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범위기준 변경 필요성 논의해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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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중소기업 범위기준 변경 필요성 논의해 볼 때” 과학기술정책硏, 중소기업 혁신지원 정책과제 도출위해

기사입력2025-03-06 10:0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중소기업의 범위 기준이 타당한지 그리고 그 기준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의 성장 촉진을 위한 혁신정책의 재설계’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업 구조와 생태계를 가지는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중소기업의 범위 및 혁신지원 정책과제를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중소기업 관련 법률·소관부처 상이=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범위는 ‘중소기업기본법’을 제정한 이래로 변화돼 왔다. 종업원 수, 자산 총액, 매출액 등에 따라 중소기업 구분 기준이 바뀌어 온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소기업 범위 기준이 정해진 지 약 9년이 지나, 기준의 타당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고로 미국은 매 5년마다 중소기업의 규모 기준을 검토 및 조정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의 약 80% 수준에서 정한다.

또한 보고서는 ‘상법’에서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소규모 주식회사의 기준이 ‘중소기업법’에서의 기준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기본법과 상법, 중견기업법은 소관부처가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로 다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혼동이 생길수 있다며, 각각의 법이 정합성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아울러 중소기업 정책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중간조직’을 육성할 것도 검토하자고 했다. 독일의 경우, 정부-산업-대학-연구기관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간조직이 존재하며, 이들이 개별 혁신주체들을 이어주고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美·獨, 혁신주체 중소기업 지원책=미국과 독일은 모두 혁신주체로서 중소기업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해, 자국의 특성을 반영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두 국가 모두 신성장 산업에 대한 육성 정책을 꾸준히 늘려왔다. 딥테크 산업에 대한 기술개발을 포함해 DX 전환 및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와 과학법)’ 법안을 통해 반도체 제조업을 지원 하고 있으며, ‘Inflation Reduction Act(인플레이션 감축법)’를 통해 스타트업이 받을 수 있는 R&D 세액공제액을 25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늘리기도 했다. 독일 역시 DX 전환과 데이터 경제로의 변화를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정책금융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 보다는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 간접적인 형태로 중소기업을 지원해왔다고 분석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했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역할도 확대했다. 독일은 EU 차원의 ‘Horizon 유럽’을 통해 7년간 총 129조원 규모의 기초연구 및 인력 교류,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과 산업경쟁력 제고,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기업 지원에 투자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 정부는 자체적으로 자국 스타트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민관산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두 국가 정책의 특징이다. 민관협력, 생태계 협력은 원래 독일에서 전통적으로 정착된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미국도 새로운 중소기업 지원 및 전략을 추진하면서 범부처연합, 민관협력으로 각 지역에 허브를 만들고, 그 허브 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작동시키고 있다고 것이다.

◇“명확한 중소기업 지원 목표 필요”=보고서는 우선 국내외 모두 민간주도의 혁신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경우, 출연금 형식의 R&D 지원체계가 기업주도의 혁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저해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임무 중심적 프로젝트에 정부의 정책금융이 투자를 하는 형식으로 지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역시 민간주도의 혁신생태계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원금이 아닌 투자금 형태의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외 모두 수요자 지향의 효율성 높은 중소기업 기술혁신 지원정책을 추구하고 있지만, 수요자 지향에 대한 개념과 집중 분야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 정책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분석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기업 성장 아젠다를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해외의 경우 수요자인 중소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 완화, 불합리한 관행 개선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친환경 기술개발 등 신성장 분야로의 진출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독일과 미국의 경우 딥테크, 클린테크 등의 분야로 혁신생태계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산시켜온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는 탈탄소화 및 친환경 등 이에 대해 중소기업이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데이터를 가공·거래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는 제도적·기술적 노력이 해외에서는 활발한 반면, 우리나라는 그러한 플랫폼 조성 필요성이 있음에도 본격적인 실행은 미흡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