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금 받는 조건으로 의무재직기간 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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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위로금 받는 조건으로 의무재직기간 정했는데 기업매각 반대 않는 조건…기간내 퇴사, 위로금 반환약정 위법일까

기사입력2022-05-02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위약금이란 계약불이행에 따라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고,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근로계약 불이행시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실제 손해발생 여부 및 손해의 액수와 무관하게 일정액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이 예정돼 있다면, 노동자로서는 사업장의 근로조건에 불만이 있거나 보다 좋은 경력 기회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약정의 부담으로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게 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7조는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 조항은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상 위약 예정 금지규정에 따라 위로금 반환 약정을 두고 노사간의 갈등은 노동현장에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 대법원 제1부는 기업매각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회사가 노동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일정 기간의 의무재직기간을 부과하고, 해당 기간안에 퇴사할 경우 위로금 일부를 반환하도록 한 약정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대법 2017다202272, 선고일자 2022.3.11.).

◇사건의 경위=원고는 한화토탈주식회사다. 한화토탈주식회사의 전신은 삼성토탈주식회사로 2014년 11월경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삼성토탈주식회사 발행주식 매각을 통해 소속기업집단 변경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삼성토탈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반발했다.

이에 매각이 지연되자 원고는 매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2015년 4월30일에 1인당 ‘4000만원+상여기초 6개월분(평균 약 6000만원)’의 매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매각위로금을 수령한 직원은 매각에 반대하지 않으며, 2015년 12월31일까지 의무재직하되 그 이전 퇴사시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로 계산해 반납한다는 조건의 약정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약정에 따라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피고 노동자는 매각 이후 2015년 6월4일에 퇴직했다. 이에 원고 회사는 피고 노동자에게 위로금 월할 계산액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 노동자는 매각위로금 반환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으로 무효라고 항변했다.

원심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선고 2015나62530 판결)은 피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판결은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은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사용자의 손해 범위를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업매각에 반대하지 않고 위로금 받는 조건으로 의무재직기간을 설정했는데, 해당 기간내 퇴사할 경우 위로금 반환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일까?<이미지=이미지투데이>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 제한과 부당한 근로계속을 강요받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입법취지를 설시한 지난 2004년 대법원의 판례(대법 선고 2001다53875 판결)를 판단 기준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 및 규모·액수 ▲반환 약정을 체결한 목적이나 경위 등을 종합해 반환 약정의 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원고 회사가 피고 노동자들에게 소속 기업집단의 변경에 따른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그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하는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해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에 불과해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환 대상인 매각위로금의 성격도 살펴봤다. 반환 대상인 매각위로금이 원고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주식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해 지급됐고,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고 안내한 점등을 들어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위약예정 및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취지의 약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 회사가 임원 및 고문이나 자문, 2015년도 입사자, 단기계약직 등 상대적으로 이탈 방지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을 들어, 원고의 매각위로금 지급이 ”주식 매각에 대한 기존 근로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일정 기간의 계속근로를 유도함으로써 주식 매각 이후에도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하려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의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론에서 “피고 등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이 이 사건 약정으로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판결의 의의=일반적으로 의무재직기간 설정에 따라 금전반환을 약정한 계약에서 회사가 부담해야 할 성격의 교육비 반환 약정 정도가 법원에서 인정되었을 뿐 수당이나 위로금 등의 반환을 긍정한 판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판결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식매각을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식매각에 따른 대금으로 지급된 이 사건 매각위로금의 성격은 분명 태생이 근로계약상 의무재직기간에 대한 반대급부인 위약금이라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한 근로를 계속 강요당하는데 해당 약정이 기능하는지를 살펴 볼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반환대상 금전의 성격, 위로금의 목적과 규모·액수, 의무근로기간의 설정 양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환약정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데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