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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우림 지키려면 ‘지구 보존 기본소득’ 주자

자연환경 보존 기여한 이들에 주는 ‘정당한 몫’ 

기사입력2023-09-06 13:55
오준호 객원 기자 (munard@daum.net) 다른기사보기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
중국 광시성 장족자치구에 있는 쿠난 마을에선 주민 110가구 450여명이 여의도 세 배 크기 땅을 공동으로 관리하며 살아간다. 마을은 300년이 넘은 풍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숲에는 멸종위기종인 긴꼬리원숭이가 서식한다. 풍수림은 홍수나 산사태로부터 일대의 농경지를 보호하는 기능도 톡톡히 한다.

주민들은 대대로 풍수림을 보존하며 거기서 생계 수단을 얻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쿠난 마을에 토지 공동소유권을 인정했다. 주민들의 결정에 따라 외부인은 숲에서 벌목과 경작을 할 수 없으며 출입도 주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신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마을에 소규모 인원을 받아 환경교육 캠프를 연다. 캠프 운영수익 일부는 마을기금으로 적립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공평하게 나눈다. 쿠난 마을은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토착민과 지역공동체의 생존도 보호하는 하나의 사례다. 

하지만 세계 주요 보호지역에 거주하는 토착민들의 사정이 모두 이처럼 좋지는 않다. 아마존 열대 우림의 원주민, 아프리카 평원의 소몰이꾼, 인도네시아 해안에 사는 어부 등 환경 파괴와 빈곤에 위협 당하는 토착민이 더 많다. 원주민이 생계 수단을 찾아 고향을 떠나거나, 단기적 이익을 좇아 숲을 마구잡이로 베는 대신, 환경을 보존하면서 생존권과 집단정체성을 지키는 지구적 차원의 해법이 있을까? 있다. ‘지구 보존 기본소득’이라는 제안이 그것이다. 

자연과 토착민을 함께 지키는 ‘보존 기본소득’

2023년 5월 국제 저널 ‘네이쳐 서스태너빌리티(Nature Sustainability)’에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지구 보존 기본소득’이란 논문이 실렸다. 논문 저자들은 지구상 환경보호지역에 거주하거나 생계를 위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지구 보존 기본소득(global conservation basic income)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지역을 개발하지 말고 보존하는 대신 그곳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각국 정부는 생태환경 보호나 탄소 감축을 위해 보호지역을 설정한다. 그러나 원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 원주민은 생계를 위해 살던 곳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거나, 보호지역의 천연자원을 남용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집단정체성을 부여한 공동체 문화는 해체된다. 그런데 원주민 공동체가 사라지면 생태환경이 때로 더 나빠진다. 토착민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지식으로 환경을 관리해왔는데, 그 일을 할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쿠난 마을은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토착민과 지역공동체의 생존도 보호하는 하나의 사례다. 또, 열대 우림이 광대한 인도네시아에서 수십만 극빈 가구에 조건 없이 현금을 주었더니 삼림 벌채가 감소한 일도 있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보존 기본소득 제안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지역 환경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그곳에 살면서 환경 보존 활동을 계속 하도록 돕자는 것이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지구 절반을 자연 상태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려면 더욱 보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또 보존 기본소득을 받으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여유가 생기므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진다. 튼튼한 지역사회는 외부에서 오는 개발 압력이나 유혹에 저항할 힘을 가진다. 

논문은 보존 기본소득의 실행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 제시한다. 보존 기본소득을 지급할 대상은, 적게는 2억3000만~2억4000만명에서 많게는 16억명이다. 전자는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의 보호구역에 한정한 인원이고 후자는 모든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지구 육지 44퍼센트의 면적에 거주하는 모든 이를 포용한다. 

보존 기본소득 지급 액수도 소액부터 넉넉한 수준까지 다양하게 제시된다. 어디 살든 세계 빈곤 기준인 5.5달러(7300원)를 똑같이 지급한다는 계획부터, 국가별로 1인당 국내총생산의 25퍼센트를 지급하는 과감한 계획도 있다. 이를 종합하면 보존 기본소득에 드는 예산은 매년 최소 3500억달러(460조원)에서 최대 6조7300억달러(8900조원)에 이른다. 

엄청난 돈이지만, 이렇게도 생각해보자. 연구에 따르면, 세계 경제 생산에서 자연에 의존하는 비중은 44조달러(6경원)나 된다. 여기에 자연이 제공하는 문화적·무형적 가치와 보존 기본소득이 인간의 행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도 더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보존 기본소득 예산이 비록 크더라도 가성비가 충분하며, 실은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현명한 투자라고 하겠다. 화석연료 등 유해 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세계적으로 연 5000억달러(650조원)인데, 이것만 줄여도 소규모 보존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은 바로 마련할 수 있다. 

지구를 ‘모두의 정원’으로 가꾸려면

지구 보존 기본소득의 실제 효과를 알 수 있는 증거는 당연히 아직 없다. 하지만 낙관할 만한 사례들은 있다. 가령 열대 우림이 광대한 인도네시아에서 수십만 극빈 가구에 조건 없이 현금을 주었더니 삼림 벌채가 감소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잘 설계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면 더 많은 증거가 모일 것이다. 또 재원 마련에 있어 산업 선진국이 더 큰 의무를 부담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산업 선진국은 지구 온난화에 더 큰 책임이 있고, 보호해야 하는 지역은 저소득·중간소득 국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보존 기본소득을 원주민에게 주는 보조금이 아니라, 자연환경을 보존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지구에 기여한 이들에게 주는 ‘정당한 몫’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원주민 공동체와 국가 나아가 국제사회의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원주민은 보존 기본소득의 수동적 수혜자로 머물러선 안 된다. 그들은 이 지구를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모두의 정원’으로 가꾸는 사람들이다. 

참고자료 : 
Emiel de Lange 외, ‘A global conservation basic income to safeguard biodiversity’ (nature sustainability 6), 2023.5.18.
조효제,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창비, 2022.

(중기이코노미 객원=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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