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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우리를 위협하는 시대에

‘정의로운 경제’ 추구하려면…‘도넛 경제’로 본 기본소득과 기본사회 

기사입력2023-06-08 17:00
오준호 객원 기자 (munard@daum.net) 다른기사보기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
도넛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지만, 어떤 도넛은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하다. 유엔과 옥스팜에서 일한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2018년에 제시한 도넛 경제(doughnut economy)’가 그러하다.

 

도넛 경제의 핵심은 도넛 모양을 나타내는 두 개의 동그라미다. 바깥 동그라미는 생태적 한계를 뜻한다. 경제활동이 그 한계를 넘어가면 기후위기, 대기오염, 생물다양성 파괴 같은 환경위기를 불러온다. 안쪽 동그라미는 사회적 기초를 의미한다. 소득, 일자리, 교육, 보건 같은 지표들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 두 동그라미 사이 맛있는 도넛이 인간이 안전하고 정의롭게 살아갈 균형 잡힌 공간이다.

 

도넛 경제 모델은 사회가 도넛 공간에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활동의 목표는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 존엄성의 사회적 기초를 보장하는 것이다. 2020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는 코로나19 재난 회복전략으로 도넛 경제 모델을 채택했다. 시 정부는 시민 삶을 도넛 안으로 보호하고 환경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지 않는 것을 정책목표로 정했다.

 

경제성장 자체를 좇는 건 일종의 중독이라는 걸 한국도 서서히 깨닫는 중이다. 낡은 성장주의 담론이 여전히 큰 힘을 행사하고는 있다. 그러나 도넛 경제 모델이 가리키는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경제를 추구하는 구상들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는 녹색전환·조세개혁과 만나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말하는 기본사회도 그 제안 중 하나다. 기본사회란 국가가 최소한의 삶이 아닌 일정수준 이상 시민의 기본적 삶을 책임진다는 개념이다. 기본사회를 뒷받침할 3대 축으로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금융을 제시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산업화 30,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할 때라고도 했다.

 

이 대표의 기본사회 구상은 도넛 경제의 안쪽 동그라미, 곧 사회적 기초를 높이자는 제안이다. 나는 그 구상에 공감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경제를 위해서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도넛 경제의 바깥 동그라미, 곧 생태적 한계를 고려하면서도 동그라미 내부를 넓힐 수 있다. 녹색 산업전환을 이루면 가능하다. 녹색 산업전환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낮추면 기후붕괴위험이 줄면서 인류가 살아갈 공간이 넓어지고 안전해진다.

 

<자료=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빈 옮김, ‘도넛 경제학’, 학고재, 2018.>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2050년까지 매년 7퍼센트씩 탄소배출을 줄이자고 합의했다. 한국 등 선진국은 더 급진적인 탄소감축을 실시해야 하며, 달성하지 못하면 탄소국경세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전기 플러그 뽑기같은 개인적 실천을 권장하는 정도론 안 된다. 국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짧은 기간에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한편 도넛의 안쪽 동그라미, 즉 사회적 기초를 높이려면 경제적 불평등 해소 조치가 있어야 한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는 한국의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6%, 전체 자산의 58%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소득과 자산의 극심한 불평등을 손보지 않으면 사회적 기초를 높이려는 어떤 노력도 벽에 부딪칠 것이다. 약간의 복지라도 늘리려면 다시 경제성장에 매달려야 하고, 부족한 파이를 놓고 을과 을이 서로 끝없이 싸울 것이다.

 

따라서 과감한 조세개혁을 해야 한다. 부의 불평등을 줄이고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인 25%에 못 미치는 22% 수준이며, 북유럽 복지 선진국에 비하면 절반 정도다.

 

조세부담을 늘릴 여력은 있다. 조세개혁 방향은 노동보다는 자본에, 가치창출보다 자원소비 행위에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이다. 토지보유세, 데이터세를 신설해 사회 공유부인 토지와 빅데이터 사용에 적절한 비용을 내게 해야 한다. 또 횡재세를 도입해, 고유가·고금리로 초과이득을 번 정유사나 은행이 이득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게 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교정하는 과세로서 탄소세 도입도 급하다. 연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 1톤당 6만원을 부과하고 세수를 전 국민 배당금으로 돌려주면 전체 가구 77.6%의 구매력이 향상되고 전체 탄소배출이 3.6% 감소한다(조세재정연구원, 2022).

 

도넛 경제 모델은 이처럼 실천적 과제를 제기한다. 녹색 산업전환으로 지속가능 경제를 이루고, 조세개혁으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라는 것이다. ‘기본사회구상은 이 정책들과 만나야 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 생태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를 함께 추구하는 비전이 필요하다. 기본사회든, 필자가 대선에서 주장한 기본소득 복지국가든 말이다.

 

불평등 시스템을 뜯어고칠 기본을 위한 혁명이 요청된다

 

문제는, 그런 사회로 가기 위해선 기득권 집단과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가 재벌기업 위주, 화석에너지 위주 경제정책에 국가 재정과 사회적 부를 쏟아 붓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기본소득 및 기본서비스 확대를 위해선 공공재정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불평등한 분배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당연히 대기업, 보수정치세력, 재정관료, 보수언론들의 막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균형을 향한 급진, 기본을 위한 혁명이 요청된다. 모두를 위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일은 지금의 경제를 완전히 재조직하는 일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가 신들도 손을 못 댈 만큼 더러운 외양간을 청소하려고 아예 주변을 흐르는 강물을 틀어 그 물줄기로 외양간을 쓸어낸 것만큼 혁명적인 과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회피할 수 없는 과업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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