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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대상에 다가가 화면을 채우고, 편집해 확대하고 노아 엘 하켐·황수연 2인전 ‘CLOSE-UP’…10월15일까지 이아 서울

기사입력2023-10-03 1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아 엘 하켐, ‘Untitled’, 2021, oil on canvas, 40×30cm. <사진=이아 서울>

이아 서울(IAH Seoul) 갤러리는 오는 10월15일까지 노아 엘 하켐과 황수연의 ‘CLOSE-UP’ 2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신진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보통 클로즈업은 배경이나 인물의 일부를 확대하는 것으로,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주는 기법으로 많이 사용된다.

회화 작업을 하는 노아 엘 하켐과 조각을 하는 황수연 작가는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클로즈업의 심리적인 측면에 주목했다.

노아 엘 하켐은 지난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유기적 형상물과 얼굴의 측면을 다시 가져와 궁극적인 예술적 완성도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작가의 예술적 서정은 단조롭지만 무한반복되며, 정돈된 색감은 미묘한 변동을 일으키고 형태를 부드럽게 해준다. 침착한 관조로 일관된 정서를 표출하는 엘 하켐의 건축가적 면모는 대상의 구도만으로 화면 안에 중력을 작동시키고, 유화의 놀라운 부드러움이 자아낸 안개 같은 경계는 유기체적 특성을 닮은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Efector, 2022, printed paper, effect spray, glitter, 290×150×87cm. <사진=북서울시립미술관>

황수연은 종이의 몸을 타고난 조각들에서 임의로 추출한 미완의 파편을 조합해 조각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든다. 이러한 접근은 클로즈업 기법과 유사하다. 황수연의 조각은 재료를 만지고, 느끼고, 이해하여 얻은 무수한 개성에 대한 시적 시퀀스다. A4용지를 연필로 까맣게 칠하는 연마 작업이 대표적이다. 얇고 가벼운 알루미늄 호일을 뭉쳐 단단한 덩어리로 만들거나 흩어지는 모래에 본드를 섞어 견고하고 묵직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특히 ‘종이몸’ 연작에서는 반복적인 칠 작업, 접기와 펴기, 인쇄, 재단의 일련의 행위를 보여주는데 이는 규격화된 사회적 관습에 대한 작가의 질문이 담겨있다.

재료의 ‘변환’은 작가의 신체적 행위에 따른 체득 과정에 기반하고, 연약한 조각이 홀로 자립하는 데에는 타자에 의해 형성된 정반대의 성격과 겉모습이 필수적이다. 성질에 변화를 주고 이중적 속성을 부여해 강조하는 일련의 작업은 고유한 물성의 점진적 진화로 새로운 ‘종’의 탄생을 목도하는 것이자 사물에 투영된 작가의 주관적 몰입과 세상에 대한 탐구가 감각적으로 투사된 특별한 변신이다.

엘 하켐의 클로즈업은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황수연의 클로즈업은 대상을 편집해 확대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