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그래, 대한민국은 독재국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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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자유한국당…그래, 대한민국은 독재국가 맞다 다만, 타도해야 할 대상은 정치권력이 아닌 재벌총수 독재체제다

기사입력2019-05-04 08: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독재’를 타도하겠다며 거리로 나섰다. 국회법 절차에 따른 패스트트랙 지정에 정략적 의미를 부여하고, 독재란 개념을 광의로 해석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검찰개혁 입법을 위한 패스트트랙과 독재 정치체제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어서다. 상상과 허구에, 논리비약까지 허용되는 정신세계에서만 양자 간의 인과관계란 망상이 가능할 뿐이다.

일반인의 상식과 사회통념을 신뢰하고 합리적 이성을 가졌다면, 자신의 주장에 담긴 의미를 인식하고 그에 합당하게 행동해야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팔뚝질까지 해가며 ‘독재타도’를 외치고, 나경원 원내대표 입에서 ‘헌법수호’란 구호가 터져나왔다. 현실 정치가 코미디보다 더 배꼽 잡는다는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닿는 경우도 흔치 않다. 자유한국당 뿌리를 더듬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공화당이고, 전두환씨가 급조한 민정당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개최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패스트트랙 강행 책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벌총수 모두를 불러 최순실에게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뇌물을 상납하라고 강요했다. 그럼에도 그를 ‘독재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통령 후보시절에도 그렇고, 당선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별칭은 ‘독재자의 딸(Dictator’s Daughter)’이었다. 군사쿠데타로 헌법을 유린했던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과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그의 딸을 구분했다. 이마저도 국내언론과 국내정치인이 아닌 외신이 전한 표현이다. 그 때마다 정부는 해당언론사에 용어에 문제가 있다며 항의해 국가망신을 자초했다. 외신을 인용했던 시민들은 경찰조사를 받았고, 당시 검찰은 ‘백설공주’ 포스터를 제작하고 게시한 작가를 기소했다. 그랬던 시절조차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권위주의정권 정도로 기억하지, 독재정권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으로 바뀐 지금,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당시에도 독재체제였고 지금도 독재가 지속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억지주장과 다른 점은 독재행위의 주체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재벌총수란 사실이다. 전직 대통령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을 받고 감옥에서 죄값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도 그 사건 공범인 재벌총수들은 정부를 상대로 온갖 압력을 행사한다. 더 기막힌 대목은 경제사정이 어렵다며 정부가 이들 재벌총수들에게 돈도 주고, 규제도 대폭 완화해 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다. 한국사회가 재벌총수 독재체제가 아니라면, 지금 10대재벌 총수 대부분은 옥고를 치르고 있어야하는 게 맞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지원정책을 통해 삼성전자에 향후 10년간 22조원 수준의 법인세를 감면해준다고 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이미 추진 중인 미래먹거리 사업에 국민혈세를 쏟아붓는 게 타당한 결정인가. 삼성전자가 지금껏 협력업체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지 않고, 빼돌린 돈으로 쌓아 둔 사내유보금만 200조원이 넘는다. 가난한 이에게 세금을 거둬 부자 곳간을 채워주는 정책, 재벌총수 독재체제가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더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공범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4조5000억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의 몸통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는 상황이다.

재벌총수 일가 중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예외적인 사례인가. 재벌을 4대·10대·30대 등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든, 이들의 불법·탈법·불공정행위 행태는 대동소이하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림산업과 이해욱 회장을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부분의 재벌총수가 이미 실행했거나 실행중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고발이유다. 이 회장은 자사의 호텔브랜드 상표권(글래드)을 자신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넘겼다. 그리고 자신이 지배하는 관광자회사에 그 브랜드를 쓰도록 해 사용료 명목으로 31억원을 챙겼다.

이번에 드러난 사익편취액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300억원, 3000억원, 3조원이 되면 그림 자체가 달라진다. 삼성·현대기아차·LG·SK를 포함 재벌그룹 모두가 이같은 편법으로 3대·4대까지 그룹사의 경영권을 핏줄에게 넘겼다. 앞으로도 재벌총수 일가의 경영권 세습 관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정경쟁을 배제한 자유시장만을 숭배하는 자유한국당 류의 정치집단을 시장에서 쫓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의무조차 부담하지 않고 권리를 남용하면서도,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지 않는 재벌총수에게 어울리는 말이 독재자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타도돼야 할 독재는 정치권력이 아닌 경제권력이고, 그게 바로 재벌총수 독재체제다.

마르크스가 국가 분석을 위한 도구개념으로 사용했던 자본가독재가 아닌 재벌총수독재가 붕괴돼야만, 대자본 편향의 시장이 공정한 시장으로 바뀐다. 그래야만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종속적 착취관계가 수평·대등한 호혜관계로 전화된다.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간 생산물시장에 공정한 질서가 세워져야만, 노동시장에서 이중구조를 깰 자본이 선순환될 수 있다. 대기업노동자·중소기업노동자,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차별 등 불합리한 이중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생산물·노동 시장 어디에도 혁신이 들어설 틈은 없다. 재벌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그리고 노동자가 함께 공존하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경제생태계, 재벌총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유한국당, 밥그릇 투쟁을 ‘독재타도’로 포장한 정치선동을 당장 중단해야한다. 독재타도를 주장하기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재벌총수 독재체제를 강화시켰뎐 자신의 죄부터 사죄하고 참회하는 게 도리다. 헌법수호를 운운하기 앞서, 극우정권 9년간 질식시켰던 민주주의를 복원하려는 정부의 적폐청산작업에 어깃장부터 그만둬야한다. 그래도 못내 독재타도와 헌법수호란 구호가 입에서 맴돈다면, 에둘러 말고 솔직하게 말해라. 재벌총수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강화시켜, 떨어지는 떡고물을 먹으며 살고 싶다고.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