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글로벌 기업 걸맞는 경영문화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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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쿠팡은 글로벌 기업 걸맞는 경영문화 만들었나 함께 한 노동자·협력사·소비자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 가능했을까

기사입력2023-09-13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쿠팡이 미국 내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 주주대표소송을 제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계약업체들과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 자사의 자체상표(PB)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상단에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다는 점, 유료회원보다 비회원에게 더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점 등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주주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이유다. 또, 노동자 과로사가 잇달아 발생한 쿠팡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물류창고의 안정성 문제 등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 제시한 기업공개신고서의 ‘안전한 근무환경’이라는 내용과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소송에는 뉴욕시 공무연연금을 포함한 미국 주주들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쿠팡을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쿠팡로지스틱스(CLS) 점주들과 참여연대, 민변 등은 지난 11일 쿠팡로지스틱스를 판매목표 강제, 불이익 제공, 부당한 위탁 취소, 부당한 특약 등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재신고했다.

같은날 국회에서 개최한 ‘쿠팡로지스틱스 계약관계와 노동실태’ 토론회에서는 쿠팡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는 퀵플렉스 종사자의 소득과 노동조건 등 전반적인 노동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퀵플렉스의 하루 평균 배송건수는 318.7건, 이동거리는 하루 평균 64.1km였다. 또 일주일에 평균 5.9일을 근무하고, 휴게시간과 점심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9.8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이주환 부소장은 “쿠팡 측에서는 노동시간제도를 개선해서 퀵플렉스에게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쿠팡 퀵플렉스와 종사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휴가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때로는 구역 회수(클렌징)라는 이름으로 계약 관계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퀵플렉스의 노동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쿠팡 측은 노동현장에서 자율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집단적 노사관계 건설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배과로사대책위, 쿠팡대책위 등은 12일 국회에서 추석 당일이라도 휴식을 보장할 것을 쿠팡CLS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민주노총>

12일에도 쿠팡의 택배 노동자들은 추석 당일이라도 휴식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쿠팡이 원할 때 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영세사업장에서는 쉬는 택배기사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 쿠팡으로부터 구역 회수(클렌징) 당할 것이 두려워 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혁신의 아이콘, ‘K-유니콘’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이 알려지면서, 한국을 넘어 미국의 아마존과 경쟁하는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쿠팡이 성장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가 적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쿠팡은 유통산업의 지형을 바꿔가며, 올해 2분기에는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해 4분기 연속 1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그러나 2020년 5월 부천물류센터에서의 코로나 집단감염, 2020년 10월 과로로 사망한 쿠팡 노동자, 2021년 6월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덕평물류센터 화재 등 사고가 잇따랐다. 또한 불공정 계약과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때마다 쿠팡은 제대로 된 후속대책을 내놓기보다는 변명하고 부정하기에 바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덩치는 키워나갔지만, 그에 걸맞는 경영문화는 만들지 못한 것이다.

쿠팡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와 거래하는 기업을 쥐어짜 이룬 성과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한들 국내는 물론 미국 등에서 소비자와 주주의 환영을 받기는 어렵다. 쿠팡이 그동안 이룬 성과 뒤에 함께 일한 노동자와 협력사 그리고 소비자가 없었다면 그것이 가능했을지 돌아봐야 한다. 소비자와 주주 등의 이해관계자는 ESG 경영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쿠팡을 보고싶어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