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조국대전’…정치권 할 일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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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기승전 ‘조국대전’…정치권 할 일은 따로 있다 ‘특권 없는 세상’, ‘검찰과 언론 개혁’이 국민의 목소리다

기사입력2019-10-11 14: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측과,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측의 집회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대규모로 열린다. 100만에서 200만, 300만이라더니 10월9일 집회는 1000만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과장이다. 언제까지 이 갈등이 지속될지,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측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몇 달째 지속되는 갈등에 국민 피로감은 말할 나위가 없고, 정기국회조차 시급한 현안은 미룬 채 ‘조국대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특권 없는 세상,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은 국민들의 바람이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역시 국민들의 목소리다. 사진은 지난 9월28일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 ©중기이코노미

조국 장관 논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특권’과 ‘권력’이다. 조국 장관과 그의 부인은 지위를 이용해 보통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수혜를 딸에게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결과 공정한 경쟁을 해쳤다는 게 청년을 위시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한 이유였다.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법을 위반한 행위였는지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한 기회를 주창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의 딸이 특권을 향유했다는 의혹 자체만으로도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조국 장관 뿐만도 아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도 국립대학의 실험실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누가 봐도 부모의 권력을 이용한 특권이고 반칙이다.

조국 딸은 위법하고 내 아들은 문제없다는 식의 공방만이 오간다. 조국 장관의 딸과 관련된 의혹으로 대두된, 권력층의 특권을 바로잡기 위한 법·제도 보완을 위한 논의는 진척이 없다. 논란 과정에서 입시제도·학력검증의 불합리성은 누차 지적된 문제였다. 조국 장관의 딸이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이 누렸던 특혜 의혹, 법원이 ‘불법은 아니다’고 선언해도 불공정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법원판결을 떠나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입시·학력검증 제도 개선이다. 더 이상 부모의 권력을 이용해 자녀가 스펙을 쌓고, 그것을 입시와 학력검증에 활용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정치권의 책무다.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거듭될수록 국민들의 눈총을 받는 건 검찰의 구태의연한 수사방식이다. 수사정보가 흘러나와 조사 대상자가 여론재판에 올려진 건 검찰 책임이 가장 크다. 검찰은 부인하지만,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야당 의원 입에서 나온다. 하루가 멀다않고 ‘단독’으로 처리된 검찰발 뉴스가 머리기사로 장식되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조사 대상자의 인권은 사라졌고, 검찰의 권력 지키기 수사라는 비난도 쏟아진다. 국민의 찬사를 받고 출범한 윤석열 체제, 예전 검찰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이 자초한 일이다.

언론이라고 후한 점수를 받기 힘들다. 검찰발 받아쓰기에 급급한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어느 때보다 높다. 조국 장관 일가의 의혹, 기소가 됐으니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광화문을 채웠던 국민들이나, 서초동을 메웠던 국민들이 원했던 바는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특권 없는 세상,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은 국민들의 바람이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역시 국민들의 목소리다. 서로 대척점에 선 요구가 아니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법과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조국 대전이라고 일컬어지는 기나긴 반목의 시간. 이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세상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