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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성장한다고 하는데…화장품 업계 실상은

한정된 파이 나눠 먹기에 중소업체 고민…“의미 있는 경쟁구도를” 

기사입력2024-07-08 00:00
화장품 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K-컬처를 등에 업고 중국시장에 의존했던 국내 화장품이 중국 위주의 수출구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전 세계로 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 와중에도 웃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중소 화장품 브랜드 제조사들이다. 특히 여름 성수기가 도래하면서 지속되는 세일과 각종 이벤트 등 화려한 마케팅이 난무하는 ‘전쟁터’와 같은 시장에서 이들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이 부족한 만큼 ‘버티기’ 작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인디 브랜드 제조사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돈을 벌려면 수출밖에 답이 없지만, 일반 업체는 자금이 딸려 꿈도 못 꾼다”며, “2018년도만 하더라도 바이어 하나 제대로 만나면 큰돈을 벌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젠 바이어들마저 자기 브랜드를 키우는 추세로 확장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폭탄 세일에 모방 제품까지…“월세 내기도 빠듯해”

화장품 업계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중소업체의 고민은 커져 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과거 K-뷰티 산업의 성장세가 중국시장에 편중됐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 K-뷰티는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남미 등으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K-화장품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40억4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기초화장품 외에도 립스틱, 매니큐어 등 색조화장품과 선크림, 베이비파우더 등 기타 화장품 및 세안 제품 등으로 품목 다변화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국내 화장품 기업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하며 시장 호조를 이끌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올리브영, 다이소 등이 국내 쇼핑 필수코스로 떠오르면서 가성비가 뛰어난 화장품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과거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소비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패턴이다. 

문제는 호황기를 누리는 곳은 일부 제조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폭탄 세일로 인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는 견딜 수 없는 구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인디 브랜드 제조사의 A씨는 중기이코노미에 “대부분 화장품의 디자인과 품질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가격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역시 학습돼 있어서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저렴하게 사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개 기초화장품은 5월부터 매출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떨어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래 해왔던 가격 세일에, 대대적으로 더 큰 폭탄 세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덩치 큰 업체들의 치킨게임이 된 형국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이해된다고 했다. 주식회사다 보니 주주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매출이라도 올리기 위해 적자가 나더라도 계속 세일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얘기다. 

가격 세일 외에도, 대기업의 거대 자본 앞에 중소브랜드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인천시의 한 중소브랜드 제조사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고심해 아이디어 제품을 낸다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를 얹혀 출시하면 우리 같은 중소업체 제품은 시장에서 죽어버릴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소비자는 대기업 제품을 무조건 믿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특허를 내고 싶어도 쉽게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사실상 화장품 업계 특성상 특허가 나오기 애매한 상품군이 많다”고 한탄했다.

상생구조 어려운 게 현실…실질적 정부지원 있어야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다달이 월세 내기에도 빠듯한 중소업체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자료들에는 사실상 거품이 있다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업계가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는 장기적으로 K-뷰티 산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2016~2018년도만 하더라도 현지 벤더나 바이어들이 중소기업의 수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유통사들이 제조사로 변신했기 때문에 신규 브랜드들이 수출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중소제조사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 중소업체들이 중국의 도매상들과 거래하면서 기술자들을 많이 양성했다”며, “이를 발판으로 유통사가 제조까지 겸하게 되는 일들이 많아졌는데, 문제는 저가로 그럴싸한 제품을 만들어 내놓는다는 거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장기적으로는 K-뷰티 이미지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군다나 OEM을 겸하는 많은 국내 제조사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하청을 줄 때 거래하는 OEM 기업은 자기 브랜드를 낼 수 없도록 계약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작은 파이를 여러 사람이 나눠 먹고 있는 식이고, 그마저도 대기업에서 큰 조각을 무조건 잡아먹어 버리니까 중소업체는 사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장의 주도권도 대기업이 잡고 있어서 중소기업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트렌드를 오이로 가져가면 중소업체에서 백날 당근이 좋다고 한들 소용없다. 오이 관련 제품을 내야 조금이라도 소비자 눈에 띌 수 있다”고 했다. 즉, 시장의 다양성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 중소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알아서 잘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K-컬처가 들어가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십상”이라며, “이런 현실을 고려해 K-팝 스타와 콜라보레이션 행사를 열어 주든지 관련 지원을 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사업은 중소업체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일례로, 500만원의 지원사업이 있다고 하면, 정부 지원을 받는 참여사가 먼저 자비로 제품을 만들어 내보여야 하고, 성과 보고가 끝나고 나서야 지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는 참여사들을 움츠러들게 해 처음부터 대대적으로 돈을 들이는 참여사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의 정부 지원은 가치있는 퀄리티가 나오기 힘들다.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수행사들만 돈을 버는 형태”라며, “이렇게 할 바에는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이라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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