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러올 ‘중소기업·고령층 소외’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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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AI가 불러올 ‘중소기업·고령층 소외’ 대비해야 AI 도입은 필수, 문제는 격차와 소외…일자리 대책 역량 모아야

기사입력2025-02-14 00:00

중국의 AI 딥시크가 준 충격이 크다. 당장은 엔비디아 등 AI 주도주의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증시 전반에 파장이 일었다. 장기적인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MS의 코파일럿 등 생성형 AI의 선두주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또다른 혁신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같은 경쟁은 AI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직원 개개인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회사 업무 전반의 핵심도구로 AI를 활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AI 개발업체가 아니더라도 AI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AI 도입 자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와 한국경제’ 보고서는 “AI 도입은 고령화로 인한 성장 저하를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UN 인구전망 대로라면 AI 도입이 없을 경우 2023~2050년 동안 한국의 GDP는 1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AI가 노동력을 보완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시나리오에서는, 감소폭을 5.9%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고령화로 인한 성장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AI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AI 도입이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보고서는 2023년 IBM 조사를 근거로, 국내 대기업의 48%가 이미 AI를 도입했으며, 40%의 기업이 AI를 적극적으로 탐색 중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미 AI 도입 선두주자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높은 기업에서만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러한 불균형은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이 AI 도입의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높이며, 정책적 개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만일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AI 시대에 소외된다면, 이들이 창출해온 청년 등의 일자리가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AI 도입 지원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얘기다.

중소기업과 함께 주목해야 할 또 하나가 있다. 특히 고령층이 문제다. 보고서는 AI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약 절반의 일자리(51%)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여성, 청년층, 고숙련 및 고소득 집단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가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AI로의 대체가능성이 높은 “높은 노출도”와 AI로 인한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의미하는 “높은 보완도”를 함께 갖춘 직업은 AI 도입에도 일자리가 줄지 않고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그런데, 과거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직업에 종사했던 핵심 연령층 근로자 중 43%가 동일 범주의 직업으로 재취업한 반면, 고령 근로자 중에서는 이 비중이 35%에 그쳤다. 또한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직업에서 실직한 고령 근로자들은 대부분 노출도가 낮은 직업으로 재취업했으며,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로 이동할 가능성은 0.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교육과 재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을 도입할 것을 제언했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더 가속될 것이며, 일자리 문제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일자리 문제를 잘 해결하면서 AI 도입도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고령화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길이다. AI 도입을 촉진하는 지원책과 함께, AI와 결합한 일자리 대책에 정부와 기업, 사회 전반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