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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과 자영업자 빚…국가 역할 부재가 원인

성격은 다르나, 곧 다가올 ‘부채의 역습’ 대비해 탄탄한 방안 마련을 

기사입력2022-07-19 00:00
신동화 객원 기자 (hwa@pspd.org) 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지난 1주일 동안 기자들로부터 가계부채와 관련된 입장을 묻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628일 개인회생 중 투자 실패 비용을 변제금액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실무준칙을 발표했는데, 과연 이것을 합당한 조치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 확인이 주를 이뤘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손실까지 공적채무조정으로 털어내게 할 경우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고, 노동경시 풍조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제기됐다. 하지만, 앞으로 대출이 부실화돼 이를 처리하는 비용이 더 들기 전에 먼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경제·사회 전반으로 볼 때 더 낫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지난 1일에는 금융위원회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발표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30조원(캠코 출자 3.6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8.5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채무조정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에도 공약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 채권을 매입해 이자와 원금을 감면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 때 했던 약속의 이행, 그리고 코로나19 유행기를 거치면서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재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영끌과 자영업자의 부채=한국은행과 IMF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가계부채 급증 추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를 넘었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역시 190%를 넘은 지 오래다. 경제협력개발구(OECD)에 속한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치다. 이에 더해 현재 가계부채 잔액의 70~80%가 변동금리인 상황에서,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흐름은 안 그래도 심각한 부채 위험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코로나 시기동안 정부가 시행한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도 곧 종료될 예정이다. 올 가을부터 부채 상환 압박과 부실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와 서울회생법원의 지난 결정은 당연히 취할만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 부채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청년세대의 영끌 대출이고, 다른 하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이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이들 두 대출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전자는 흔히 빚투가 가능한 계층들이 주도한, 자산축적의 욕망에 따라 이뤄진 대출로 그 채무로 인한 리스크 역시 차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냐는 인식이 강한 듯하다. 후자의 경우에는 조금 사정이 다른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과 영업금지·제한 조치로 인해 매출감소가 극심했던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그 손실을 대출로 메꾸어 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크게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부채는 가계대출 일반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 증가율, 비은행권 대출 증가율이 20%에 이르는 등 부실화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시기 부채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청년세대의 영끌 대출이고, 다른 하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이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이들 두 대출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 둘을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국가, 공공정책의 부재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국가 부재, 대출 위험 증폭=2030세대 영끌 대출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은 이렇듯 전혀 다른 성격의 부채로 보이지만 이 둘을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 공공정책의 부재다.

 

이러한 문제점은 특히 국가의 역할이 가장 확대됐던 전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IMF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들(Advanced Economics)은 코로나19에 대응해 GDP 대비 약 18%의 재정적 직접 지원을 실시했으며, GDP 대비 유동성 지원(자금대여나 보증 등) 비율은 약 12%였다. 반면 한국 정부는 GDP 대비 6.4% 직접 재정지원을, 10.1% 만큼 유동성 지원을 실시했을 따름이다. 우리 정부가 방역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주체를 지원하는 데에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가운데, 그 지원방식도 직접 지원보다는 빚내서 견뎌라식의 정책에 의존했다. 단편적으로 이뤄진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등 직접 지원 규모는 헌법에서 규정한 재산권 행사 제한에 대한 정당한 보상’, ‘매출감소에 대한 손실보전이라는 기준에 턱없이 부족했다.

 

2030세대 영끌 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사회는 K자형 회복으로 대변되는 양극화·불평등 심화와 고용 불안정, 치솟는 집값, OECD 최고 노인빈곤율로 대변되는 불안한 노후 등 삶의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이다. 이에 각 경제주체들은 저금리 유동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부채를 지렛대 삼아 자산투자에 나섰다. 오직 충분한 자산축적만이 생애 불안요소를 해소할 방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산 격차 확대는 더 늦기 전에 투자에 나서도록 청년세대의 투자 욕망을 부추겼다.

 

금융기관들은 한국사회에서 차주의 상환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해 대출을 실행해야 했지만, 오히려 대출수요 증가 흐름에 편승해 부채를 증가시키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금융기관들이 역대급 수익을 낸 것과 상반되게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책임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만약 빚투에 실패한 한계채무자가 채무조정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면, 이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제기하는 것 못지않게 금융기관들이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대출을 발생시킨 것에 대한 도덕적 해이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채는 사회 전반의 위기=부채는 시간을 버는 행위다. 오늘날의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더 큰 수익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일의 자원을 끌어와 현재를 채우는 행위다. 그러나 부채 발생의 전제조건, 즉 더 넉넉한 내일은 요원해보인다. 부채를 동원해 오늘날의 위기를 계속 내일로 미뤄온 것 역시 곧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그동안 빚을 내어 가면서 경기가 다시 풀릴 때까지, 정부가 온전하게 손실을 보전할 때까지 인내해왔으나, 계속 어려운 상황을 견뎌야만 한다. 청년세대 역시 자산 마련의 꿈을 꾸고 빚투에 나섰지만, 자산가격 하락과 함께 고금리 대출 상환 압박으로 미래에서 당겨와 쓴 자원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이든, 청년 채무자이든, 모든 대출의 이면에는 국가의 책임부재, 금융기관들의 무리한 수익 추구가 있었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본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채무조정 지원은 규모가 더 확대돼야 한다. 이번의 일시적인 대책 마련 외에도 기존 채무조정제도의 개선을 통해 한계채무자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언제든 재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단위에서 곤란에 처한 채무자들을 상담하고 적절한 채무조정과 복지지원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개인회생 채무자들의 생계비 인정 현실화, 자영업 개인회생 채무자의 영업비용 보장, 서울 외 지방의 개인회생·파산 절차 신속성 제고와 채무자 우호적인 제도 운영 등이 요구된다.

 

당장 9월부터 채무상환 압박에 내몰리는 채무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법원 등 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부재했던 국가의 존재감을 이제는 보여줄 때도 됐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신동화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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