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미지생성기 쓸 때마다 지구는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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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AI 이미지생성기 쓸 때마다 지구는 뜨거워진다 지속 가능한 테크네(techné)…인공지능과 기후위기㊤

기사입력2023-08-04 0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기술은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다. 인간의 미래를 밝혀준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사실을.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쳤기 때문에 판도라는 인간세계에서 자신이 가져온 상자를 열었다. 그곳에서 희망을 제외한 모든 악이 튀어나왔다. 이 신화의 이야기가 불과 같은 기술을 받은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다.

◇기술과 예술 그리고 AI=고대 희랍시대에는 기술과 예술을 같은 단어인 ‘테크네’(techné, 희랍어 τέχνη)라고 불렀다. 예술을 기술의 한 영역으로 보았고, 기술을 예술처럼 여겼다. 물론 오늘날 예술(Art)의 의미와는 다르다. 이 시기의 예술은 기술적인 예술, 즉 기예(技藝) 정도가 더 적당할 것이다.

하지만 예술이 기술과 밀접한 것은 분명하다. 예술은 기술 및 기술매체의 변화에 따라 그 개념과 드러나는 방식이 변모해 왔다.

기원전 수 천년 전부터 사용된 프레스코 화법은 시각예술을 벽에 묶어놓았지만, 템페라의 등장으로 그림은 벽을 벗어나 패널로 옮겨갈 수 있었다. 15세기경 화가 얀 반 에이크가 개발한 유화는 잘못 칠하면 수정하기 힘들었던 템페라의 단점을 보완해 더욱더 사실적이고 정밀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산업혁명 시기에 알루미늄 튜브형 유화물감이 공장에서 생산됨으로써 작업실에 갇혀 있던 화가들은 야외로 나갈 수 있었다. 아마도 튜브형 유화물감이 없었다면 인상주의가 등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루이 다게르, ‘파리 탕플 대로’, 다게레오 타입, 1839년경.

미술의 개념과 형식을 가장 크게 변화시킨 기술은 사진술이다. 1839년 8월29일 루이 다게르가 공개한 세계 최초의 사진 ‘파리 탕플 대로’를 본 프랑스 역사화가 폴 들라로슈는 “오늘로 회화는 죽었다”고 탄식했을 정도로 사진술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진술의 상용화 때문에 사물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았던 미술의 속성은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미술가는 대상의 모사를 벗어나, 예술의 개념을 새롭게 구축해나갔다.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야수주의, 미래주의, 전위예술 등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더는 대상을 그대로 그릴 수도, 그럴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상용 사진술과 사진기의 등장은 미술의 속성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러한 미술의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또 다른 새로운 형태를 보이게 됐다. 그리고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AI 활용 이미지. Boris Eldagsen.

2022년 8월 미국의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이미지 생성기가 그린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고, 올해에는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AI가 생성한 사진작품인 ‘위기억(僞記憶):전기기술자(Pseudomnesia:The Electrician)’가 수상했다.

물론 두 수상작 모두 처음부터 AI가 생성한 이미지인 것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수상 뒤 그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수상자인 독일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은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품했다”며, 자신의 출품작이 AI를 활용한 이미지라고 폭로한 뒤 수상을 거부했다.

이제 미술은 프롬프트 작성(명령어 작성)과 이에 따라 생성된 많은 결과물 중 좋은 작업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혹은 AI가 절대로 따라 하지 못할 예술의 개념과 형식을 모색하고 있다. AI의 등장은 미술을 변화시키고 있다.

사실 문제는 미술의 변화가 아니다. 우리 삶의 토대를 송두리째 불태워버릴지도 모를 기후위기가 더 큰 문제다. 우리가 미드저드나 달-리2, 스테이블 디퓨전 등 AI 이미지 생성기를 쓸 때마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진다. 물론 AI 생성기의 사용과 예술 창작은 결이 다르다. AI 생성기 사용자는 예술가보다 이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테크네의 관점에서 AI 기술을 주목해야 한다. (계속,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