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 축약 기재…적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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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 축약 기재…적법한가 대법원 “해고대상자가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 적법성 인정

기사입력2022-03-21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할 경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종이나 전자문서에 해고의 이유와 해고의 효력 시점을 적어 노동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뿐만 아니라 구두상으로 해고를 한다면 추후 법적인 분쟁이 벌어질 경우 사용자는 “해고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해고가 있었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에서 해고의 존부를 명확하게 해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해고의 서면통지 방법에 관해서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용자가 해고의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할 때 노동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징계해고의 경우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 내용을 기재해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 볼 수 없다(대법원 판례 2011.10.27. 2011다42324)

그런데 최근 대법원 제2부는 “해고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대법 2021두50642, 선고일자 2022.01.14.).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은 경우라도 그 적법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례여서 주목된다.

◇사건의 경위와 쟁점=원고는 여자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징계해고된 자다.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원고는 2015년~2018년까지 피고 보조참가인인 학교법인의 사업장에 기간제 교사로 임용돼 근로제공하던 중 2018년 8월 성비위를 이유로 징계해고 당했다.

원고는 체육교사로 근무하던 중 여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손목을 잡거나 꼬집은 사실이 있으며 외모와 관련된 언어표현을 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학생들 중 일부는 이에 대해 학급회의를 통해 이 사건 원고에게 불만사항을 제기했으며, 학교법인은 원고에게 ‘담당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및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사건 통지서를 통해 근로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원고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해고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역시 해고가 정당하다며 기각됐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에서 해고의 사유와 적정성은 다루지 않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쟁점이 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 위반 여부를 쟁점으로 다룬다.

◇원심의 판단=앞서 원심(서울고등법원 2021.8.12. 선고 2020누58139)은 판결에서 “이 사건 통지서상 해고사유가 축약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비위행위가 기재되지 않고, 원고가 이미 해고사유가 되는 비위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대법원은 “해고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대법원의 판단=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해고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는 종전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대법원 2011. 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14. 12.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등 참조)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학교법인이 2018년 7월11일~16일까지 원고와 면담을 통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신체접촉과 발언, 특히 원고가 인정하는 부분으로 비위행위를 구체화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및 철회,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와 이 사건 통지서의 문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해고사유는 꼬집는 행위, 손잡아 끄는 행위 같이 학생들이 문제제기한 행위와 외모에 대한 발언으로 특정되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사건 통지서상 원고의 해고사유를 이루는 개개 행위의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원고가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원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판결의 의의=이번 판결 이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해고의 부당성을 두고 다툰 자료를 검토하면, 원고는 학교법인이 징계위원회 등을 개최하지 않는 등 해고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법인은 기간제 교원인 원고에 대한 별도의 징계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고, 면직사유가 징계사유에 해당해 관련 근거를 제시했고,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를 통해 소명과정도 충분히 제공했으며, 그 과정에서 원고가 해고의 사유를 인식했을 것이란 취지의 반론을 펼쳤다.

법원은 이러한 경위를 종합해 원고에 대한 학교법인의 해고통보 서면이 문제가 없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7월에 시행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사용자의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의무화한 취지는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 해고 시 신중을 기하도록 해 근로자의 권익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면 해고의 효력은 부인된다. 그만큼 해당 요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재판부는 앞서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해고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회 등 해고의 절차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징계절차가 아닌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원고가 주관적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성비위의 사안을 두고 해고의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했다고 해석한 판결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