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피해 기업 구제할 지원기금 신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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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부당한 피해 기업 구제할 지원기금 신설 필요” 기술탈취 당해도 과징금 처벌이면 끝?…피해 회복은 외면

기사입력2025-05-13 11:0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술탈취로 피해를 입은 기업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와는 별도로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그 피해액을 일부라도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사소송은 최소 3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폐업을 하거나 부도를 겪는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재단법인 경청이 12일 개최한 ‘과징금 활용, 피해 중소기업 지원 입법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 등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과징금을 피해기업 지원에 직접 활용해야 한다며,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한 공적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박 변호사는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은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와 시장질서를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피해 당사자인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과징금은 피해 회복과 무관한데=현행법상 공정위 등 행정기관이 가해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인정해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피해 기업의 재산상 피해 및 손해는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해 기업 대부분은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처분 취소소송(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피해 기업은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이 과정은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고, 입증 책임도 피해 기업에 있어 구제가 어려운 것이다.

중기중앙회의 불공정거래 피해기금 도입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공정거래 피해에 대해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한 중소기업이 전체 응답의 90.5%에 달했다. 특히 공정위에 신고를 하면 가해 기업으로부터 거래 단절 등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중소기업이 피해를 감수하고도 문제 제기를 꺼리는 이유다.

박 변호사는 “공정위가 가해 기업에 대해 제재를 하더라도, 피해 기업은 별도의 민사소송에서 고의성·과실·손해액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소송 부담과 불균형한 자원 격차 때문에 충분한 피해 보상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 회복 중시…미국 ‘페어펀드’=박 변호사는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음에도, 이 금액이 전액 국고로 귀속되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즉 피해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한 공익적 차원의 지원 및 보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피해자 지원기금’ 신설을 제안했다. 이 기금은 과징금 일부와 정부 출연금, 상생협력기금 등을 재원으로 구성하고, 긴급 지원금, 저리 융자, 손해 일부 지원 등 피해 실태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재단법인 경청은 12일 ‘과징금 활용, 피해 중소기업 지원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페어펀드(FAIR Fund)’가 있다. 이 제도는 증권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해 민사제재금과 부당이득 환수금을 피해 투자자에게 직접 배분하는 구조로, 2002년 사베인-옥슬리법 도입 이후 운영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페어펀드는 처벌 목적 외에도 피해 회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과징금 제도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한국도 과징금의 사회적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기금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설계로 박 변호사는 ▲과징금의 일부를 기금화해 피해자 지원에 활용 ▲공정위 또는 외부 기구를 통한 운영체계 마련 ▲피해자 중심의 구제 프로그램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어 “하도급법이나 공정거래법은 단순한 민사법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회법”이라며, “국가가 공익적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피해 기업 지원대상인 ‘불공정거래 행위 등’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부당한 납품단가 산정이나 기술 유용과 같은 하도급법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유사 행위들에 대한 피해 구제가 가능하도록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뿐만 아니라 상생협력법상 동일·유사한 법 위반 행위까지 규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 구제를 위해 공정위와 기재부, 국회가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