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통신·화면극복 하면 스마트워치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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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자체통신·화면극복 하면 스마트워치가 대세” 웨어러블기기 제조기업 ㈜모폰웨어러블스 김석기 대표

기사입력2015-04-04 00:00

스마트폰에 이어 이번에는 스마트워치(Smartwatch) 전쟁이다. 2010~2011년이 스마트폰 보급화의 원년이었다면 2015년은 스마트워치 상용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체에 착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일컫는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 시대의 도래다.

올해가 웨어러블 기기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데는 여러 기관에서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는 웨어러블 기기의 전 세계 판매량이 지난해 1760만대에서 올해 5120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조성은 연구원은 웨어러블 기기 가운데 스마트워치의 전 세계 판매량이 지난해 약 500만대에서 올해는 2800만대, 내년에는 58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웨어러블 기기 국내 제조기업인 ㈜모폰웨어러블스의 김석기 대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김 대표는 “4월 애플워치 출시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경쟁사들이 시장을 장악하며 스마트워치 판매량이 연간 5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폰웨어러블스 김석기 대표. ©중기이코노미

다만 스마트워치가 지금 스마트폰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는 자체 통신기술입니다. 애플워치는 와이파이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아이폰 없이는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기어S는 유심칩을 끼워 자체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죠. 애플워치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체 통신이 가능한 방향으로 바뀔 거라 봅니다”

이와함께 스마트워치의 작은 화면도 걸림돌로 지적했다.

“사용자들의 요구 때문에 스마트폰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스마트워치는 너무 작습니다.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구글 글래스’와 같은 안경형 디스플레이라 보는데 아직 기술이 만족할 만할 수준은 아닙니다. 안경형 디스플레이가 일반 안경과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갖추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스마트워치 시장, 스타트업이 진입하기에는 무리”

김 대표가 운영 중인 모폰웨어러블스도 손목에 찰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기획해 시제품 테스트까지 마쳤으나 장고 끝에 지난해 하반기에 프로젝트를 접었다. 2014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삼성(120만대)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70만대)를 차지한 미국의 스마트워치 제조 스타트업인 ‘페블’처럼 되기에는 늦었다는 판단에서다.

“페블이 진출한 지난 2013년만 해도 스마트워치가 드물었습니다. 이 회사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자금을 모은 뒤 시장에 진입해 큰 성공을 거뒀죠. 올해는 얘기가 다릅니다. 애플의 ‘애플워치’에 이어 LG전자의 ‘어베인’, 삼성전자의 ‘오르비스’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그런 기업들과 경쟁해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스마트워치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인증 과정도 발목을 붙잡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심박 수나 소모 칼로리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는 의료 임상실험을 거쳐야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스타트업이 이같은 절차를 밟은 뒤 제품을 출시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UX 디자이너 출신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맡았고 중앙일보에서 뉴디바이스 사업을 총괄했다. IT 컨설팅 전문업체인 로아컨설팅에서 모바일 컨설턴트로도 일했다. 디자인, 인터넷, 모바일 등 여러 전문분야에 두루 몸을 담아온 그다.

“IT업계라는 게 똑같은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PC통신이 가장 잘 나갔는데, 그때 일하던 사람이 다 남아있을까요? 아니죠. 인터넷으로 옮겨왔습니다. 이제 인터넷은 또 모바일로 가고 있고요. 전통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제 업종이 바뀐 것이지만 IT 생태계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미국 스타트업 페블테크놀로지의 스마트워치 ‘페블’. 페블은 2014년 연간 70만대가 판매되며 삼성전자 이어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사진=위키피디아>

“주민번호는 무작위 숫자로…개인정보는 최소 수집해야”

한국콘텐츠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김석기 대표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 문제에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내 정보로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는 겁니다. 개인정보로 할 수 있는 일, 정말 많습니다. 다만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뿐이죠. 이미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시장이 암암리에 형성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보호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한번 부여받으면 바꿀 수 없는데다 유일무이한 개인 식별코드이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편리하지만 유출됐을 때는 문제가 커진다. 여러 개의 기관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경우 주민번호가 핵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가령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A 사이트 회원정보 란에는 전화번호와 주소를 기재하고 B 사이트에는 가족사항과 취미를 적었다고 가정해 보자. 해커가 A 사이트와 B 사이트에서 개인정보를 빼왔다면 두 사이트에 있는 개인정보를 병합시켜주는 수단이 바로 주민번호다. 이렇게 다수의 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다 보면 개인별로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 프로필이 만들어진다.

“주민번호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외국은 무작위 숫자로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은 생년월일, 성별, 태어난 지역까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정부에서 주민번호 변경을 추진한다면 무작위로 된 숫자로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회원가입시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대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관 및 기업에서는 최소한의 정보만 요구해야 합니다. 홈페이지를 이용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는 아이디와 이메일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심지어는 마케팅 회사에 팔아넘기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규제도 필요합니다”

“핀테크, ‘혁신’ 아닌 헤게모니 싸움”

최근 정부에서 적극 지원 중인 핀테크(Fin-Tech, 기술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핀테크는 혁신이 아닙니다. 쭉 해오던 것들인데 요즘 들어 더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뿐이죠. 지금까지 기술이 없어서 핀테크를 못해 왔던 것도 아닙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에도 있었습니다. SK텔레콤이 주도했던 ‘모네타’ 사업입니다”

SK텔레콤 모네타 사업은 휴대폰을 전용 단말기에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SK텔레콤은 전국에 수십만 대의 결제단말기를 설치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결국 상용화에 실패했다. 김 대표는 모네타 사업의 실패가 서비스의 문제가 아닌 헤게모니 싸움에서의 패배라고 진단했다.

“결제서비스에는 여러 개의 이해당사자들이 맞물려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부가가치통신망(VAN)사,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죠. 모네타가 실패한 건 이동통신사가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정착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핀테크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