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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그림으로 그린 ‘현실’과 현대인이 살고 있는 ‘현실’
오는 1월29일까지 부산 조현화랑에서 강강훈 개인전
- 기사입력2022-12-28 11:48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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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에서 극사실 회화의 계보를 이어간다는 평가를 받는 강강훈 작가의 개인전이 부산에 있는 조현화랑에서 열린다.
해는 진다. oil on canvas. 259x194cm. 2022.이번 전시의 모티브는 ‘목화’다. 작가는 목화를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목화의 솜털은 어머니의 하얗게 센 머리카락 같았고, 솜을 떠받치고 있는 쪼글쪼글한 잎사귀는 온갖 고생을 하며 자식을 키워온 당신의 손을 닮았다”고 느꼈던 것이다.
목화는 화면 위에서 존재감을 보이며 부드러운 솜털을 소녀의 얼굴에 드리우고 있다. 작품 속 목화와 함께 등장하는 소녀는 작가의 딸이다. 목화 나뭇가지를 장신구처럼 머리에 올려놓은 소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또 소녀의 눈과 이마를 밝은 햇살이 비추고 있는데, 딸의 모습과 어머니를 상징하는 목화를 한 화면에 담아냄으로써 작가는 세대를 이어오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숙고의 시간을 갖길 바라는 듯 하다.
인물화를 그리는 강강훈은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답게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육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얼굴의 미세한 주름, 눈동자 속 그림자, 살짝 물기에 젖은 땀구멍까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묘사를 한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인물을 표현해내는 것은 작품 모델과의 깊은 공감과 지독한 관찰력 덕분이다.
하지만 대상을 단순하게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그의 작업 목표는 아니다. 오히려 그림으로 그려낸 현실(realism)과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현실(reality)사이의 관계를 재해석하는데 관심을 쏟는다. 그래서 작품들은 사실적 재현을 넘어서 인물의 내면세계가 드러날 수 있도록 대상과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감상자들도 작품을 보는 순간 스스로의 내면에 숨죽이고 있는 또다른 자아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게 된다.
cotton. oil on canvas. 240x200cm. 2022.“지극히 현실의 세계 안에 갇혀 있는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은 제법 냉철한 리얼리즘이다. 나에게 있어 리얼리즘은 지금을 말해주는 시간적 개념이며, 현재 내가 있는 곳을 말해주는 공간에 대한 현실감각이다.”
작가는 스스로 고백한 ‘냉철한 리얼리즘’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인물화 작업의 모든 과정을 긴 시간 수작업으로 한다. 작업의 편의를 위해 극사실 작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빔프로젝트 활용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게 공들이며 작품의 완성도에 신경을 쓴다.
아트바젤 홍콩 솔로쇼(2012년~2013년)를 포함해 싱가포르, 상하이 등 해외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강강훈 작가의 전시는 오는 1월29일까지 열린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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