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에 가면 ‘관우’보다 ‘교치용’을 얘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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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산시성에 가면 ‘관우’보다 ‘교치용’을 얘기하라 식사자리에서는 손님들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비즈니스에 도움

기사입력2019-05-08 09:54

동옥분 객원 기자 (yufen75@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클래스통번역 동옥분 대표

미팅을 마치고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는 거래처 상사와 직원들이 손님이었다. 상사 앞에 놓여있는 반찬을 새로운 반찬으로 바로 채워주고 술을 권하는 등 상사만 챙겨주고, 나머지 직원들을 챙겨주지 않으면 식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볼일이 있다고 자리를 뜨게 된다. 진짜 볼일이 있는 사람은 식사자리에 와서 먼저 양해를 구한 다음, 식사 중간에 자리를 뜨는 게 예의다. 느닷없이 볼일이 있다고 자리를 뜨겠다고 하면, 오늘의 손님대접은 소홀히 했다는 뜻이다.

이런 식사자리에 오게 된 이유는,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깝게 지내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클텐데 주인은 안중에 없다고 하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일인향우, 만좌불낙(一人向隅, 满坐不乐)’, 즉 한 사람 때문에 분위기를 망친다는 의미다. 그래서 식사대접을 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하겠다.

식사를 하면서도 누가 서운해 하는지, 잘 챙기고 있는지 둘러볼 필요가 있다. 항상 주위 사람의 얼굴 표정을 살피고, 대화할 때 반응을 눈여겨봐야 한다. 만약 냉대를 받은 사람이 향후 당신과 앞날을 같이 갈 수 있는 사업파트너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면, 그 사업은 이미 반은 성공한 셈으로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타이위안에 가장 유명한 상인이라면, 소설·드라마 ‘차오자다위안(乔家大院)’의 주인공인 진상(晋商) 교치용(乔致庸)이다. 사진은 소설책 차오자다위안 표지.<제공=동옥분 대표>

중국 산시성 타이위안(山西省太原)의 한 부동산 건축업자가 마련한 식사자리는 항상 기대가 되고 즐거웠다. 그는 지역 음식에 대한 설명으로 운을 뗀다. 식사 중간에 만담가(单口相声)를 불러와, 식사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순서에 따라 관상을 보면서 일종의 덕담을 나눈다. 그 뒤에도 식사자리에 칼국수 묘기를 식탁 앞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그날 분위기는 완전 ‘업’됐다.

타이위안에 가장 유명한 상인이라면, 소설·드라마 ‘차오자다위안(乔家大院)’의 주인공인 진상(晋商) 교치용[乔致庸, 1818~1907년, 타이위안 치현(祁县) 출생]이다. 비슷한 시기에 홍정상인(红顶商人) 왕치[王炽, 1836~1903년, 윈난성 미러(弥勒)현 출생]가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교치용을 진정한 상인으로 생각한다. 교씨의 경우 집안 대대로 상업에 종사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에도 비즈니스로 출장을 다녀봤는데 식사자리에서 다양한 이벤트로 분위기를 내고 상대방의 마음을 잡는데는 타이위안이 제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독특한 것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사례인데, 앞서 얘기한 이 부동산 건축업자는 한국과 유사한 ‘계모임’도 가지고 있었다. 친구나 뜻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올 한 해는 한 친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사업이 정상 궤도로 올라올 때까지 품앗이로 일을 거들어 주는 것이었다. 그 다음 해는 다른 친구를 밀어줘 사업을 이루게 한다.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서로 밀어줘 각자 하나의 사업을 가지게 했다.

오래전 읽은 소설책 ‘차오자다위안(乔家大院)’을 연상시키며, 식사자리에서 교치용(乔致庸)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산시성에 가면 관우(关羽)를 운운하는 것도 좋지만, 교치용(乔致庸)을 얘기하면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식탁에서 서로 기분 좋게 얘기를 할 수 있는 화젯거리로 적격이었다.(중기이코노미 객원=클래스통번역 동옥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