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기술발전…사회시스템 재편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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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인구감소·기술발전…사회시스템 재편 신호” ‘역피라미드’ 구조에 맞춰야…고령친화산업 전략적 육성을

기사입력2025-08-05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구가 감소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출산장려 정책을 넘어 기존 사회시스템의 전면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는 국회 국가비전2050포럼이 4일 개최한 ‘인구와 기술 변화가 가져올 미래’ 토크콘서트에서 “인구 감소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사회구조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인구감소는 구조재편 신호…‘역피라미드’ 시스템 필요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저출산 국면에 접어들었다. 2002년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지며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됐고, 출생아 수는 2001년 60만명 수준에서 2002년 40만명대로 급감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계속돼 2018년에는 출산율이 처음으로 1.0명 아래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0.78명까지 낮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에 따라 예산을 집행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저출생 대응 예산이 47조원에 달했음에도, 이 중 핵심과제에 직접 투입된 예산은 절반 수준인 23.5조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의 87%가 양육지원에 집중된 반면, 일·가정 양립지원 예산은 8.5%에 불과해, 저출생의 근본원인 중 하나인 ‘일·생활 균형’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대해 박 교수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단순한 수적 축소나 경제활력 저하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재편되는 전환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지 노동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소비, 투자, 교육, 주거, 돌봄, 의료 등 모든 영역의 수요 구조와 서비스 방식이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역(逆)피라미드’ 형태 인구구조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의 회복은 더 이상 현실적인 기대가 아니다”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단기적인 출산 장려책이나 과거 인구모델에 기대는 것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 구조에 맞는 의료, 복지, 교육, 노동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정된 미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곧 국가의 위기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등을 예로 들며, “우리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들도 자신들의 규모에 맞게 행정과 복지,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하며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더 작고 민첩한 정부, 고효율 행정, 기술 기반 복지 인프라로 전환할 경우 인구가 많을 때보다 오히려 더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며, 인구감소를 전제로 한 사회 전환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은 사회 설계의 중심…고령친화산업 전략적 육성을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는 4일 국회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인구 감소는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사회 구조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박 교수는 기술이 더 이상 정책을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질서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며, “이제는 기술이 먼저 현실화되고, 법과 제도가 그 뒤를 따라가는 시대”라고 했다.

특히 고령화와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 주목하며, “고령인구가 늘면서 돌봄과 건강 관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데, 이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 기반의 자동화, 원격 모니터링, 로봇 돌봄 등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요 확대를 넘어, 복지 시스템의 작동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령층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주체이자 산업의 중심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 주거, 여가, 교통, 식품, 스마트기기 등 고령층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는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령자 맞춤 일자리, 평생교육, 지역사회 참여 확대 등도 병행돼야 한다며, “고령친화산업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책 추진력을 갖춘 정부 전담조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이 IT산업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보통신부라는 전담부처를 통해 정책, 예산, 제도를 일관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조직의 권한과 위상이 정책 성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구 관련 위원회는 대부분 자문기구 성격에 머물고 있으며, 실질적인 권한이나 예산 집행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용, 복지, 교육, 국방 등 거의 모든 부처와 연결된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담 부처나 기구가 필요하다”며, 정보통신부처럼 강력한 정책 설계 및 실행 기능을 갖춘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