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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우리 회사는 AI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가” 인공지능기본법 시행…중소기업이 지금 ‘정확히’ 알아야 할 것①

기사입력2025-12-01 00:00

서유경 객원 기자 (artecolegal@artislawpro.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아티스 서유경 대표변호사·변리사

2026년 1월 22일,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지능(AI) 기본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법률 제20676호)이 시행된다.

최근 AI 관련 뉴스가 쏟아지며 “새로운 규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법률의 구조를 정확히 보면 이 법은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AI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최소한의 신뢰·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기본틀’에 가깝다.

인공지능기본법 시행에 앞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지금 반드시 이해해야 할 핵심사항을 간명하고 정확하게 짚어본다.

AI 시대의 첫 법…‘규제폭탄’이라는 오해부터 거둬야

법 제1조(목적)를 보면, 이 법은 인공지능 기술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국민의 권익·안전·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즉, 유럽의 EU AI Act처럼 규제 중심으로 설계된 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의 인공지능기본법은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면서도 필요한 최소한의 원칙을 정립하는 ‘프레임워크 법’, 다시 말해 AI 생태계의 기초 질서를 세우는 법에 가깝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당장 대규모 규제 대응에 나설 필요는 없다. 다만 기업 내부에서 AI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체계를 정비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 것은 분명하다.

우리 회사도 해당되나?

개발하지 않아도 ‘이용’만 하면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

법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업자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는 인공지능개발사업자로, 인공지능 기술을 직접 개발해 제공하는 기업이다. 자체적으로 챗봇 모델을 만들거나 AI 분석 엔진을 개발해 판매하는 업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인공지능이용사업자다. 다른 회사가 만든 AI를 업무에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ChatGPT, Midjourney, AI 자동화 툴 등 외부 솔루션을 이용해 디자인을 제작하거나 마케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지능기본법은 중소기업의 AI 활용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법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 지원 확대, 인력 양성, 데이터 인프라 구축, 공공조달 참여 기회 등 AI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중요한 대목은 이 지점이다. 업무과정에서 이러한 AI 도구를 활용해 AI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하고 있다면, 해당 기업은 ‘인공지능이용사업자’로 평가될 수 있다. 이 경우 AI를 직접 개발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범위에서 인공지능기본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다만 이를 곧바로 “규제를 받는다”라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정확한 의미는, 기업이 AI를 활용할 때 기본적인 책임과 원칙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점에 가깝다.

고영향·생성형 인공지능?

중소기업이 직접 대상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공지능기본법을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고영향 인공지능’과 ‘생성형 인공지능’이다.

먼저 고영향 인공지능은 사람의 생명·신체·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의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범위는 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2025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안에서 그 초안이 제시됐다.

법은 특히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 대통령령 기준 이상인 인공지능시스템에 대하여, 인공지능사업자가 위험을 식별·평가·관리하는 안전조치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책 방향상,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업자라도 자체적인 위험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은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ChatGPT나 이미지 생성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투명성·결과물 표시 의무는 법에 기본 원칙이 명시돼 있으며,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시행령과 고시, 세부 가이드라인에서 2026년 시행 시점에 맞춰 완성될 예정이다.

즉, 2025년 현재 고영향·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세부기준은 입법예고 단계까지는 공개되어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세부규정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복잡한 규제 예측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어떤 업무에서, 어떤 종류의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다. 이 기본 점검이야말로 앞으로 마련될 구체적 기준에 가장 합리적으로 대비하는 출발점이 된다.

무엇이 의무인가?

안전성과 투명성, 그러나 대부분은 ‘기본 원칙’ 수준

법에서 중소기업이 직접적으로 고려해야 할 조항은 크게 두 가지다.

① 안전성 확보 의무(법 제32조)=법은 특히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 대통령령 기준 이상인 인공지능시스템에 대하여, 인공지능사업자가 위험을 식별·평가·관리하는 안전조치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AI의 오류나 편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에 가깝다.

다만, 입법예고된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리스크 평가 보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 강화된 안전성 의무는 앞서 언급한 연산량 10~26 FLOPs 이상의 초거대 모델 등 ‘고성능 AI 시스템’에만 적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즉, 중소기업이 일반적인 업무에서 사용하는 AI 도구에는 과도한 규제가 부과되지 않는 구조다.

② 투명성 확보 의무(법 제31조)=AI가 서비스나 결과물 생성에 관여한 경우, AI 기반으로 운영된 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하거나 결과물이 AI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점을 표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어느 분야에서 어떤 방식의 고지가 필요한지는 현재 시행령·고시·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비는 명확하다. 바로 우리 회사가 서비스, 마케팅, 고객응대, 내부업무 중 어디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AI를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다.

투명성 의무는 결국 ‘AI 사용 내역을 명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요구한다. 기업 내부의 현황 정리가 그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 대표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세 가지

인공지능기본법의 핵심은 ‘규제 대응’이 아니라 준비된 AI 경영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중소기업이 오늘부터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과제는 다음 세 가지다.

① AI 사용내역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기=회사가 어떤 업무에, 어떤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 정리해 두는 것이 출발점이다. 가령, 어떤 AI 도구를, 어떤 목적에, 어떤 데이터로, 사람의 검증을 어느 정도 포함해 사용했는지 기본적인 내역만 기록하더라도 향후 저작권·개인정보·품질 관련 분쟁에서 큰 방어 수단이 된다.

② 직원·팀 단위의 AI 활용 가이드라인 마련하기=AI 도입의 위험은 기술 그 자체보다 내부 사용 방식의 혼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음 네 가지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반드시 정해 둘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고객 정보를 AI 입력창에 입력하지 않는다.

▲외주·프리랜서가 작업한 결과물에는 AI 사용 여부를 반드시 고지하게 한다.

▲사내 문서·코드·디자인 파일을 외부 AI 서비스에 임의로 업로드하지 않는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사람이 최종 검증한다.

이 네 가지 원칙은 2026년 이후 대부분의 업종에서 기본 규칙이 될 가능성이 높다.

③ 계약서에 ‘AI 관련 조항’ 명시하기=디자인·개발·마케팅 등 외주 업무가 잦은 기업이라면 계약서에 다음 네 가지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작업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는지 여부

▲AI 생성물의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등 출원가능성

▲AI 사용으로 인한 오류·불완전성에 대한 책임 분담

지금은 불안해 할 때가 아니라, 준비할 때다

인공지능기본법은 중소기업의 AI 활용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법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 지원 확대, 인력 양성, 데이터 인프라 구축, 공공조달 참여 기회 등 AI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체계적인 준비다. 대표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간단하지만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AI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만큼 내부의 AI 활용 현황을 점검하고 기준을 마련해 두었다면, 중소기업은 2026년 시행될 인공지능기본법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의 제도적 출발점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대표변호사·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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