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다방 여종업원’ 근로자…그런데 캐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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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티켓다방 여종업원’ 근로자…그런데 캐디는? 고법, 사용자의 구속성·보수의 노무제공 대가성 인정

기사입력2014-05-23 00:00

박현진 객원 기자 (kpla123@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박현진 공인노무사

2010년 6월 티켓다방 종업원 A씨가 차 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출혈 진단과 함께 식물인간이 됐다. A씨의 어머니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A씨가 근로자가 아니란 이유로 요양급여신청을 거부했다.

공단의 불승인처분에 대해 A씨의 어머니는 법원에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원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항소심 서울고등법원(제11행정부)은 A씨를 근로자로 판단하고 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와 함께 A씨에 대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서울고법 선고 2014.1.22. 2012누17041) 이른바 ‘티켓다방’ 여종업원은 근로자다.

근로자성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노무공급 과정·형태 전반에 대한 사용자의 구속성 여부, 독립사업자성 여부, 보수의 노무제공 대가성 여부 등 ‘사용종속관계’를 외형적으로 드러내는 8가지 징표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 역시 동일한 잣대를 들이댔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노무공급 과정·형태 전반에 대한 사용자의 구속성 여부

서울고법은 ‘여종업원이 차 배달 주문을 받고, 차를 배달한 후 매일 그 수입금 전부를 사용자에게 전달했으며,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전화응답, 주방업무 등 부수적인 업무도 수행했다’고 보아 ‘여종업원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직·간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주·야간조 3명씩 근무하는데 여종업원이 늦을 경우 출근을 독촉했던 사실, 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여종업원들에게 그만 두라고 말했던 사실’ 등을 인정하면서 ‘근태에 따라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을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고법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여종업원들이 다방 영업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차 배달 등의 근로를 제공해야 했으며, 그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는 근로자였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생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골프장 캐디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인했던 최근 대법원 판례 때문이기도 하다.

업무수행 과정·형태, 근로시간·장소의 결정 및 위반시 제재의 방법 및 정도 등과 관련해 골프장 캐디와 티켓다방 여종업원 중 어느 쪽이 더 사용자 구속성이 강한 것인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서울고법은 다방 여종업원들에 대해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서 골프장 캐디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은 부인됐다. 업무수행 과정·형태, 근로시간·장소의 결정 및 위반시 제재의 방법 및 정도 등과 관련해 골프장 캐디와 티켓다방 여종업원 중 어느 쪽이 더 사용자 구속성이 강한 것인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한 골프장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사진=KLPGA/뉴시스>

독립사업자성 여부

서울고법에서 티켓다방 여종업원의 독립사업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쟁점이 되지 않았다. 차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주방시설 및 집기가 사용자 소유였다. 또 차 배달하고 매일 그 수입금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업무의 성격상 여종업원이 또 다른 여종업원을 고용해 차 배달을 시키는 경우와 같이 여종업원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의 노무제공 대가성 여부

이 사건 사업장의 경우 차 한 잔을 2500원 정도로 계산해 차 배달 수익금을 사용자 6, 여종업원 4의 비율로 나눠 가졌다. 사용자는 여종업원들로부터 차 배달 수익금 전부를 전달받아 보관하고, 월말에 각 여종업원의 실적에 따른 차 배달 수익금을 정산해 지급했다. 차 배달 수익금 이외 여종업원들에게 지급되는 별도의 기본급이나 고정급은 없었다.

이와 같은 보수지급 방식에 대해 서울고법은 “사용자가 차 배달 수익금을 직·간접적으로 규제하고 관리하면서 정산한 일정 금액을 여종업원들에게 분배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았다. 택시기사가 고객으로부터 택시요금을 받아서 그 전액을 사용자에게 사납금으로 입금하고, 임금지급일에 사납금의 일부를 정해진 비율에 따라 임금으로 지급받는 것과 같은 성과임금으로 판단한 것이다. 출근일에 따라 고정급이 있는 택시기사와 달리 여종업원에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없다는 사실은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재판이란 것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티켓다방 여종업원 모두가 또는 다수가 근로자로 판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하급심 법원을 구속함으로써 사실상 규범적 효력을 갖는 대법원 판례도 아니다.

티켓다방 여종업원이 근기법상 근로자가 되면

티켓다방 여종업원이 근기법상 근로자가 되는 순간 해당 여종업원은 근기법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여종업원을 고용한 사용자는 근기법에 따른 사용자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우리 법원은 근기법상 근로자인 경우 노조법상 권리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론 노동조합 설립, 단체교섭 나아가 차 배달 수익금 인상을 위한 파업도 가능하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 사건 사업장의 경우 근기법이 모두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이기 때문에 주휴일과 연차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1일 8시간 또는 40시간을 초과한 경우 시간외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야간에 근로한 경우 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등등…. 티켓다방 사장으로서는 폐업 또는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티켓다방 여종업원의 일자리도 없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보면 캐디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속내에는 법리적인 판단보다는 사회·경제적인 논리가 더 앞선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티켓다방 여종업원과 캐디의 근로자성을 다툰 사건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하나다. 티켓다방 사장에 비해 골프장 사장의 사회·경제적 나아가 정치적 힘은 상호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하다는 점이다.[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대표 공인노무사 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