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혜 아닌 “은행·중소기업 동반성장 상생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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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시혜 아닌 “은행·중소기업 동반성장 상생금융” 포용금융, 성장금융, 혁신금융…중소기업 자금조달 문제 해결 가능

기사입력2024-03-19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18일 ‘중소기업 상생지수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은행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대출액이 증가했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돼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은행과 중소기업 간 ‘상생금융’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생금융은 금융기관이 소상공인, 취약기업, 중소기업 등의 금융취약계층에 일방적인 시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과 마찬가지로 금융기관과 중소기업 등의 상호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금융시스템을 의미한다.

임채운 서강대학교 교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가 18일 개최한 ‘중소기업 상생지수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상생금융을 제안했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 은행이 자금을 공급하고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은행 영업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하며, “현재 시혜적인 상생금융을 중소기업과 은행이 동반성장하는 개념으로 재정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증가와 금리인상으로 부담 늘어=간접금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중소기업은 COVID19 이후 대출규모가 증가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917조7000억원이었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2022년 988조3000억원으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1037조6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021년 2.98%에서 2022년 4.44%, 2023년 5.34%로 2012년 5.66% 이후 11년 만에 5% 금리에 재진입해 고금리 장기화 국면을 맞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3년 중소기업 금융애로 및 자금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전년대비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31.7%였다. 외부자금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41%였는데,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1.7%에 불과했고 절대 다수가 간접금융(은행)을 이용한 것으로 답했다.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활용 역량이 낮고,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의 의존이 극심한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반면 중소기업이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은 예대마진 증가로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 성과를 거뒀다. 2022년 국내 5대 은행의 순이자 이익은 39조4612억원으로 전년대비 22%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41조3879억원으로 전년대비 4.9% 늘었다.

임 교수는 “은행의 초과영업이익은 고금리라는 외부요인에 의해 달성한 예상외 잉여(windfall gain)로 볼 수 있으며, 기업의 혁신이나 기술개발,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닌 금리인상, 전쟁으로 인한 유가상승 등 외부적 요인에 기인하는 횡재성 초과수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비판받는 주된 이유는 위험을 기업과 보증기관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최소화하면서 수익은 최대한으로 챙기는 것에 있다”며, “은행은 영업이익을 사회적 책임과 상생보다는 내부 임직원 성과급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상생지향 관계금융 자리잡은 美獨日=주요국에서는 은행과 기업의 상생지향적 관계금융이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관계금융은 은행이 차주와 장기 거래관계를 통해 체계적으로 수집한 정성적 정보를 대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오랜 거래관계를 통해 축적된 정보를 토대로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자금과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독일의 경우 주거래은행 제도를 통해 장기대출 중심의 여신과 회계, 조세, 장단기 재무계획, 시장정보, 기술개발, 특허권, 조직관리 등 광범위한 경영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은행은 대출 이외에 직접 투자를 통해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고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해당 기업에 감독이사를 파견하는 등 관리활동을 한다. 관계금융에 따라 중소기업은 장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일시적 경영위기에 직면해서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우량기업은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자본시장에서 투자받기 어려운 소규모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은 은행을 찾아 대출을 신청한다. 은행은 여신심사와 영업부문을 따로 분리하고 심사 시에 영업담당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Relationship Manager(RM)로 불리는 기업관계 관리자는 담당 기업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현장의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변동사항을 기록 보고한다. 이후 심사부문 담당의 정량평가와 영업부문 담당의 정성평가 방식을 채택해 종합적으로 대출 의사결정을 내린다.

일본은 주거래은행 제도가 관행화돼 은행과 기업 간의 관계가 긴밀하게 유지돼왔다. 은행은 기업과 장기적인 채무관계를 유지하고, 감사나 이사 파견을 통해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기업의 사채발행, 유무상 증자 등의 재무적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일본 금융청은 2003년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문제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의한 지역 금융기반 강화를 목적으로 관계금융 기능 강화에 관한 액션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생금융은 관계금융 도입위한 출발점=임 교수는 국가마다 환경과 여건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중소기업 금융은 관계금융으로 진화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의 단기적 거래금융이 장기적 관계금융으로 발전해야 진정한 상생금융이 정착되고, 중소기업의 고질적 자금난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계금융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정부 및 은행의 적극적인 노력이 미흡해 도입되지 못했다. 임 교수는 관계금융의 전면 도입에 앞서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는 것은 관계금융에 대한 은행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공헌과 상생금융으로 구분하고 있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사회경제적 책임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생금융은 은행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영업방식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포용금융 ▲성장금융 ▲혁신금융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포용금융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이자수수료 감면, 이자환급 등으로 금융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성장금융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에 장기 시설자금을 공급해 경제성장과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것이다. 혁신금융은 미래수익을 창출할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를 통해 혁신형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임 교수는 관계금융을 전면 도입하기는 어려워도 상생금융을 통해 소규모로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실행해, 단계적으로 개선하며 한국형 관계금융으로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금융당국이 일본처럼 관계금융 도입을 정책으로 천명하고 사회적으로 은행이 관계금융을 도입하도록 압박해야 하며, 중소기업계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