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똑똑한 AI, 에너지 미래를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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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사람보다 똑똑한 AI, 에너지 미래를 책임진다 AI 발전과 함께 진화하는 에너지 산업…일렉스 코리아 2025

기사입력2025-02-19 13:00

1940년대 현재의 컴퓨터 모델이 완성된 이후, 인류는 사람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갖춘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희망’을 품고 1950년대부터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개발 속도에 2000년대 초반까지 업계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인공지능 프로젝트는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혹독한 ‘인공지능 빙하기’를 거친 AI는 심볼리즘에서 연결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됐고, 강인공지능(strong AI) 대신, 약인공지능(weak AI)부터 차근차근 개발해 나가며 폭발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 결과, 인공지능은 현재 산업계를 주름잡는 거대 공룡이 돼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다. 챗GPT, 딥시크(DeepSeek) 등 인공지능 챗봇이 일상을 잠식한 지 2년이 넘었고, 각 산업계는 인공지능에 기대어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주요 화두 중 하나인 에너지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2일부터 3일간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일렉스 코리아 2025(Electric Energy Conference & Show 2025)를 통해 인공지능과 함께 발전해 가는 미래 에너지산업을 조망해 본다.

㈜파워원시스템의 관계자가 전기실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인공지능 시대의 명암…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불가능하거나 개발되더라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거라 다들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다수가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빠르면 5년, 늦어도 20년 안에는 90%의 확률로 완성될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30년 안에는 완성될 거로 예측합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김종권 석좌교수는 ‘에너지 AI 기술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진행한 콘퍼런스에서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뜻하는 AGI의 완성 시기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놨다. 그러며, 사람보다 ‘똑똑한 AI’가 미래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적용될 거라고 말했다.

김종권 교수에 따르면, 미래 에너지산업의 방향은 신재생 에너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지속적으로, 안전성 있게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특히 매년 장마가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더욱 그렇다. 이럴 때, AI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AI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신재생 발전량 예측, 시스템 스케줄링, 고장 감지 및 원인 분석으로 나뉜다”며, “이 중 발전량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예측이 선행돼야 안정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 에너지는 발전량을 예측함으로써 양을 조절해 발전하고, 남은 전력을 저장과 재전환, 배전과 소비, 소비와 생산 등을 반복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치중하게 될 것이다. 이를 인간의 힘으로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AI가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김종권 석좌교수의 발표에 많은 관계자가 모였다. ©중기이코노미

주제 발표 후,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김종권 교수는 국내 에너지기업의 현주소에 대해 추가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예측, 고장 감지와 원인 분석에 초점을 맞춰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아직 조절 분야에는 연구가 미약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AI가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종권 교수는 “현재 학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AGI 시대가 도래하면 과연 인간은 어떻게 될까’이다. 이미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고, 이런 변화가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지 생성 AI가 나온 이후부터 이미지를 관리하는 직업의 구인광고 수가 30% 줄었다는 통계가 있고, 엔지니어링, 프로그래머 역시 상당수가 직업을 잃었다. 가까운 미래에 에너지 AI로 노동력이 대체되면서 연구개발자와 관리자들이 직업을 잃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I는 위험하다’며 구글 석학연구원직을 사직하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턴 교수의 의견에 일부 동의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허황된 얘기라고 생각했던 AGI가 현실로 다가왔고, 이미 개발된 AI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일례로, 언어능력에서 챗GPT의 아이큐는 155이고, 수리영역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상 수준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공지능이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하는 원동력과 본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10~20년 간은 AI의 발전이 인간과 산업계에 이로운 면이 크지만, 20~30년 이후부터는 우리 사회가 암울해질 수도 있다”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적인 측면도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에너지 분야의 인공지능 현주소는 ‘안전 지킴이’

㈜파워원시스템의 관계자가 전기실에 들어가기 위한 오케이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예측, 감지, 분석에 특화한 AI는 현재 국내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안전’ 분야에 초점을 맞춰 진화하고 있다. 이에 중기이코노미가 AI를 활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만나봤다.

㈜파워원시스템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전사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AI 기반의 현장 안전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회사의 이정훈 차장은 “전기실 내 고·저압 차단 기반 및 수배전반에 대한 조작, 점검 작업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원인을 예방함으로써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사실 발전사마다 ECMS(Electrical Equipment Control Monitoring System)라는 전기설비 보호 감시 제어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안전상 허술한 점이 있었다. 작업자가 배전반에 들어갈 때 종이에 수기로 작성한 후, 현장에서 키를 받아 어디든지 열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워원시스템이 개발한 ‘수배전반 스마트 안전 설비’는 시스템과 키오스크가 연동된 구조로, 작업 허가권이 주어진 후, 전자 태그를 통해 전기실로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가 안전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등 승인을 위한 절차가 꼼꼼히 진행되고, 승인이 이뤄지면, 작업이 필요한 수배전반의 판넬만 열 수 있다. 또, 실화상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로 이뤄진 무빙박스가 평상시보다 높은 온도가 감지되면 알람을 울려준다.

이정훈 차장은 “작업이 끝나면 누가 작업을 지시했는지,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등 모든 기록이 키오스크와 메인시스템에 기록된다”며, “편리성과 효율성뿐만 아니라 안전성까지 다 잡았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하이브시스템의 가스 누출 탐지 솔루션. 이 모델은 2021년부터 3년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과제로 개발한 모델로 방폭 구조로 돼 있다.

㈜주원의 전기차 화재 감시 열화상 시스템 ©중기이코노미

㈜하이브시스템은 발전소, 화학 공장, 비료 공장 등 유해가스가 나올 수 있는 플랜트 환경에서 24시간 동안 특정 포인트마다 가스 검출 감시부터 검출 시 위험성, 처리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복합솔루션을 내놨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메탄이나 암모니아 등 특정 유독가스를 감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가스를 직접적으로 감지하는 하드웨어적인 기술 외에 최근에는 코딩 기술을 활용해 특정 가스의 빅데이터를 받아 딥러닝 및 AI 학습을 통해 해당 가스의 유무를 판별한다”며, AI 기술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에너지 공급 기술이 전기로 전환되면서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기술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이에 ㈜주원은 전기차 화재를 신속하게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들고나왔다. 주차장의 빈자리 유무를 알려주는 상부 경광등 자리에 실화상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가 부착된 감시시스템을 달아 주차면 2~3개를 한꺼번에 감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회사의 장민석 과장은 “카메라에 불꽃 감지, 가스 감지 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어 초동 조치를 빨리할 수 있다”며,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담당자에게 문자메시지, 소리, 경광등 같은 알람을 준다. 또한, 알림이 울리면 소화 시스템이 바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연계해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에는 오탐을 줄이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할 거로 예측했다. 장 과장은 “여름철에 열기를 많이 머금은 자동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거나, 오토바이처럼 배기구가 노출된 차량이 들어오면 알람이 잘못 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오탐을 줄이기 위한 알고리즘 장착에 힘쓰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95% 이상 오탐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AI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시스템은 청정 소화약제가 들어있는 튜브에 압력 센서를 적용한 스마트 화재 감지시스템인 ‘스마트 소화 튜브’를 선뵀다.

이 회사의 권기섭 이사는 “주변의 온도가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튜브가 터지면서 FM-200이라는 천연 소화약제가 분사된다. 주변의 위험요소를 예상해 1차, 2차에 걸쳐 알람을 주고, 화재로 인해 소화시스템이 작동하면 안전 관련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준다”며, 정확도와 속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