 언어이자, 고객 만족과 브랜드 인식 향상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콘텐츠 전략이다. 말 한마디가 인상을 좌우하는 것처럼, IT와 모바일 시대에 UX 라이팅이 중요한 이유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