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그림 그 자체를 분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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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회화…그림 그 자체를 분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개인전…조현화랑에서 4월23일까지

기사입력2023-03-29 09:21

조현화랑에서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의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비알라의 1970년대 후반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약 45년에 걸친 작업세계를 다루고 있어 회고전의 성격을 지닌다.

비알라는 ‘색면이 곧 회화’ 라는 견해를 가진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 Surfaces) 그룹의 창립멤버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그룹은 회화를 정의하고 있는 일반적인 요소들 즉 작품의 제목, 서명, 제작일자 등을 일체 부정하고 회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당시 프랑스 화단의 주류를 형성했던 추상회화로부터의 탈피를 주장했다.

비알라의 작업은 대체로 단순한 패턴을 반복적으로 변주하며 새로운 리듬을 창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표면의 물성은 색과 어우러지며 예기치 못한 형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위에 작업의 시간성이란 개념이 덧붙여지면서 작품들은 우연과 의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이러한 작품 특성을 평론가들은 “조형적이지도, 기하학적이지도, 상징적이지도, 장식적이지도 않은 모든 특성을 갖춘 형태”라고 지칭했다.

‘023pp2023’, 2023, Acrylic on hanji paper, 145×154cm. <사진=조현화랑>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특별히 한지를 활용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화랑측은 이번 한지 작업이 캔버스, 양탄자, 커튼 등 끊임없이 새로운 표면 실험을 해왔던 작업의 연속이자 비알라의 작품철학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지 시리즈 작업은 캔버스의 하얀색 천을 그대로 노출시켰던 마티스의 색채해방정신을 계승하면서 ‘하얀 바탕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오랜 숙제의 답을 비로소 내놨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회화의 표현방식을 분해하며 해체주의 회화를 탐구했던 비알라를 ‘마티스의 계승자’로 부르기도 한다.

“1960년대 말, 사람들은 회화가 죽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림을 바꾸는 것을 시도했다. 아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회화가 정말 죽었다면, 우리는 회화의 역사 끝부분에 있다. 따라서 회화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다. 나는 그림 그 자체를 분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작가는 지금도 다양한 색상과 표면 실험을 통해 작품의 주제라는 개념을 없애고, 창조적 행위 자체에 대한 의미와 작품의 존재론적 지위를 탐구하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1936년 프랑스 남부 님(Nîmes)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클로드 비알라는 1982년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개최했고, 1988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그의 작품들은 파리국립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뉴욕현대미술관, 몬트리올미술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