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보증금 기준으로 보호 대상 제한…옳은가

프린트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환산보증금 기준으로 보호 대상 제한…옳은가 법적용 당위성·형평성 어긋나…제도 폐지해 임차인 제대로 보호해야

기사입력2018-08-29 16:15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상가임차인 보증금과 월세 규모를 기준으로 제도적 보호장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환산보증금은 한마디로 ‘부자상인’에 대한 보호는 필요없다는 취지인데, 월세는 상인이 아닌 건물주 소득이기 때문에 법적용의 당위성과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임차인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9일 정의당이 주최한 ‘중소상공인 3대 갑질 근절법안’ 토론회에서 정의당 정책위원회 김용신 의장은 “600만 자영업자 대부분이 임차상인이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이 보장되지 않아 임대료가 오르면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 중간에 쫓겨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며, “정부는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해 환산보증금 적용 확대를 추진중이나, 임차인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산보증금 높다고 ‘부자 상인’ 아니다=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은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을 합한 금액이다. 지역별로 정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세입자에 대해서는 건물주가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는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 환산보증금 제도는 비싼 보증금과 월세를 지불하는 부자상인을 제외하고 영세상인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정부는 지난 1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역별 환산보증금을 50% 인상하면서, 이로인해 상가임차인 90%가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5년으로 제한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에 적용하는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도 기존 9%에서 5%로 인하했다.

<그래픽=조한무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환산보증금은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과 월세가 비싼 ‘좋은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에게 상가법 준수의무를 면제하는 역차별적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신 의장은 “주택임대차의 경우 보증금, 월세 규모와 관계없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한다. 환산보증금 규모에 따라 법적용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상가임차인 보호라는 법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현재 서울지역 환산보증금은 6억1000만원이다. 환산보증금 6억원 임차상인은 보호해야하고 6억2000만원 상인은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당위성이 없다. 범위를 확대해도 현재와 같이 무분별한 임대료 상승이 방치될 경우 결국 법보호 적용범위에서 벗어나는 임차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의 공기 정책국장은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상가법 적용대상을 나누는 건 법적용 형평성 논리에도 맞지 않다. 월세는 임차상인 재산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건물주 소득으로 봐야 적절하다. 환산보증금으로 영세상인 여부를 가릴 근거가 전혀 없다”며, “정부는 올해 초 환산보증금 기준을 상향했지만, 여전히 서울시내 주요상권은 환산보증금 규모가 적용범위인 6억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법적근거 없어 상가임대료 정보공개 불가=현재 상가임대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환산보증금 인상으로 대다수 영세상인이 보호범위에 들어왔다고 설명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장일 뿐 실제 임대료에 기초한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의당이 29일 주최한 ‘중소상공인 3대 갑질 근절법안’ 토론회에서 정의당 정책위원회 김용신 의장은 “정부는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해 환산보증금 적용 확대를 추진중이나, 임차인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는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김용신 의장은 “정부는 환산보증금 범위 확대를 통해 전체 상가임대차의 90%이상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자의적인 해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상가임대차 계약의 경우 임대료 현황 및 증감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환산보증금 범위를 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상가임대료 정보를 쥐고 있는 국세청은 건물주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팀장은 이에대해 “임대료 파악이 안 되니까 제대로 된 정책수립도 어렵다. 국세청은 과세정보라는 이유로 상가임대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요구해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국토부 소관인 주택임대료는 공개한다. 국세청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인데, 근거를 마련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임대료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환산보증금 조정수준에 대한 타당성도 설득력을 잃는다. 김용신 의장은 “환산보증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배제되는 상인이 많다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오죽했으면 6개월만에 재차 인상하겠다는 대책을 내놨겠는가”라고 물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 결과, 안정적인 임차환경 조성을 위해 환산보증금을 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인상이후 겨우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대책이다.

김용신 의장은 “보증금과 월세 규모에 따라 법적용을 제한하는 환산보증금 제도는 상가임차인 보호라는 상가법 제정취지에 어긋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며, “상가임대료 정보 공개는 환산보증금을 폐지해도 추진해야 한다. 상가임차인이 임대료 현황을 제대로 파악한 가운데 계약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