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공급가보다 직영몰서 싸게 파는 화장품

프린트

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가맹점 공급가보다 직영몰서 싸게 파는 화장품 화장품 본사…가맹점에 인기상품 공급량 줄이고, 직접 판매에 집중

기사입력2019-03-15 18:3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충북 옥천에서 A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B씨. 본사가 브랜드 이미지 실추가 걱정될 정도로 할인행사를 하면서, 할인액마저 B씨에게 전가시켜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시로 진행하는 할인행사시 할인액의 3분의 1은 본사가, 3분의 2는 점주가 부담했다. 적자를 견디다 못한 B씨는 매장 양도를 위해 양수인을 구해 본사에 양수도 요청을 했지만, 본사는 양수희망자가 자격미달이라는 이유를 들어 양수도 불가를 통보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해당 양수희망자는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브랜드로 신규 출점해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본사의 무분별한 할인행사로 B씨의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사정을 알면서도, 양수희망자에게 신규 출점을 유도해 수익확대에만 혈안이 된 본사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화장품기업들이 가맹점사업주들에게는 아름답지 못한 경영방식을 보여 지탄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김병욱·김성환 의원,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사)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15일 개최한 ‘화장품업종 가맹점주 피해사례 발표 및 현안 간담회’에서는 화장품회사들의 불공정한 가맹점 운영행태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본사 온라인 직영점 확대와 불공정 거래로 가맹점 피해 심각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화장품업종 가맹점주 현안’ 발제에서 “화장품업종에서는 가맹본사들이 다중판매경로를 운영하며, 가맹점주들에게 도매상이나 직영점보다 고가로 상품을 공급한다”며 “시장형태 변화에 따라 온라인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매장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도소매업종이 직면한 문제이며, 화장품업종에서 먼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 정책국장에 따르면 화장품기업들은 직영몰을 운영하며 화장품을 판매해, 가맹점은 사실상 고객들의 테스트 매장화됐고 고객이탈,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업종 전체로 보았을 때 가맹점 매출은 감소하고, 직영점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과정에서 가맹본부의 가격세일 후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정산과 각종 불공정 행위 역시 화장품업종 가맹점주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정 정책국장은 화장품 가맹본사의 다중판매경로와 불공정 문제를 ▲공급가격 차등 및 도매상 염가판매 ▲본사 온라인 직영판매 등으로 지적했다.

◇공급가격 차등 및 도매상 염가판매=화장품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을 체결한 가맹점주들에게 도매상보다 고가로 상품을 공급한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은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물건을 수급받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가맹점은 소비자들이 오가며 들러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구매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테스트 매장으로 전락했고, 이는 가맹점의 매출하락과 폐업으로 귀결된다.

◇본사 온라인 직영판매=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제품의 경우 화장품 가맹본사는 가맹점 공급량을 줄이고 온라인으로 집중 판매했다. 소비자들은 동일한 제품을 온라인 직영점에서 저가로 구매할 수 있어 오프라인 가맹점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했다. 상위단계 판매자인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를 통한 유통 이외 온라인 등 복수의 유통방법을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가맹점주의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화장품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가맹사업법·공정거래법 위반

정 정책국장에 따르면 이러한 화장품 기업의 공급가격 차등 및 도매상 염가판매가 가맹사업법이 금지한 거래상 지위 남용 중 불이익제공 행위에 해당된다. 또 공정거래법의 경쟁사업자 배제 중 부당 염매, 차별적 취급행위 중 가격차별에도 해당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화장품 가맹본부가 영업지역 범위를 온라인으로 확대하는 행위는 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본사가 온라인 직영몰을 운영함으로써 독점하는 것이란 게 정 정책국장의 주장이다. 가맹사업법의 영업지역 범위를 시장 흐름에 맞춰 독점배타적으로 규정하고 온라인으로까지 확대해야한다는 대안이 뒤따른다. 주문자의 소재지 또는 배송지를 기준으로, 오프라인 영업지역을 가진 점주에게 주문상품을 배송하게 하고 매출이익을 귀속시키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가맹본부가 다른 유통채널을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가맹점주들과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가맹점주들이 영업을 통해 구축하고 점주들에게 수령한 광고판촉비로 인지도를 높여 발생한 수익을 가맹본사가 독점하는 행태도 시정할 수 있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내시장에서 불법으로 유통으로 면세품이 세금탈루를 물론 유통질서를 파괴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관광진흥 등의 목적으로 관세·부가가치세·소비세 등 면세적용을 받는 면세품들이 면세점 내에서만 유통되도록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종열 정책국장은 ▲판촉비용을 가맹점에 전가하는 행위 ▲프로모션 할인 등에 따른 불투명한 정산처리 ▲부당한 점포환경개선 강요 ▲불공정한 제품공급 ▲점주단체활동 방해 등과 같은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행태도 즉시 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