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국감’ 아닌 ‘갑질근절·민생 국감’이 돼야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조국 국감’ 아닌 ‘갑질근절·민생 국감’이 돼야 정쟁 아닌 민생을 위해, 삭발하고 단식투쟁하고 목소리 높여라

기사입력2019-09-24 18:5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9월30일로 예정됐던 2019년 국정감사가 10월2일로 미뤄졌다. 국회 상임위원회별 다양한 이슈로 국감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번 국감이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는 국감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불길함이 밀려온다.

야당은 이미 이번 국감을 ‘조국 국감’으로 규정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는 ‘조국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관련 상임위에서 ‘조국 대전’과 관련된 증인을 신청했다. 조국 장관 이슈로 모처럼 야당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 가능한 오래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국정의 모든 사안을 조국 장관 임명철회로 귀결시키는 야당, 바라보는 국민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억울하게 당해 온 불공정거래를 재조명하고, 해결책을 찾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했다.<사진=뉴시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분식회계·편법승계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그리고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남양유업, 골프존, BHC, 써브웨이 등의 경영진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추 의원은 “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국정감사가 돼야한다”며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재벌총수의 비리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갑질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룰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무위 증인 채택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조국 대전’과 관련된 증인·참고인을 대거 채택하려는 야당과 정쟁을 위한 증인채택은 안된다는 여당의 주장이 맞서서다. 십수년 이상 해결되지 않는 갑질문제로 고통을 받는 민생, 대다수 서민은 피눈물을 흘리며 이 상황을 볼 뿐 달리 방법이 없다. 정쟁을 위한 국회파행, 이제 정말 지겹다.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 국회의원 개개인이 사적인 시간을 내 ‘국민의 공간’이 아닌 ‘금배지만의 공간’에서 하기 바란다.

20대국회 들어 공정거래법 개정안만 총 120여건 발의됐다. 이 중 처리된 것은 9건, 올 한해는 단 한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20대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이후에는 회기 만료로 발의안 모두가 폐기되는 수순을 밟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24일 ‘재벌특권은 내리고, 시민 권리는 올리고,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10대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재벌의 특권을 내리기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유통산업발전법, 시민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노동회의소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법,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도급법 ▲가맹점법 ▲대리점법 등이 그것이다. 모두 시급히 처리돼야 할 민생법안들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한국당은 입만 열면 민생이 파탄났다고 이야기하면서 장외로 나갔다. 민생을 걱정하는 정당이 왜, 가맹점주의 눈물과 애환이 담긴 가맹사업법을 외면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민생은 눈감고 정쟁에 외눈만 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맹점주보호법과 같은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청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 공언, 헛된 약속이 되지 않도록 집권여당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어렵게 시작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이고 마지막 국정감사다. 정쟁이 아닌 민생을 위해 삭발하고 단식투쟁하고, 목소리 높여 싸우는 ‘민생 국회’·‘민생 국감’이 되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