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하면 될 일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하면 될 일 보유세도 마찬가지…이 눈치 저 눈치 본 어정쩡한 부동산대책

기사입력2017-12-14 14:5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13일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의 목표는 표현 그대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감면해주는 ‘임대사업자’ 지원방안이다. 세입자 지원은 직접이 아닌 간접방식인데, 등록 임대사업자가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선 세입자의 ‘주거안정권’을 최소 4년이상 보장해야 한다.

임대기간을 8년이상 정한 임대사업자에게 임대기간중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최대 80%까지 감면(4년이상 40%)해 줌으로써,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효과를 기대한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또 임대기간중 전월세금 인상폭을 연 5%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전월세상한제와 다름없는 정책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인 기류지만, 비판지점은 각기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르다. 한쪽에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임대사업자에게 또 다른 특혜를 제공해 문제를 더 키운다는 불만이다. 주로 세입자를 대변하는 입장으로, 시민사회단체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한쪽은 임대사업자 이해에 충실한 경제지 등 보수언론 시각으로 ‘특혜’가 부족하단 주장이다. 이들은 전문가의 ‘희망’을 소개하며, 공시가격 6억원이상 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이 당근 부족을 이유로 등록의무화 시점까지 ‘버티기’에 나선다고 했다.

세입자와 임대사업자간 이해가 엇갈리지만 양자 모두 견해가 일치하는 대목은, 정부기대만큼 임대사업자 등록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선지 정부도 시장반응을 보고, 2020년 이후 강제등록과 함께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역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보유세 도입방안까지 거론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압박하고 나섰다.

모두 사족이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은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김현미 장관은 보유세 도입에 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가속화시킬 수단중 하나로 얘기했지만, 온국민이 참여한 투기시장에서 거품을 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보유세 도입이다.

다주택자가 2020년 이전에 잉여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보유세를 즉시 도입하면 될 것을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니 누구하나 만족할 수 없는 어정쩡한 부동산대책이 나왔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그리고 보유세를 지금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다주택자 기득권은 원칙적으로 박탈대상이지,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 ‘전월세 폭등’, ‘미친 전월세’ 시기를 반복하면서 다주택자들은 이미 충분히 기득권을 누렸고, 이젠 내려놓을 때다.

꼬이고 꼬여 헝클어진 매듭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가능한 경우에도 투입대비 효율은 제로 또는 마이너스다. 전월세시장의 조속한 안정은 서민에겐 생존권이지만, 임대사업자에겐 수익률의 크고 작음을 다투는 ‘사소한’ 문제다.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고 매듭을 칼로 잘라야 할 땐, 과감하게 끊어냄으로써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는게 정부의 책무다.

좌고우면에, 다주택자 반발을 이유로 정면돌파하지 않고 자꾸 우회하기에 당근이 부족하단 볼멘소리가 나온다. 2020년까지 버틴다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주택자가 2020년 이전에 잉여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보유세를 즉시 도입하면 될 것을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니 누구하나 만족할 수 없는 어정쩡한 대책이 나왔다. 혹여 특별한 사정으로 1가구 2주택자가 된 경우, 노후대비 자금으로 임대사업시장에 진입한 이들에 대한 배려로 포장했지만, 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투기와 투자를 가르는 공인된 기준은 없지만, 이를 구별하지 못할만큼 무능한 정부가 아니다.

가야할 길은 이미 정해졌다. 이젠 어느 누구도 부동산투기를 드러내놓고 부추기지 못한다. 그 어떤 부가가치도 생산하지 못하는 주택·부동산 가격이 생활물가이상 올라서는 안된다는 사회적합의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에 대한 국민적합의가 존재함에도, 여전히 다주택자 기득권 보호를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정부를 보고 있자면, 이게 촛불정부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더라도 기득권을 주장하는 임대사업자 대다수는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놓칠 우려가 다분한 패착이다. 이제라도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그리고 보유세 역시 즉시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