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5대 경제리스크 정치선동일뿐 실체없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황교안 5대 경제리스크 정치선동일뿐 실체없다 리스크가 그렇게 걱정되면, 국회에 들어가서 입법으로 해결해라

기사입력2019-06-15 07: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세계 각국은 5G시대로 앞다퉈나가고 있는데, 우리 경제는 5대리스크, ‘5R’에 발목 잡혀있다. ▲최저임금 ▲민(주)노총 ▲탈원전 ▲규제 ▲포퓰리즘이 5가지 리스크, 5R이 우리경제를 폭망으로 몰아가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어 “우리 당은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중심으로 5대리스크 해소와 경제폭정 저지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에 대한 그의 진단·처방이 맞고 그르냐를 떠나, 일단은 진일보한 발언이다. ‘좌파경제(폭정)’란 딱지를 붙이고,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전부를 싸잡아서 비난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황교안 대표는 한국경제가 폭망으로 가고, 그 주범이 문재인 정권의 5R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민주노총을 때려잡았던 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경제가 쌩쌩 돌아갔는지. 세계 최대 핵단지를 목표로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을 허가하고, 전문성과 보안 등을 명분으로 특정기관 출신의 원전마피아를 양산해, 지금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쓸데없는’ 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규제를 ‘암덩어리’ 또는 ‘원수’로 규정하고 ‘규제와의 전쟁’을 한 것도 박근혜 정권이다. 포퓰리즘을 극도로 혐오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장관은 물론 비서실장의 대면보고도 피하면서, 골방에서 최순실과 국정을 농단한 죄로 감옥에 갔다. 그런 대통령과 최순실을 보호하고 감싸줬던 당사자, 최소한 이들의 범죄를 묵인했던 이가 황교안 대표 자신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교안 대표가 언급한 5대리스크. 다섯가지 모두가 리스크인지도 불분명하다. 최저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들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최대 현안이 아니다. 또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내일모레 ‘폭망’할 절대절명의 과제도 아니다. 5대리스크 해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존재하지만, 한국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도 아니다. 또 황 대표는 5대리스크만 해소하면, 한국경제가 하루아침에 저성장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지만 잘못된 진단이다.

“민(주)노총 귀족노조들의 일자리 독식만 막아도 수만, 수십만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1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한 말이다. 선동도 정도껏 해야지, 제1야당 대표가 할 소린 아니다. 청년실업에 대한 생각과 고민 자체가 없으니, 해법이란 게 이처럼 엉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황 대표는 중소기업 사장님에게 ‘사내카페를 멋지게 만들면 청년인력을 유인할 수 있다’고 훈수를 뒀다. 청년들에게는 ‘젊은이들의 인식’을 탓하며, 대기업·공무뭔 말고 중소기업에 가라고 했다. 황 대표가 제시한 청년실업 대책이다.

‘탈원전’이 왜, 리스크인가. 독일·이탈리아·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이 ‘원자력 제로화’를 선언했는데, 이들 국가 모두가 리스크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인가. 미국·영국 등 세계 각국이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당장 원전을 폐쇄하자는 것도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여가는 문제와 한국경제의 미래가 무슨 큰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원자력산업 경쟁력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재벌대기업 편향의 산업생태계를 대·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로의 복원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쟁력이 하향추세로 돌아선 자동차·전기·전자·조선·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연착륙 방안도 마련돼야한다.

‘규제’ 완화가 선(善)인가? 그렇지 않다. 시장 또는 사회를 불문하고 공사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규제만이 우리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이런 이유로 공익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더 강화해야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독점과 지대를 보장하는 규제는 철폐되는게 마땅하다. 여기에 황교안 대표가 동의한다면 규제완화 주장만하지 말고, 구체적인 규제의 내용 및 문제점과 그에 따른 개선방안을 제시해야한다. 그런데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 자리에서 최근 조업정지 예고처분을 받은 제철업계의 일방적 주장을 규제로 포장하는 등의 정치선동을 했다. 어제는 ‘재앙수준에 다다른 미세먼지’라고 정부를 질타했던 황 대표다. 그가 오늘은 제철공장이 미세먼지를 배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한다.

‘포퓰리즘’ 리스크 주장 또한 실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총선용 포퓰리즘으로 국가재정까지 망가뜨리고 있다”고 했다. 아마 추경안의 문제점을 말하나본데, 그렇게 걱정이 되면 국회에 들어가서 심의하고 깎으면 될 일 아닌가. 법으로 정해진 회기마저 팽개치며, 전국을 떠돌면 포퓰리즘 리스크가 해소되나.

황교안 대표의 5대리스크 주장 중 그나마 한국경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사안은 최저임금 문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은 지난 2년과 비교해 상당히 낮아질 것이란 게 노동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리스크는 이미 한국경제에 반영됐다고 봐야한다. 남은 과제라면,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세기업·자영업자에 대한 보전책 마련이다. 이 문제 역시 자유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해 집권여당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일이지, 밖으로 떠돌면서 리스크라고 선전할 일이 아니다.

황교안 대표, 그는 이제 민주노총 타령이나 불러대는 공안검사가 아니다. 주로 대통령의 하명만을 이행하는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도 아니다. 그는 이제 국민의 삶을 헤아려야 하는 정치인이고, 게다가 국회의원 112명을 거느린 제1야당의 대표다. 그런 그가 원하는 ‘대권’을 쥐고 싶다면, 자신의 정치를 통해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 그 사실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있어야한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지만, 입법권을 원칙적으로 독점한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황 대표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거리를 떠도는 이미지 정치보다, 민생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입법정치다. 황교안 대표 말마따나 5대리스크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면,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해라.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