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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구대기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했는가

대기오염 줄이려는 ‘탄소배출권’은…에이미 발킨의 ‘퍼블릭 스모그’ 

기사입력2023-11-16 0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서울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 이전만 해도 물을 사서 마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도꼭지만 틀어도 나오는 물을 가게에서 따로 구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이 이상한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다.

 

공기는 어떨까? 암울한 미래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간혹 지구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져 숨 쉬는 공기마저 상품으로 유통되는 설정이 등장한다. 단순히 미래의 일만은 아니다. 현재 로키산맥 공기나 지리산 공기 등 맑은 공기를 캔이나 병에 담아 판매하는 것을 왕왕 볼 수 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상품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생수나 공기 캔을 살 수 없다고 곧바로 죽는 건 아니다. 상품이 된 물과 공기는 생존과 직결된다기보다는 삶의 질을 좋게 하기 위한 특별한 자연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사서 마셔야 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의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그런데 공기가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서만 판매 및 구매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규모의 거래가 기업의 차원, 더 나아가 나라의 차원에서 성사되고 있다. 바로 탄소배출권거래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합리적인 거래로 보이지만, 그 행위의 민낯은 대기 수탈에 가깝다. 예술은 이 문제에도 촉각을 세운다. 미술가 에이미 발킨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기만적 체제임을 행동적 예술로 보여준다.

 

에이미 발킨, ‘퍼블릭 스모그’ 비디오 스틸 컷, 2004~, 로스앤젤레스 상공에 제안한 상상의 공원, Amy Balkin. Courtesy of the artist

에이미 발킨, ‘퍼블릭 스모그’ 비디오 스틸 컷, 2004~, Amy Balkin. Courtesy of the artist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탄소 발생 막기=199712월 채택된 교토의정서 제17조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운용의 길을 열어줬다. 이제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저탄소 배출시설로 개량하거나 저탄소에너지 생산활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대신, 간단하게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게 됐다. 교토의정서의 의도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통한 기후위기 극복이었지만,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제정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탄소배출이 많은 나라나 기업이 탄소배출이 적은 지역의 대기를 값싸게 수탈할 길을 열어줬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나 나라에서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개인이 이것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이미 발킨(Amy Balkin, 1967~)은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가상의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체제가 은폐한 진실을 예술적 행위로 폭로한다.

 

작가는 20046월에 2주 동안 로스앤젤레스,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너디노 등의 도시 상공에 로어 파크(Lower Park)’라는 맑은 공기 공원을 개장했다. 이 공원은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지만, 개념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물리적 세계에서는 들어갈 수 없는 가상의 공원이다. 사실 이 공원의 실체는 약 11킬로그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권이다. 즉 약 11킬로그램의 질소산화물이 없는 맑은 대기의 상상적 공원이다. 작가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 남가주대기정화국(South Coast AQMD)으로부터 이 배출권을 확보한 후, 도시 상공에 그만큼의 공간에 맑은 대기가 존재한다는 개념적 공간을 설정하고 개장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특정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권리로, ‘로어 파크2주밖에 개장하지 못한 이유는 그 권리를 거래할 수 있는 기간이 2주였기 때문이다.

 

보통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에서는 온실가스 저감이나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본질적인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이 거래를 통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세력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작가는 이 배출권을 구매 후 되팔지 않음으로써, 즉 거래에 실패함으로써 교토의정서의 본질적인 목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한다.

 

밀스 칼리지 미술관에 ‘퍼블릭 스모그’ 설치 전경, 2004~, Courtesy of MCAM

 

이러한 아이러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지닌 진실, 즉 기후위기마저 자본화하고, 자연을 합법적으로 수탈하는 현재 시스템의 민낯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거래제의 희생양은 탄소저감 상쇄로 분류되는 에콰도르, 콩고, 파푸아뉴기니 등의 삼림지역 원주민으로, 그들은 저탄소 생활방식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란 점에서 이 시스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로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기득권 세력이다.

 

작가는 2004년에 약 11킬로그램의 배출권을 구매했지만, 2006년에는 무려 41톤이라는 큰 규모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200612월부터 1년 내내 유럽연합 상공에 어퍼 파크(Upper Park)’를 개장했다. 그는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헝가리 출신의 익명 중개인을 통해 이 배출권을 구매했고, 1년 만기의 이 배출권으로 로어 파크와 같은 방식으로 1년 동안 가상의 공원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배출권을 거래하거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소멸시킴으로써 41톤만큼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

 

배출권 확보 규모는 더 커져 2010년에는 500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획득해 미국에서 또다시 어퍼 파크를 개장했다.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20013월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의무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자발적이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대표적인 배출 할당량 거래시장인 시카고 기후거래소에서 작가는 배출권을 획득했고, 20104월부터 8월까지 가상의 공원을 운영한 후 소멸시켰다. 이를 통해 500톤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은 것이다.

 

지구 대기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만들기=에이미 발킨은 맑은 대기를 상징하는 가상의 공원을 개장하는 것을 넘어서 지구 대기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 시도한다. 시장의 거래 대상으로 전락해 더욱 오염될 것으로 예측되는 대기를 일종의 유적지처럼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2022년 ‘도큐멘타13’ 전시 전경, Amy Balkin. Photo by Kristof Vrancken

 

이를 위해 작가는 여러 비정부 기구뿐만 아니라 정부 관리들을 접촉해 대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등재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지구 대기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컸다. 부동산 유산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일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대기는 등재기준을 충족하지 않았고, 등재를 위해서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위원국들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도 넘어야 할 난관이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 속에서도 작가는 대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계속 노력했다. 특히 2012도큐멘타13’을 그 지렛대로 삼았다. 작가는 도큐멘타13’ 개최 기간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가입국을 설득하려 했다. 에이미 발킨은 가입국들에 186통의 긴급서한을 보냈고, 그에 대한 13개국의 회신을 받았다. 이는 13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이 요청을 거절했다는 뜻이다. 작가는 이 서한들을 도큐멘타13’ 에 전시했고, 전시 방문객에게 자국의 유네스코 대표단에 등재를 촉구할 수 있도록 무료로 엽서를 제공했다. 독일 정부에 등재를 설득하기 위해 여기서 모인 엽서 5만 통을 20128월에 독일 환경부 장관에게 보냈고, ‘도큐멘타13’이 폐막한 9월에 4만 통을 추가로 발송했다. 하지만 독일은 201211월에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회신을 보냈다. 다른 가입국도 마찬가지 입장을 전했다.

 

에이미 발킨은 지구 대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행동함으로써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체제의 암울한 밑바닥을 드러냈다. 작가는 자신의 이러한 예술행동을 퍼블릭 스모그(PUBLIC SMOG)’로 명명한다. 우리는 그의 퍼블릭 스모그를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깨닫게 된다(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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