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이던 납품단가연동제 마침내 궤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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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덜컹이던 납품단가연동제 마침내 궤도 올랐다 1일부터 ‘시범운영’…대기업 참여·법제화 등 변수 많아

기사입력2022-09-01 18: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납품단가 문제는 가장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새정부에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과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4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오랜 기간 중소기업들이 도입을 촉구해온 납품단가연동제의 시범사업이 드디어 1일부터 시작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지만, 한때 공약 파기 논란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해 초 문재인 정부 당시 중기부는 올해 10대 중점과제의 하나로 원자재 수급 지원을 꼽았다. 또, 올해 안에 납품단가연동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중소기업 5대공약 중 하나로 “납품단가 제도 개선을 통한 제값 받는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세부 방안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11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당선 이후인 4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원자재 자격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모범계약서를 보급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납품단가연동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 우려 등을 내세워 추가 논의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즉시 공약파기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인수위 시절 받은 비판은 정부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6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납품단가연동제 항목에 “하도급 업체 등 중소기업이 정당하게 제값받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 마련·추진”과, “납품단가 연동 표준계약서 마련,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 등을 통해 수용성 높은 방안 강구”를 명시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납품단가연동제는 법률 개정이나 정부의 제도적 강제 없이 표준계약서 마련만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시장 자율에만 맡겨두면 대·중소기업 간 불균등한 거래상 지위로 볼 때 시늉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효과도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표준계약서 도입 중심, 법제화·기업 참여 변수=논란 이후 정부는 수 차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9월 시범사업 시작을 앞두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TF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의 방향을 보면 여전히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표준계약서 도입이 주된 내용이다. 법제화 등 업계의 요구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지난 8월 11일 TF회의에서 발표한 시범운영 방안에 따르면, 중기부는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은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활용해 수‧위탁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특별약정의 내용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시범운영은 9월부터 시작해 6개월 이후 성과점검을 하고, 기업들의 계약은 1년 이상도 무방하다.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를 일부 변경하거나 공정위 ‘하도급대금연동계약서’를 사용하는 것도 인정된다.

중기부는 시범운영의 세가지 원칙 중 첫번째로 “대기업 등의 자율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시범운영 참여기업은 30개사 내외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범운영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내놓았다. 올해 하반기에는 참여기업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2023년부터 정부포상 우대평가, 지능형공장(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선정 우대, 중소기업 정책자금 최대대출한도 100억원까지 확대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우수사례 확산과 홍보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법제화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에 따른 표준계약서 도입이니만큼, 대기업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중기부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LG전자, 현대중공업 등 TF 참여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11일 TF 회의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하이닉스, 포스크 동의 부사장 및 임원진이 참여하기도 했다.

법제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시범운영을 통해 자율적 확산을 추진하는 한편 납품대금 연동제의 법제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국회에서 여야의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