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사업자’ 유지위해 적자에도 버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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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남북협력사업자’ 유지위해 적자에도 버티는데 지위 있어야 사업재개…“정부 2013년 무대책·무책임 변한게 없어”

기사입력2017-02-20 15:34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1년, 기업들은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 허울 뿐인 정부지원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실제 겪는 어려움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죠.”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비대위 김서진 상무의 말이다. 그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123개의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인해 사업의 연속성이 끊어진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서진 상무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아웃소싱, 해외이전…사정이 그래도 나은 기업들

김 상무에 따르면 개성공단에서 모두 생산하는 기업이 51개이고, 70%이상인 기업도 70여곳에 달한다. 개성공단 생산비중이 70%미만인 기업도 연속성이 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거래선을 유지해야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데,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던 만큼을 남한업체에 아웃소싱을 주면 생산비가 2~3배는 더 든다. 최근 30여개 기업이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도 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입주기업들은 11년 전 해외로 갈지 아니면 개성공단에 입주할지 고민하다 개성공단을 택한 기업입니다. 이제 베트남으로 이전해도 인건비 면에서 개성공단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개성공단에는 숙련된 근로자가 있고 지난 11년 동안 입주기업들이 구축해놓은 인프라가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베트남으로 가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베트남으로 이전한 기업들도 ‘개성공단이 좋다’며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달리 선택권이 없어 이전한 것에 불과한 것이죠.”

그나마 아웃소싱이나 해외이전이라도 할 수 있는 기업은 사정이 나은 편일지도 모른다. 개성공단에서 모든 것을 생산했던 기업들은 살 방도가 막막하다. 일부 업체는 발주처와 생산업체를 연결하는 영업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11개 업체는 사실상 폐업인 휴업상태다.

“이름만이라도 유지하려 해도 최소한의 인건비나 사무실 유지비 등 운영비 때문에 매달 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해외이전 기업의 경우도 완전 이전이 아니고, 공장을 임대하거나 혹은 2~3개 생산라인만 빌려서 거래선을 유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사업재개 위해 매달 발생하는 적자에도 명맥 유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에 있는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매달 적자가 나고 거래선 유지도 어려워 차라리 폐업을 고려하는 입주기업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입주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토지나 건물, 기계장치에 대한 고정투자자산이다. 고정투자자산이 유지되거나, 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향후 재가동될 경우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은 실질피해액 5654억원중 확인 가능한 5088억원만 신고했다고 한다. 정부는 실태조사 후 이 중 3575억원을 경협보험금으로 지급했다. 영수증, 관련서류 등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5088억원 대비 70%만 지급했다.

“정부의 계산은 감가상각을 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기계장치를 낮게 평가했습니다.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같은 기계를 중고로 구입하려고 해도 정부 계산과 수천만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더욱이 입주기업들은 정부 지시에 따라 급하게 철수했기 때문에 겨울철 동파 대비도, 여름철 장마철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해 서류상 피해보다 더 클 것입니다. 생산시설을 수리하고 재구입해야 할텐데, 이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남북협력사업자’의 지위로 개성공단에 입주했는데, 이 지위가 사라지면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가 없다. 즉 폐업을 하면 그 지위도 사라져, 적자를 보더라도 재가동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남북협력사업자 지위를 유지해야 재가동될 경우 개성공단에 남은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지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자산가치 대비 1/3 수준입니다. 아직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자산이 더 크죠. 해외이전도, 아웃소싱도 줄 수 없는 기업들이 실제 생산을 하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와함께 정부가 말하는 대체생산시설 지원도 허울뿐이다. 현재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지원하는 지방투자촉진보조금제도 지원금을 조금 늘린 정도다. 이 또한 당초 수도권을 제외했다가, 입주기업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태에서 지방으로 이전하기가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수도권까지 확대했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은 중앙정부 40%, 광역지자체 40%, 기초단체가 20%를 지원하는 매칭사업입니다. 하지만 기초단체에는 이에 대한 조례도 없고, 예산도 편성 안돼 몇 억원씩 지원할 수가 없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 개성공단 사진이 걸려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래서 현재까지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전을 계획 중인 입주기업은 1곳 뿐이며, 시도하는 업체도 네댓 개 정도가 고작이다. 경기도 기초단체 중 그나마 김포나 군포를 제외하고는 지원이 어려워 입주기업들이 옮길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라고 김 상무는 설명했다.

정부 무대책·무책임 변한게 없어…“기업은 무슨 잘못을 했나”

무엇보다 입주기업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무대책과 무책임이다.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중단사태 이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 당시 대비책을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협보험금의 경우, 재가동하면 일시에 반환하도록 돼 있어 감면이나 분할상환하도록 요청했지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후 입주기업들은 경협보험이 대출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기업에 대해 정부도 별다른 얘기 없었죠. 또 현물자산가치를 산정할 때 수리비나 교체비가 발생하니, 이를 감안해 달라고 통일부에도 얘기하고, 국회에서 토론회도 가졌지만 반영이 안됐습니다.”

김 상무는 정부에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입주기업들은 국가를 믿고 개성공단에 들어갔고, 2013년 중단 이후 작성한 남북합의서에 개성공단은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정부가 우리기업에 배신감을 줬습니다. 전면중단을 하면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했는데 그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보상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할 수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기업은 이번 전면중단과 관련해 잘못한 게 없습니다. 기업들이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