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금지수단 없어 공정위 처분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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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불공정 금지수단 없어 공정위 처분만 기다린다 사건처리 길어지면 ‘을’ 생계 위협…“사인의 금지청구권 인정해야”

기사입력2017-01-25 21:3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모든 불공정행위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특히 생존권 자체까지 위협할 수 있는 가맹점이나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즉각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해당 행위 금지를 청구하기 위해 법원을 찾아가면 될까? 아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불공정거래 관할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로 가야한다.

그래서 공정위를 찾아가면 공정위가 행정처분을 통해 피해자를 즉시 구제해 줄까? 세간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의 늦장처리로부터 피해자를 긴급하게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논의되는 제도가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행정개혁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 “공정위의 사건처리가 1년 이상 길어지는 경우가 빈번한데, 신고인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은 이로인해 생존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토론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김남근 변호사도 “2012년 농심대리점에 판매목표를 강제 할당한 불공정행위 사건의 경우 1년여가 지나도 신고인에 대한 조사도 착수하지 않았다. 이러면 피해자인 을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韓, 불공정행위 금지수단 전혀 없다…美·日·獨 가능

<자료=새누리당 홈페이지, 18대 대선 인수위 홈페이지/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공정위 심의·의결을 통한 행정처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경우, 피해자 보호차원에서라도 당장의 불공정행위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상 공정위가 조사중인 사안에 대해 공정위 스스로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민변 민생경제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의지가 부족하니, 법원을 통해 금지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정위 조사결과가 나오고 처분이 내려지기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을 분산해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의 입법례도 많다. 미국의 클레이튼법 제16조에서는 ‘사인의 금지청구권’를 인정한다. 세계법제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미국 클레이튼 독점금지법 제16조(번역본)’는 ‘어떤 자·기업·법인·협회는…(중략)…독점금지법의 위반에 의해 발생할 염려가 있는 손실 또는 손해에 대해 관할권이 있는 지역의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하고 금지명령을 발하도록 신청할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또 ‘회복할 수 없는 손실 또는 손해에 대한 위험이 급박함을 입증한 경우’에 임시금지명령도 인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쟁제한금지법 제33조와 일본의 사적독점금지법 제24조도 유사한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서 사인의 불공정행위 금지청구, 가처분신청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전속고발권에 따라 사인의 불공정행위 금지청구 자체가 불가하다. 또 가처분신청은 본안소송의 당사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 것인데,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서 공정위만이 당사자 자격을 갖고 있어 사인의 가처분 신청 또한 불가하다. 갑의 불공정행위로 을이 ‘회복할 수 없는 손실 또는 손해에 대한 위험이 급박한 경우’에도 피해자인 을에게 아무런 법적 구제수단이 없다는 얘기다.

익명을 원한 국회입법조사처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피해자가 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피해자는 공정위에 신고를 하고, 공정위가 시정조치나 시정명령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며 “공정위가 적은 인원으로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인의 금지청구 도입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또 민변의 김성진 변호사도 “현행 법체계상 불공정행위의 금지처분이 어렵다면, 피해자에 대한 불공정행위 금지청구권을 명문화함으로써 구제방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도입하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행정행위를 하도록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또 법원을 통한 신속한 사법구제가 가능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억제효과도 크다.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은 18대 대선 박근혜 후보 공약

<자료=국회> ©중기이코노미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이 공정위에 독점화돼 있어 법 집행의 견제경로가 없다’며 ‘집행체계를 다양화하여 외부 견제로 공정회의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서 나온 공약 중 하나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행위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의 도입, 즉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이다.

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가 밝힌 국정과제에 따르면,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전체에 도입해 (법원의 판결에 의한) 종국적인 금지명령 이외에도 예방적 금지명령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난해 1월에 발표한 ‘경제민주화 국정과제 20개 법안’을 보면, 사인의 금지청구권의 공정거래법 도입은 잔여 과제로 남아있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에 대한 국내 유일한 입법례는 담합 등 소비자피해 사건에서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등록된 소비자단체에만 인정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도입하는 개정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이 공정거래법이 아닌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 현재 국회 계류중이다.

박 의원의 개정안은 ‘법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중요하고 직접적인 원인이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 자(피해자)는 그 위반행위를 하거나 하려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그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금지청구 소는 피고의 관할법원 소재지의 고등법원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에 제기하도록 하고 ▲법원은 금지청구의 소가 제기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사건에 관한 이 법률의 적용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관해 상당한 시한을 정해 의견을 구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해당 사건에 관한 필요한 사항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인의 금지청구권이 대리점거래법에 도입된 것에 대해 민변 김성진 변호사는 “개별법으로 나눠 도입하는 경우, 법 적용 범위에서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에 도입함으로써 불공정거래 일반에 대해 넓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이것은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인 만큼 그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국제유가 부담…전가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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