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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글로벌 AI 풀스택 경쟁…기술종속이 리스크” 한국, 완전 자립보다 전략적 자율성 설계가 현실적 대안

기사입력2025-12-20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글로벌 AI 경쟁이 반도체와 알고리즘을 넘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델, 서비스가 결합된 ‘풀스택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기술 종속 문제가 국가 정책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정 기술 생태계에 대한 의존이 심화될 경우, 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중장기 성장전략 전반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18일 KISDI가 개최한 ‘AI·디지털 분야 핵심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글로벌 AI 경쟁전략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AI는 더 이상 개별 기술이 아니라 스택 전체가 맞물린 구조”라며, “어느 한 영역의 선택이 다른 영역의 기술 경로를 사실상 고정시키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GPU 중심 생태계…효율·종속 강화=김 연구위원은 현재 글로벌 AI 생태계가 엔비디아 GPU와 CUDA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고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CUDA는 엔비디아 GPU를 사실상 AI 표준으로 만든 병렬 컴퓨팅 플랫폼으로, 글로벌 AI 생태계의 기술적 종속을 강화하는 핵심요소로 지목된다. 고성능 연산을 위한 하드웨어 선택이 프레임워크와 모델, 나아가 서비스 구현 방식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기술적 락인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 같은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개발 효율과 성능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 기술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AI 모델이나 서비스 기업조차 성능 경쟁을 이유로 동일한 스택을 반복 선택하게 되고, 이는 다시 특정 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는 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선택권의 축소”라고 했다.

◇美·中·EU, 풀스택 대하는 3가지 방식=주요국의 대응 전략은 분명하게 갈린다. 미국은 엔비디아와 빅테크를 중심으로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모델, 플랫폼까지 완결형 풀스택을 구축하며 기술 패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 수출 통제와 동맹 중심 기술 블록화를 결합해 경쟁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계기로 자립형 풀스택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체 AI 칩과 시스템 소프트웨어, 경량화 모델을 결합해 ‘최고 성능’보다는 ‘대체 가능성과 확산력’을 중시하는 접근이다.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EU는 기술 주도권보다는 규범과 제도를 통해 우회 전략을 택했다. ‘AI Act’를 중심으로 글로벌 규칙 설정자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반도체와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점진적 자립을 추진하며 중장기 경쟁력을 모색하고 있다.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형 해법 ‘선택과 집중의 자율성’=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모든 스택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완전 자립’ 전략은 현실성이 낮다고 봤다. 메모리 반도체와 HBM 등 일부 하드웨어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학습용 GPU와 범용 소프트웨어,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전략적 자율성’ 개념을 제시했다. 통제 가능한 영역과 글로벌 표준을 활용할 영역을 구분하고, 산업 수요가 명확한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GPU 기반 학습과 국산 NPU 기반 추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 도메인 특화 모델 중심의 전략, 칩 설계 단계부터 모델 개발사가 참여하는 공동 최적화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클라우드 사업자의 역할 재정립도 필요한 과제로 언급됐다. 단순 인프라 제공을 넘어 다양한 하드웨어와 모델이 공존할 수 있는 개발·검증 환경을 제공하고, 실증과 시장 진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갈라파고스화의 위험을 피하려면 폐쇄적 국산화가 아니라 개방형 전략을 택해야 한다”며, “한국 산업의 강점을 결합한 풀스택 패키지를 통해 제한된 영역에서라도 실질적인 기술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