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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편취행위 옹호하는 재계가 반시장적이다

중대한 경제범죄인데 어떻게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옹호하는가 

기사입력2023-11-17 16:46
신동화 객원 기자 (hwa@pspd.org) 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지난 117일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를 비롯해 대한상의, 경총, 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상장사협의회 등 6개 재계단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에 대해 반발하며 공동입장을 냈다. 규제 완화와 재벌총수 사면 등 지속적으로 친재벌적 입장을 취해온 현 정부이다 보니, 행정예고 하나에 대해 재계가 이처럼 한목소리로 반발하는 것도 꽤 이례적인 일처럼 보인다.

 

재계 6단체는 이번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 행정예고가 법 위반 중대성 판단 없이 기업 고발 시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해 중대·명백한 경우만 고발하도록 규정한 상위법(공정거래법)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재계단체의 주장에 화답하듯 추후 간담회 등을 통해 재계의 의견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시장경제 위한다며, 어떻게 사익편취행위 옹호하는가

 

공정위가 밝힌 바 지난 고발지침 행정예고는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특수관계인의 관여를 직접증거 외에 간접·정황증거를 통해서도 인정한 최근 대법원 판결(대법 202238113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기관 자발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기보다는 사법부의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재판부는 태광그룹 계열사의 김치·와인 구매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를 위한 부당이익 제공 사건에 대해 해당 거래의 의사결정 또는 실행과정에서 계열회사의 임직원 등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이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하였다면 그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따라서 재계의 주장은 공정위 고발지침 개정의 목적과 취지 그 자체를 왜곡하고 있다. 개정예고된 고발지침에는 분명 법 위반 점수가 1.8(중대한 위반행위) 이상인 경우로서 공정거래법 제47조 제4(부당한 이익 제공 지시/관여 금지)를 위반한 이를 고발함을 원칙으로 하고, 법 위반 행위가 중대 명백해 고발함이 타당한 경우 등을 추가적인 고발사유로 명시했으니, 이는 곧 공정거래법의 내용과 그에 따른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지침에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즉 사익편취행위는 아래의 사유에서 보듯 회사와 여타 이해관계자에게 해악을 끼치는 행위로서 상식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중대한 경제범죄다. 어떻게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는 이들 단체가 기업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해치는 행위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러니 삼성웰스토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미래에셋, 호반건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에서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행위가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 아니겠는가.

 

비정상적인 높은 가격으로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로부터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다면 손해다. 회사가 가져갈 수 있는 사업기회를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에게 넘겨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총수만 좋고, 회사·주주 등 모두에게 나쁜 사익편취행위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은 회사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나 그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로는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나,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합리적인 고려나 타사업자와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 등이 있다. 복잡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총수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축소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당연히 비정상적인 높은 가격으로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로부터 정기적으로 다량의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다면, 그렇지 않고 다른 회사를 통해 정상적으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 것과 비교해 손해가 된다. 회사가 가져갈 수 있는 사업기회를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에게 넘겨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정당하게 취득할 수 있는 이익을 회사총수의 사익으로 편취하도록 두었으니 회사에 손해다. 회사의 이익이 회사의 영업능력이나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줄어들게 될테니 배당금의 크기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주주 역시 손해를 본다.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가 부당하게 사업기회를 독식하다보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역시 시장외적인이유로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해 손해를 입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의 손해는 곧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조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총수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불합리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이익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사익을 취한 총수일가일뿐이다. 사익편취행위의 폐해가 이렇게 큰 데, 어떻게 법인을 고발할 정도로 부당한 이익 제공행위가 명백하고 확실할 때, 그 대가를 받은 총수일가의 책임을 묻지 않고 도리어 기를 살려줄 수 있느냐 말이다.

 

사익편취 동기가 강한 오너일가는 입법을 통해 견제해야

 

결국 암묵적인 묵인의 형태로라도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그리고 회사의 경영진이 자발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스스로 하기는 어렵다. 이는 회사의 주주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임이 될 터이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이번 고발지침 개정을 재벌의 사익편취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선이라도 진행한 것으로 평가하고 재벌의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사실 재벌총수의 사익편취행위 동기를 낮출 방안으로 행정적 조치 외 입법적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용우 국회의원이나 박주민 국회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는 현재 회사에 대해서만 요구되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대한 책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면 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이익제공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사의 손해뿐만 아니라 주주의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은 회사의 이사로 하여금 그러한 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개선 등을 통한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 역시 필요하다.

 

결국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간다. 21대 국회의 활동 기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계류된 수많은 경제민주화 법안이 다시 검토돼 하나라도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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