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과 ‘종속적 관계’여야 근기법상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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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사장과 ‘종속적 관계’여야 근기법상 근로자 특수형태종사자, 사용자 구속성·독립사업자성·보수성격 판단

기사입력2014-03-04 06: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노무사

캐디,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지입차주인 레미콘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란 점은 앞서 밝힌 바 있다.<중기이코노미 경영정보 2월24일, 관련기사 아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면서 대법원이 제시하는 논거를 보자.

근기법상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실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면 근로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사장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간의 계약이 도급계약이든 위임계약 또는 고용계약이든 관계없다.

대법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사장간의 ‘종속적인 관계’가 없다고 보아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모두가 특정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돈’을 벌고 있다. 대법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사장간의 ‘종속적인 관계’가 없다고 보아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종속적인 관계’가 되기 위한 요소들에 대해 대법원은 “①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 졌는지 ⑥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⑦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다.

캐디·레미콘기사, 사용자의 구속성 강해 근로자성 인정 여지

이상의 8가지 요소 중 ①, ②, ⑦은 노무공급 과정 또는 결과 전반에 대해 사용자에 의해 구속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캐디와 레미콘기사의 경우 근로시간, 장소, 내용 모두가 사장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많다. 반면 학습지교사 특히 보험모집인의 경우 업무내용은 정형화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근무시간, 장소의 구속성이 덜하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

더욱이 학습지교사와 보험모집인의 상당수는 ③, ④요소와 관련 이들이 자신의 계산으로 영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 그에 따른 수수료 감소 등 영업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사업자성이 강하다. 반면 캐디와 레미콘기사의 경우에는 골프장 내방객에게만 노무를 공급하고, 정해진 거래처에게만 레미콘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독립사업자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학습지교사·보험모집인, 독립사업자성 강해 근로자성 부정 여지

특히 레미콘 기사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엔 근로자 신분이었지만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비근로자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미콘기사 입장에선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똑같은 일을 반복 수행한다. 달라진 것은 레미콘차를 한 대 사거나 사장한테 불하받았다는 것 하나뿐이다.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요소 8가지 중 남은 것은 ⑤, ⑥, ⑧인데, 이와 관련 대법원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 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입차주인 레미콘 기사도 그렇지만 캐디는 현재 대법원의 판례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에도 근기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한 골프장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사진=KLPGA/뉴시스>

노무공급 과정에서 사용자의 구속성이 강하고, 독립사업자성이 존재하지 않는 캐디와 레미콘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더라도 ⑤, ⑥, ⑧ 요소 가운데 ‘보수’의 성격 정도일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지급의 주체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임금을 받아야 한다. 캐디의 경우 캐디피를 사용자가 아닌 골프장 이용객에게서 받았다고 대법원은 캐디피가 임금이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대법원이 실질보다 형식을 우선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골프장의 경우 캐디피가 예컨대 9만원이라면 이용객에게 또 캐디 모집시 이를 공지한다. 상당수 골프장은 이용객이 정해진 캐디피를 주지 않은 경우 차액분을 이용객에게 대신 받아 캐디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캐디가 정해진 캐디피 이상을 이용객에게 요구할 경우 이를 제재하기도 한다.

실질에 있어 사용자가 최소한의 캐디피를 보장하고 있다면, 캐디에게 지급되는 캐디피는 사용자가 지급해야 할 임금을 이용객에게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형식만을 갖춘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입차주인 레미콘 기사도 그렇지만 캐디는 현재 대법원의 판례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에도 근기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될 수 있는 여지는 많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