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법·대리점법…‘갑을’ 간 힘의 균형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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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가맹법·대리점법…‘갑을’ 간 힘의 균형 맞춰야 뻥 뚫린 법으로 ‘갑을’분쟁 끊이지 않아…50여개 관련법안 국회 계류

기사입력2018-06-14 2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상인 보호 5대 법안 개혁과제④가맹사업법·대리점법 개정]OECD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는 556만3000명, 미국과 멕시코에 이어 OECD회원국중 세번째로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가맹점수는 23만개, 업계에서 추정하는 대리점수는 70만개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가맹점과 대리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가맹점과 대리점 문제는 곧 중소상인자영업자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가맹사업과 대리점거래 분야에서는 자본과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가맹사업법은 자율적인 상생협약체결만 규정, 협약체결이나 협약이행 등 강제성이 없어 점주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법)’ 개정을 통해 공정거래관행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3월 출범식에서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5대법안 개혁을 요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유통마진 얻으려는 부당한 필수물품, 가맹사업법으로 규제해야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 대부분이 양자간 수익배분 불공정에 기인한 만큼, 이를 바로잡을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20대국회에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50여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금지=가맹본부 수익은 원래의 사업목적인 로열티보다 유통마진, 인테리어 공사 수입 등 출점수익에서 발생한다. 가맹점 수가 늘어날수록 가맹본부의 수익이 늘어나는데 반해 가맹점주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구조다.

때문에 가맹본사의 주 수익원을 로열티 중심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구매를 강요하는 필수물품중 부당한 필수물품에 대한 구매강제 금지조항 신설이 대안이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정책국장은 중기이코노미와 취재과정에서 “가맹사업법에 필수물품을 규정하고, 필수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물품을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가 지정한 자에게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맹점단체 신고제도 도입=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가맹점주의 집단적 대응권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과 거래조건 협의요청권을 보장한다. 하지만 원론적인 규정 외에 세부규정이 없고, 가맹본사가 교섭거래 거부하면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어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업계에선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단체활동 방해를 금지하는 규정 신설을 주장한다. 또 가맹점단체 신고제도를 도입해 공정위가 인정한 단체가 가맹본사에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는 이에 응하도록 하는 조항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정·조사·처분권 지방정부로 이양=분쟁해결시스템의 개선도 시급하다. 공정위가 23만개 가맹점을 모두 관리하고 가맹사업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다루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가맹사업 위반행위에 대한 조정·조사·처분권을 지방정부와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정위가 고발요청권을 감사원장·중소기업부장관까지 확대 부여했음에도, 활용도가 높지 않은 만큼 광역단체장에게까지 고발요청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밖에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10년조항 삭제, 영업지역 최소범위 설정, 오너리스크 등을 이유로 한 배상책임 도입, 부당한 영업시간 강요금지, 보복조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뻥 뚫린 대리점법, 대리점계약 외관으로 가장해 가맹사업법 회피

지난 4월 전국대리점살리기협회,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공동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갑질그만! 대리점법 개정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대리점법은 가맹사업법보다 규제가 더 미약, 실질은 가맹계약임에도 대리점계약 외관으로 가장해 가맹사업법의 규제를 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리점 분야에서 행해지는 본사의 과도한 판매목표량 할당, 제품 밀어내기, 불이익 제공, 계약해지시 과도한 부담 전가 등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리점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적용제외 조항 개정=대리점법에서 대표적으로 개정돼야 할 부분은 적용제외 조항이다. 대리점법 제3조는 공급업자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경우 대리점법 적용제외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대리점거래에 대리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적용제외 규정을 삭제해 공급업자가 중소기업자인 경우에도 규제하자는 대안이 나온다.

또 대리점법 제3조제1항제3호 다목은 대리점의 공급업자에 대한 거래의존도를 고려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대리점법 적용제외 대상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 비전속대리점은 전체 대리점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이 규정으로 인해 공정위가 비전속대리점에 대한 피해구제에 소극적이어서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단체구성·협의권 조항 신설=대리점법에는 가맹사업법이 정한 단체구성·협의요청권이 없다. 이에따라 대리점주는 본사가 대형유통업체와 차별적으로 취급하거나 보복출점을 해도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자기 방어권이 취약한 실정이다.

대리점주들이 공급업자와 적정한 납품단가를 협의하고, 공급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대리점단체구성권과 집단교섭권이 보장해야 한다는게 대리점주들의 요구다. 또 가맹사업법에 준한 거래조건 협의요청권을 명문화하고, 공급업자의 교섭의무권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약갱신요구권 보장=대리점법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이나 계약해지 제한에 대한 조항이 없다. 가맹사업법이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간 보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리점계약은 보통 1년단위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리점주의 경우 초기 투자자본이 많은 만큼 일방적인 계약해지는 대리점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따라서 투자한 자본의 회수기회를 보장하고 안정적인 대리점계약 존속을 위해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또 대리점법에 공급업자가 대리점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지켜야할 절차와 요건을 규정함으로써 정당한 이유없는 계약해지를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