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인증 폐지해 저변확대·기업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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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사회적기업 인증 폐지해 저변확대·기업육성” “영리·비영리 성격 혼합한 제3의 법인격 신설할 필요도 있어”

기사입력2017-07-12 20:5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새 정부에서 사회적경제가 일자리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사회적경제의 성장 및 확대를 가로막는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인증제를 폐지해, 인증 문턱을 넘지 못한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를 아우르는 제3의 법인격 모델을 발굴·육성함으로써 사회적경제 저변을 확대하고 경쟁력도 키우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가 12일 개최한 ‘사회적경제와 좋은 일자리창출 토론회’에서는 사회적경제 인증제를 폐지하고,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를 아우르는 제3의 법인격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에스이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김성기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가 12일 개최한 ‘사회적경제와 좋은 일자리창출 토론회’에서 “경쟁력 있는 사회적기업의 사업모델이 태동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숙제”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사회적기업 인증이 조직의 자율권과 독립성 침해”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요인으로는 정부의 인증제도로 대표되는 선별적 지원정책과 소극적인 재정투자, 취약한 사회적기업 생태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와 ‘취약한 사회적기업 생태계’는 동전의 양면이고, 원인과 결과가 중첩된 사안이다. 국가기관의 인증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육성 및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인증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사회적경제 본래 목적에 맞는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는 단체가 유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김 이사장은 사회적기업 인증제도 폐지 또는 전반적인 재조정을 주장했다. 정부의 선호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율권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증제를 폐지해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면 협동조합, 시민단체, 풀뿌리단체, 소셜벤처 등 전국 또는 지역단위에 산재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사회적기업으로 편입·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결론이다.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인가권을 지방정부에도 이양해야 한다는 제안도 함께 덧붙였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복지, 교육, 문화, 고용, 지역개발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지역사회 주체가 소유하는 사회적기업의 이념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의 복지, 고용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지방정부로 인가권을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사회적경제, 우리 공동체가 다듬고 가꾸어야 할 대상

일자리창출은 물론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국민성장’의 동력으로써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은 통계자료로 입증됐다. 2007년 사회적육성법 제정이후 10년간 인증지원제도를 통해 사회적기업은 그 수가 30배이상, 고용규모는 10배이상 증가했다.

2016년 기준 사회적기업의 3년생존율은 91.8%로 일반기업 53.5%에 비해 높다. 또 사회적기업의 고용실태는 올해 5월 기준 3만8148명, 이 가운데 취약계층이 61.3%다. 특히 사회적기업 목적에 부합하는 취약계층 60%대 고용률을 감안하면, 사회적기업은 우리사회 공동체가 다듬고 가꾸어야 할 대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총 고용대비 사회적기업의 고용비중은 0.82%에 불과하다. 스웨덴(11.16%), 벨기에(10.30%), 네덜란드(10.23%), 이탈리아(9.74%) 등에는 한참 못미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사회적경제 일자리가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일자리로 인식되고, 실제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이사장도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일자리 질 측면에서 보면 근로자의 역량강화, 민주적 참여 등 노동조건은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다만 전체 산업과 대비해 임금수준이 매우 낮아 매력있는 일자리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제3의 사회적경제 조직 모델을 뒷받침할 법체계 정비 필수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편 한국의 법체계를 보면, 비영리법인은 민법에 따라 규율된다. 반면 주식회사·유한회사 등의 회사는 상법의 적용을 받는 등 비영리영역과 영리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혼합 영역을 담을 수 있는 사회적조직 형태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사회적기업을 비영리법인 형태로 설립·운영할 경우, 사회적 목적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고 조세상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은 일정 수의 회원 및 일정금액의 기본자산이 필요하고,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설립절차가 까다롭다. 또 비영리 사회적기업이 수익활동을 하는 경우, 비영리성 및 사회적 목적과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업운영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의사결정과 집행의 신속성 및 효율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사회적기업을 영리법인 형태로 설립하면, 대부분 상법상 주식회사를 선택하는데 주식회사는 이윤추구의 극대화에 적합한 법인형태로 운영방식이 사회적 목적과 충돌하기 쉽다. 또 비영리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일정기간 동안 인센티브를 받은 후 반납하고, 정관변경을 통해 수익사업과 함께 기본자산을 처분해도 막을 수 없다. 인증제도를 악용한 사례이지만, 현행 법체계 내에서는 규율할 수 없는 허점이다.

양동수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대표 변호사는 “영리·비영리를 혼합해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표지로 하는 제3의 법인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 변호사는 새로운 법인격은 상법 내에 새로운 회사의 형태로 규정하는 방법과 사회적육성법 내에 ‘사회혁신회사’, ‘사회목적법인’ 등의 명칭을 붙여 특수법인 형태로 규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