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대책 ‘급정지’ 이어 ‘완화’…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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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가계대출 대책 ‘급정지’ 이어 ‘완화’…오락가락 금융당국 갈짓자 행보에 가계부채 더 늘었다

기사입력2024-09-05 00:00

최근 은행권에서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등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가 등장하자, 금융당국이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대책에 급정지 패달을 밟았다가, 곧이어 완화 신호를 내놓으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소비자, 시장전문가, 금융권 협회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최근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심사 강화에 대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정상적인 주택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강화 조치 이전 이미 대출상담 또는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거래가 확인되는 차주의 경우,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전은행권에서 발생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대출규모를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에 대한 신규자금도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미 대출상담 또는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거래가 확인되는 차주”에 한해서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은행권의 대출 전면중단과 같은 조치를 일부 완화하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가계대출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 자체가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라는 신호는 당국이 대출관리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대출관리 강화와 완화 사이에서 엇갈린 신호를 수 차례 보낸 바 있다.

스트레스 DSR 확대 연기…급증한 가계부채에는 갈팡질팡

올해 들어 7월까지 가계대출은 10조원 이상 늘었다. 7월에만 5.3조원이나 늘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요구는 갈팡질팡한 당국의 행보 가운데서 나온 조치다. 당초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스트레스 DSR의 1단계 조치를 올해 2월 은행권 일부 대출을 중심으로 시작했고, 7월부터 이를 확대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2단계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이를 9월로 연기했다. 가계대출이 이미 가파르게 상승한 와중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연기하자 시장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가계부채는 10조원 이상 늘었다.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은 4월 4.1조원이 늘어나며 증가세로 전환했고, 7월에는 5.3조원이나 늘었다. 기준금리 인하까지 기대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이보다 먼저 가파르게 상승하자, 당국은 금융권에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7월 이후 은행권은 시중 금리 추이와 달리 가계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가계부채 관리 요구에 따른 대응이었다.

이에 금리인상에 대한 대출 수요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지난 8월25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은행들의 금리인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들이 물량관리 대신 손쉬운 금리인상을 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대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방송 다음날은 8월26일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최근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주택시장 동향 등을 고려할 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먼저 9월 시행예정인 스트레스 DSR 2단계 및 은행권 내부 관리목적 DSR 산출 등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적극 협조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공급을 유지하되, 공급되는 자금이 실수요와 무관한 갭 투자 등 투기수요 및 부동산 가격 부양수단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각 은행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들을 시행하기로 했다.

대출금리 등 가격중심의 대응보다는 은행별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고 상황에 따라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차례로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 전면중단과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에 다시 이복현 금감원장이 기존 대출을 유지하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방향타를 돌렸다. 가계대출 완화와 강화 사이에서 당국이 갈짓자 행보를 하는 동안 가계대출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