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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전기 사오는’ 민간발전사는 흑자인데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 것도 한전 적자 원인…기업 퍼주기 정책 우려 

기사입력2022-06-21 10:41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전기요금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20일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내세워 h3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일 뿐 한전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한전은 국제유가 인상으로 적자를 감내할 수 없을 정도라고 수차례 토로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연료가격 등 원가를 중심으로 결정되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이라 주장하며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공약은 인수위 때 폐기 내지는 변경의 수순에 접어들었다 할 수 있다.

 

유가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는 지난 202012월에 도입됐지만 제대로 안착되지 못했다. 코로나 정국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의 고통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정치논리가 우선 작용한 결과였다. 그런 이유로 한전의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한 면도 있다. 이제라도 오른 유가를 반영해서 적자폭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이라 주장하며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설명도 설득도 없이 국제유가를 핑계로 은근쓸쩍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전기계량기. <사진=뉴시스>
그러나 연료비 연동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한전 적자의 원인을 투명하게 조사하고, 적자 해결방안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가 완화돼 부담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전기요금 부과체계는 여전히 국민들보다는 기업이 중심이고, 많은 전기를 쓰는 기업일수록 전기를 싸게 쓴다. 주택용 전기만 하더라도 단독주택들이 주로 공급받는 저압 요금이 아파트 등 대단지에서 공급받는 고압 요금보다 저렴하다. 전기요금이 오르고 폭염 기간에 사용량이 늘어난다면 완화된 누진제라 하더라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고, 기업들과의 요금 형평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전기는 기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수단이라 주택용 전기 수요를 최대한 억제했던 산업화 시대의 전기요금 체계, 국민의 편의가 우선되도록 전기 공급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한전의 막대한 적자는 수입보다는 지출이 크기 때문이다. 수입이 전기요금이라고 한다면 지출은 전기를 사오는 가격이다. 수입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지출이 제대로 되었는가 살피지 못하면, 국민 부담만 가중되고 적자는 메우기 힘들다. 한전이 적자라고 하지만, 전기를 사오는 민간 발전사들은 수년째 대규모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4분기만 하더라도 SK E&S는 작년 같은 분기 14억원 영업이익에서 1051억원으로 늘었다. 파주에너지, 포스코에너지, GS EPS 등 대기업 발전사 모두가 하나같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한전의 막대한 적자는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 미적용 때문만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정도로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구매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들은 오르는 물가에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푸념,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하소연도 빈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유가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데 전기요금만 묶어 놓으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이라 주장하며 전기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공약을 설명도 설득도 없이 국제유가를 핑계로 은근쓸쩍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전의 독점전력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전기의 생산을 넘어 판매까지 기업이 개입하게 된다면, 국민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까?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막대한 이익을 축적하는 민간 발전사 형태만 보더라도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업 퍼주기가 될까 걱정스럽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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