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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보증금 폐지하고 강제집행 경찰 맡아야”
“임차상인, 건물주에 종속” 법 몰라도 보호를…맘상모 서윤수 위원장
- 기사입력2018-04-22 17:48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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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상인은 지위가 애매합니다. 법적으로는 사장이지만, 실제는 건물주에 종속된 노동자입니다. 기업과 계약을 맺는 노동자는 각종 법률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노동조합도 견제력이 상당하죠. 노동관련 이슈는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반면, 임차상인은 사회적으로도 소외됐고, 관련 법제도 또한 미비해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습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이하 맘상모)’의 서윤수 공동 운영위원장은 임차상인을 약자로 규정했다. 건물주는 보증금과 임대료를 지렛대로 임차상인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임차상인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달라면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력이 없으면 쫓겨납니다. 임차상인은 사회 하층에 있는 을(乙)인 것이죠.”
현재 700여명의 회원이 있는 맘상모는 상인들의 피해사례 연구, 대(對)정부 법개정 촉구, 임차상인 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0월 ‘1017빈곤철폐의날’ 대회에 참여한 맘상모.<사진=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서윤수 위원장은 맘상모 창립멤버다. 서울 신사동에서 곱창집 ‘우장창창’을 운영하던 그는 건물주인 리쌍과 분쟁을 겪었다. 2012년 이 사건이 대중에 알려지자, 임차상인들이 그를 찾았다.
“건물주가 연예인이다보니 화제가 됐죠. 많은 임차상인이 연락을 했습니다. 그들의 사례를 들어보니,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상인에겐 도움이 안되고, 임대인만 보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임차상인의 내쫓김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만연했습니다. 건물주는 마땅한 권리라고 여겼고, 상인들도 ‘운이 없다’거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서 위원장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맘상모라는 조직을 만들게 됐다. 현재 700여명 회원이 있다고 한다. 그는 “맘상모 존재이유는 법을 시대흐름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쟁뿐 아니라 피해사례 연구, 대(對)정부 개정촉구, 임차상인 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환산보증금…비싼 건물 있는 임대인에게 규제 풀어준 것”
우선 환산보증금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애초 환산보증금은 부자 임차상인을 보호할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실상은 비싼 건물을 가진 임대인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분쟁이 발생하는 지역은 주로 서울 주요상권이나 역세권입니다. 임차상인 수요가 높다보니 보증금과 임대료가 비싸, 환상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필요한 차별로 정작 보호가 필요한 임차상인을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별로 정해진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을 초과하는 세입자는 기본적으로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계약갱신, 대항력, 권리금 등 일부 권리는 보장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상가임대차법 시행령을 개정, 지역별 환산보증금을 상향했다. 더 많은 임차상인이 법적 보호권에 들어왔지만 여전히 명동, 강남 등 주요상권은 배제된 셈이다.
지난해 10월 강제집행을 위해 진을 치고 있는 사설용역.<사진=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피해 줄이기 위해 강제집행은 사설용역 아닌 경찰이 맡아야”
이와함께 집행관법이 폭력을 야기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집행관법은 동원가능한 집행보조인을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임차상인이 문을 걸어 잠갔을 때, 문을 따는 열쇠공부터 깡패나 다름없는 사설용역도 집행보조인입니다. 문제는 임대인과 사설용역, 집행관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과도한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집행관은 인센티브제로 운영됩니다. 집행건수가 많을수록 돈을 더 버는 것이죠.”
기존 상인을 빨리 내쫓아 새로운 임차상인을 들이고 싶어 하는 건물주가 사비를 지불하고서라도 사설용역을 동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집행관규칙 제26조는 집행관이 직무집행을 위해 필요하면, 기술자 또는 노무자를 보조자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강제집행을 사설용역이 아닌 공권력 있는 경찰이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 서 위원장의 주장이다. 조정에 실패해 강제집행이 불가피한 경우, 사설용역이 아닌 경찰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경찰은 안전 등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인력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폭력으로 인해 다치는 사람없이 집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유다.
지난해 6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가임대차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맘상모. <사진=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일이 터져야 뒤늦게 맘상모 찾아…관련법 교육 의무화를”
“맘상모는 외부교육도 진행합니다. 아쉬운 점은 상인들이 너무 바쁘다는 점입니다. 일이 터져야 맘상모를 찾아오는데, 법적으로 대응하기에 너무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관련법 교육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위생교육도 의무 아닙니까. 예전에는 법을 알아도 대응책이 없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됐습니다. 피해구제를 위해 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임차상인이 대응하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을 몰라도 강도나 도둑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임차상인이 피해를 보면 무식해서 당했다고 비난을 합니다. 장사하느라 바쁜 상인들이 법을 몰라도 당연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예를들어 환산보증금이 초과되면, 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된 5년동안이라도 별도로 요구해야 계약이 갱신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임차상인은 내쫓겨야 하는데,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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