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도권 확보 위해 한국 언더독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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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AI 주도권 확보 위해 한국 언더독 전략 필요” 글로벌 AI 패권경쟁…“소버린 AI 연대 구축할 수 있는 기회 확보를”

기사입력2024-12-30 12: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글로벌 패권 경쟁은 전통적인 국가 주도의 양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민간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국가와 기업 간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데, 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은 기업이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가 정책과 제도는 이러한 자국 기업의 활동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는 추세로, 한국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자원배분과 민관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 한국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과거와 다르게 디지털 패권 경쟁은 많은 부분들을 예측할 수 없어 어느 국가도 경쟁우위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게 한다며,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는 디지털 패권 경쟁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중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빅테크 기업이 선도하는 AI 생태계=인공지능 산업 또한 빅테크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은 크게 ▲하드웨어(반도체, 클라우드) ▲플랫폼 ▲앱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는데, 기업들은 각자의 역량을 기반으로 전략적 투자와 제휴를 통해 생성형 AI 가치사슬 통합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하드웨어 부문의 경우, 엔비디아(NVIDIA)가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특히 AI 학습의 핵심 반도체인 AI 가속기 시장의 약 98%, 그 핵심부품인 GPU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엔비디아 이외에 인텔, MS, 삼성 등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나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한 상황이다.

AI 플랫폼 부문에서는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치열한 개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도 네이버, 삼성, LG, KT, 코난테크놀로지 등의 기업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했다. 현재까지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 UAE, 일본 등의 기업이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졌다.

앱서비스 부문은 AI 모델을 활용하는 서비스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가 ‘AI 에이전트(AI비서)’다. 애플과 구글은 각각 ChatGPT와 Gemini를 기반으로 각자의 생태계를 통합하고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이나 챗봇 등의 기술도 앱서비스 기술에 포함된다.

보고서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AI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AI 가치사슬 연결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AI 개발에는 막대한 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고 했다.

◇AI주도권 확보 움직임…한국은 아직=인공지능에 대한 투자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 요소이며, 각국은 AI 기술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이나 유럽의 ‘DMA(Digital Market Act)’, 일본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안)’ 등은 대표적으로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고, 동시에 다른 나라의 기업을 견제하며 자국의 기술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에서는 2023년까지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네이버, 삼성, LG, KT 등이다. 이 중 AI 생태계를 형성하며 글로벌 빅테크를 추격하고 있는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 네이버의 경우 세계 세 번째로 LLM을 개발한 기업으로 매년 2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매년 매출의 20~2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국내 AI 생태계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AI 기술 선두에 있는 기업들과 투자 비용을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다.

국내 AI 현황을 보면,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80으로, 중국(90.0), 유럽(85.0)보다도 낮EK. 한국의 AI 반도체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3위임에도 질적 수준이 미흡함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는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수립했으며, 2023년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 국민 AI 일상화 실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로드맵이 담고 있는 주요 내용 및 지원 방향이 분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서비스 이용자, 소규모 기업, 정부 업무개선 등을 지원하고 있을 뿐 AI 산업의 핵심이자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거대 AI 모델 개발과 관련한 사항은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더독으로 소버린 AI 연대 주도를=보고서는 AI 패권 경쟁 안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매력적인 언더독(underdog)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언더독은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팀이나 개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약자의 도전을 의미한다. 우수한 AI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투자 규모 면에서 주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는 한국은 현재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AI 기술 역량을 보유한 한국은 소버린 AI를 확보하고자 하는데, 기술력이 부족한 국가들과 협력해 그들의 소버린 AI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파트너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다고 했다. 소버린 AI는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인공지능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특히 중동 및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 그들의 소버린 AI 시스템 개발에 주도적으로 기여한다면, 한국은 기술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버린 AI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보고서는 한국 AI 산업의 현황과 강점을 명확히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기업의 기술개발과 글로벌 시장진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각 부처에 분산된 AI 관련 규제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엿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