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4/04/17(수) 16:36 편집
스마트복지포털

주요메뉴

등기데이터2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Live 중기더불어 중기

“동네책방 지역공공재 역할 인정하고 지원을”

문화행사 열어도 수익은 제로…정부·지자체의 현실적 지원책 절실 

기사입력2024-02-15 12:22
‘오래된서점’의 내부 전경. 동네책방만의 따뜻함이 묻어 있다.   ©중기이코노미

“사장님, 이 책방 망하면 안 돼요. 절대 그만두지 마세요.”
“우리 지역에도 이런 책방 하나쯤은 있어야 해요. 계속 유지해 주세요.”

인천시 영종도에 위치한 ‘온갖책방’ 전혜성 사장이 단골에게서 항상 듣는 말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염려 마세요. 집을 팔아서라도 할 거예요”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경제불황이 계속되면서 소상공인이 더 힘들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그중에서도 ‘서점’의 고난은 경제적인 여건과 변해가는 시대 흐름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복합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는 책방들이 느는 추세지만, 사실 ‘사명감’에 책방을 운영한다는 주인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수익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서점업을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동네 서점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 속을 들여다보면 허울뿐인 지원인 경우가 많다. 정작 서점은 사업 운영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BTS 아미’ 성지 됐지만…“하루라도 더 오래 서점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 

경기도 파주시에서도 외딴곳에 위치한  ‘오래된서점’은 논·밭과 아파트촌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박현 사장에 따르면, 처음 서점을 오픈했던 2017년만 하더라도 서점 앞으로 난 도로도 없었다고 한다. 아무도 사업장을 낼 생각을 하지 못하던 이곳에 그가 책방을 열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박현 사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사는 곳이라 여기에 책방을 내게 됐다”며, “새롭게 생긴 이 운정신도시에 헌책방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라도 편하게 들러 책을 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고 서적보다는 신간 도서와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박 사장은 “헌책방으로 시작했는데, 공간을 운영하다 보니 주인이 만들어가고 싶은 방향과 고객이 요구하는 방향이 조율되며 공간 스스로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것 같다”며, “마치 공간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오래된서점의 책꽂이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들로 가득하다. 그는 “책방마다 고유의 책 큐레이션이 존재하고, 그것이 책방마다의 고유 색깔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은 팔지 못해 내가 갖게 되더라도 후회가 없는 책들로 채우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직업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오래된서점 전경. 시골과 같은 정겨움이 서점의 바깥과 안에 묻어난다.   ©중기이코노미

오래된서점이 지역민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명확한 책 큐레이션 외에도 ‘공연하는 서점’이라는 콘셉트 때문이다. 특히 열려 있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아이도 올 수 있는 공연장’을 지향한다. 

박 사장은 “아이들이 크면서 공연장을 가는 등 문화생활을 하기 힘들다. 나 역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런 곳을 못 갔다”며, “이 공간이 남녀노소 누구나 올 수 있는 분위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떠들어도 조금씩 이해하면서 우리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팀 섭외도 박 사장의 몫이다. 과거 재즈 음반 기획사에서 일했던 그는 당시 알았던 뮤지션 인맥을 통해 팀들을 섭외하고 있다고 한다. 공연을 비롯해 전시, 북토크 등의 행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데, 그때마다 30~50명의 고객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성만 놓고 봤을 때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행사가 없을 때는 하루에 한 명도 서점을 찾지 않을 때도 있고, 그나마 행사를 할 때도 받은 정부지원금을 뮤지션 출연료로 모두 지급한다. 공연료도 안 받기 때문에 수익이라곤 커피나 차를 판 금액이 전부다. 사실상 행사할 때마다 손해라고 한다. 한번 행사할 때마다 문체부, 경기콘텐츠진흥원, 서점연합회 등을 통해 받는 지원금은 20~50만원이다. 

박현 사장은 “사실 서점 입장에서는 대관료라도 받으면 좋겠지만, 지원비 안에 공간 대관료, 인건비는 들어있지 않다. 하다못해 냉난방도 해야 하고, 공간을 세팅하는 등 운영비가 만만치 않게 드는데, 이런 금액은 책정이 안 돼 있다. 그마저도 올해부터 이번 정부에서 없앴다”며, 아쉬워했다. 참고로, 2024년도 문체부 예산안에서 지역서점 활성화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경기도 예산도 줄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서점을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매출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서점만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없어 투잡을 뛰는 서점주인들이 대다수인 이유다. 박현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있고, 함께 서점을 운영하는 부인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래된서점 박현 사장이 책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그와 그의 부인은 가끔 ‘동네책방은 BTS도 살릴 수 없다’고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이유는 BTS의 RM이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하던 시기에 미국 NPR의 음악 프로그램인 타이니 데스크(Tiny Desk)에 업로드 할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외 각지에서 팬들이 찾아오지만,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네책방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전무한 상황이다. 박현 사장에 따르면, 그나마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책을 학교나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일이다. 70%의 가격에 구입한 책을 90%에 납품한 후, 생기는 차액이 수익이 되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40~50만원 정도다. 그나마 파주시의 경우 모든 서점이 나눠 납품하므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초기에는 참고서를 파는 일반서점에서 동네책방을 좋아하지 않았다. 동네책방이라고 새롭게 생겨나는데 책도 얼마 없고 참고서도 안 파는 서점이 갑자기 납품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납품을 위해 생겨난 책방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지만, 점점 새로운 문화와 색깔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서 이런 눈초리는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현 사장이 자치구에 원하는 점은 딱 하나다. 바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홍보를 비롯한 경제적 지원이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뮤지션이 오는데도 가장 힘든 것은 모객”이라며, “더불어 지금처럼 형식적인 것 말고,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동네책방이 클래스나 글쓰기 강좌를 연다. 이는 최소한의 운영비와 수익을 얻기 위한 돌파구로서 자연스럽게 생긴 경제적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박현 사장은 “그나마 RM이 촬영한 후, 가장 큰 변화는 전국의 아미들이 찾아온다는 점이다. 파주로 여행을 오며 맛집, 박물관과 함께 우리 서점을 코스로 넣는다”며, “그런 걸 보며 지역의 한 문화공간이 성장한다는 건 단순히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오래된서점이 이런 역학을 할 수 있는 명소가 되길 희망했다.
 
그러면서 “서점의 가치 중에 중요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점은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버티는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서점을 운영하며 수익이 나는 모델을 발견해서 다른 서점들에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래된서점에는 고풍스러운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또한,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하게 들러 책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중기이코노미

탐방하고 싶은 책방으로 우뚝…“진짜 책방 같은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초등학교에서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의 차량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영종하늘도시 일대는 인천지역에서도 학구열이 높기로 소문난 곳이다. 학교와 학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지만, 희한하게도 서점은 없다. 

2022년 5월에 문을 연 ‘온갖책방’ 전혜성 사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그래서인지 ‘여기에 서점이 있었어요?’라며 반가워하는 지역민이 있는가 하면, 문제집을 파는 서점인 줄 알고 좋아하는 지역민도 있다”고 했다. 그러며, “서점이 잘 없다 보니 문구점에서 문제집을 함께 판매했는데, 우리 서점에서도 문제집을 살 수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털어놨다.

20년 넘게 교직에 있었던 전혜성 사장은 평소 좋아하던 책을 마음껏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알리기 위해 책방을 열었다. 전 사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에 오픈했는데, 이유는 찬찬히 서점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싶어서였다”라며, “어떠한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SNS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영종도에 놀러 오면서 일부러 코스로 잡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온갖책방은 최근 SNS에서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힐링을 원하는 지역민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커플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책을 판매해서 발생한 매출이 99%라고 한다.

온갖책방 전혜성 사장이 책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그는 “책방을 2층으로 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는 책방을 입지가 좋은 1층에 여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다 혹은 호기심에 막 들리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손수 계단을 올라온다는 것은 책을 사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경만 하다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실제로 전혜성 사장은 1층에 위치한 책방의 경우 90% 이상이 구경하는 사람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한다. 

온갖책방은 이름 그대로 그림책부터 시와 소설 등 문학책, 에세이류, 청소년 도서, 신앙 도서 등 온갖 책들이 다 모여 있다. 단, 학습서는 제외다. 이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책은 소설류다. 에세이와 아동도서가 그다음으로 많이 팔린다. 

전혜성 사장이 학습서를 판매하지 이유는 ‘장사’로 전락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는 “문제집을 갖다 놓으면 장사도 잘되고 돈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 아마 문제집만 계속 팔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이유는 경쟁을 싫어하는 전 사장의 성격 때문이다. “건너편의 문구점에서 문제집을 파는데 굳이 나까지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온갖책방에는 이곳만의 문화가 있다. 우선, 사람들이 편하게 중고 책을 볼 수 있도록 공유 서가를 마련해 놨다. 단, 판매하는 책은 모두 새 책으로 6000권 이상의 책이 책장에 꽂혀있다. 만약 아무 생각하지 않고 멍하게 있고 싶다면 2시간에 5000원만 내면 ‘책멍’의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서점 운영시간 외에 대관할 수 있는 ‘책방’도 있다. 5명까지는 2만원, 6명 이상은 1인당 5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멤버십’ 제도가 특별하다. 고객이 10권의 책을 읽으면 ‘온갖책방 단골 회원 기록 장부’에 모든 목록이 게재되고, 그 뒷면에는 전혜성 사장이 직접 원고지에 쓴 손 글씨 편지를 덧대 선물한다. 

전혜성 사장은 “고객이 책을 사 갔을 때의 느낌, 나와 나눴던 대화 등 감사의 마음을 편지로 표현한다”며, “이걸 받은 고객은 굉장히 특별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혜성 사장이 온갖책방만의 특별한 멤버십 제도를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고객이 10권의 책을 읽으면 ‘온갖책방 단골 회원 기록 장부’에 모든 목록이 게재되고, 그 뒷면에는 전혜성 사장이 직접 원고지에 쓴 손 글씨 편지를 덧대 선물한다.   ©중기이코노미

전혜성 사장은 동네책방만이 가진 캐릭터를 살리고, 지역사회와 문화를 끌고 갈 힘을 기르기 위해 약간의 제약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책방을 지역의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적절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대신 동네책방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제약은 필요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아무나 책방을 여는 것이 아니고, 관에서 개입해서 허가제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며 동네책방이 살기 위한 목적으로 각종 사업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책방에서 흔하게 하는 북토크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북토크, 출간행사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책방의 정체성과 완전히 부합하는 일을 꾸준히 연속적으로 하고 싶어 고사했다고 한다. 전혜성 사장이 책 판매 외에 하는 일은 도서관 납품이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2~3주간 아무것도 하지 못할 정도로 서류작업이며 납품 관련 일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살아남기 위해 입찰에 뛰어드는 책방이 꽤 있는 현실이고, 전혜성 사장 역시 일 년에 한두 번은 입찰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동네책방이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반복하며 살아남은 서점들이 특색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책방이 여러 가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정말 책만 팔아도 될 수 있는 환경이 오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전혜성 사장은 종이책에 대한 남다른 사랑도 전했다. “종이책은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 확신한다. 종이책의 질감, 무게감, 표지, 두께, 냄새, 책장에 꽂혀있는 자태,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그 자체 모든 게 좋다”며,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도 이 책방을 유지하고 싶다. 훗날에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기업으로 나가 책방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온갖책방은 커플이나 친구와 함께 책을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눠 꾸몄다.   ©중기이코노미

현장서 말하는 ‘도서정가제’…동네책방이 수익구조를 내는 환경 만들어야 

최근 정부는 ‘도서정가제’를 손보겠다고 발표한 이후 웹콘텐츠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동네책방에서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 인터넷서점에서는 10% 할인에 5% 적립까지 해주고 있지만, 동네서점들은 대형서점처럼 저렴하게 책을 들여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100% 정가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동네책방이 도서정가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래된서점 박현 사장은 “많은 사람이 베스트셀러가 독자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 기획력, 홍보력, 경제력에 의해 결정이 된다. 즉, 강요된 베스트셀러 시장이 업계에 깔려 있다”며, “하물며 대형서점의 매대에 신간 도서를 전시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서점의 PICK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중의 입맛에는 맞지 않더라도 역사,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들이 그런 책을 내고, 그 책들이 독자의 눈에 한 번이라도 띌 수 있도록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마지막 경계선이 도서정가제라고 생각한다”며, “예전에 영화계에 스크린쿼터제가 있었듯이 도서정가제가 출판시장의 다양성, 소규모 출판사의 최소한의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웹툰과 웹소설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현 사장은 “웹콘텐츠는 특수한 시장인데, 예전부터 도서로 묶여 있었다. 이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분리함으로써 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온갖책방 전혜성 사장 역시 도서정가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입고율이 온라인 서점보다 훨씬 높다. 애초에 싸움 자체가 안 된다”며, “만약에 정가로만 팔라고 나라에서 강제한다면 감사할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문제로 어필이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상공인을 위해서라면 도서정가제로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책이 비싼 게 아니다. 이 가격에 소비자들이 공감을 해준다면 이거야말로 상생이다. 출판사, 대형서점, 동네책방, 소비자까지 다 어우러져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혜성 사장은 동네책방만이 가진 캐릭터를 살리고, 지역사회와 문화를 끌고 갈 힘을 기르기 위해 약간의 제약도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최근 도서정가제와 함께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영세서점 할인 유연화’다. 영세서점에서 공급률을 이미 높게 받고 있는데, 할인 유연화를 시행한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관련 업계와 논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후 뚜렷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에서도 이런 영세서점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역 서점 활성화와 인증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도움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점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서점의 경우 평균 매출 2억2600만원, 평균 영업이익 2100만원으로 약 90%가 소상공인 중심의 업종이다. 이에 대기업의 신규 서점은 년 1개로 출점을 허용하고, 신규 출점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36개월 동안 학습참고서를 판매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참고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기간은 올해 10월17일까지 5년간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서적의 매출 비중이 50% 미만인 융·복합형 서점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문화행사로 근근이 살아가는 동네책방은 고시의 규율 대상에 들지 못한다. 

중기부 사업영역조정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의 경우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서점업을 인수,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고시”라며, “문화형 서점이나 중소기업에서 하는 서점은 제재받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대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므로 보호를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며 이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서점업이 분류된 후 전국의 서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서점연합조합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서점의 갯수는 2320개였는데, 2021년에는 2528개로 늘었고, 동네서점 트렌드 지표에서는 2019년 551곳에서 2022년 815개로 늘었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동네책방을 살리기 위한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문화사업정책팀 권미선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문화사업을 준비했을 때 수익을 1원도 남길 수 없는 부분을 서점에서 가장 아쉬워한다. 이런 활동이 수익 창출로도 연결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정부예산에는 운영비만 지원되고, 대관료, 기획료 등이 책정이 안 돼 있어 서점에서는 마치 무료로 하는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화생활시설로 지정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문화생활을 해야 하고, 활동에 대해 증빙해야 한다”며, “여기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지원, 혜택이 지역마다 평준화돼 있지 않은 점을 서점에서도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오래된서점 박현 사장은 “지원비 안에 공간 대관료, 인건비는 들어있지 않다. 하다못해 냉난방도 해야 하고, 공간을 세팅하는 등 운영비가 만만치 않게 드는데, 이런 금액은 책정이 안 돼 있다. 그마저도 올해부터 이번 정부에서 없앴다”며, 아쉬워했다.   ©중기이코노미

실제로 지역마다 지역서점에 지원하는 내용이 달랐다. 그마저도 올해부터는 예산이 더 팍팍해졌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책 생태계 활성화 사업을 시작할 정도로 지역서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예산이 줄어 사업을 축소하거나 없애기도 했다.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 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2023년도 예산은 출판산업까지 합쳐 총 14억3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13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며, “그만큼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우선, 작년에는 책 생태계 활성화 사업과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이 따로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그 두개를 합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점 지원을 위해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 경기서점학교, 전시회 참가지원, 지역서점 소비지원금과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경기서점학교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참고로 경기서점학교란, 서점을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나 서점을 운영하고 있어도 역량강화를 위해 경영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서점주를 대상으로 펼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활동 지원사업을 추진할 서점도 20곳으로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경기도가 인증한 지역서점은 총 454곳이다. 이후 폐업한 곳을 빼면 실제로 운영중인 곳은 345곳이다.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지역서점이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매출을 내는데 300곳이 넘는 서점 중에 20곳만 선정해 지원하는 것은 비율적으로 적은 숫자라고 꼬집었다. 

온갖책방에는 서점 오픈 1주년을 축하하는 고객의 메모들로 벽면이 가득하다.   ©중기이코노미

인천에서는 문화활동에 대한 지원은 없고, 서점과 연계한 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도서관 정보정책부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희망도서 서점 바로 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 원하는 책을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인천의 45개 서점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고, 서점 전수조사를 통해 책지도를 발간해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한다”고 했다. 이어 “1억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프로그램인만큼, 다른 지원은 책정돼 있지 않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역 내 서점을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거점 시설로 본다면 중앙에서도 사업화가 되고, 지역 특성에 맞게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안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문화사업정책팀 권미선 팀장은 “연합회에서 작년에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오는 2월 말에 한국서점편람을 발행할 예정이다.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서점이 없거나 한 개밖에 없는 지역이 존재한다. 물론 그런 지역은 학교도 별로 없고, 지역민 연령대도 높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지역적인 특징들을 정부에서 다 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점과 지자체, 문화센터와 함께 연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서점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 판매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에서는 유통마진으로 서점이 생존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작은 서점은 이런 부분이 어렵다”며, “책 판매 이외에 하는 사업들은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이다. 이런 것들이 책 판매와 더불어 같이 되면 좋은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 서점에 집중하지 못하고 투잡, 쓰리잡 하다 결국 서점을 접는 곳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스마트에듀센터

객원전문 기자칼럼

 
  • 부동산법
  • 상가법
  • 준법길잡이
  • IP 법정
  • 생활세무
  • 판례리뷰
  • 인사급여
  • 노동정책
  • 노동법
  • 인사노무
  • 민생희망
  • 무역실무
  • 금융경제
  • 부동산
  • 가맹거래
  • 기업법률
  • CSR·ESG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예술별자리
  • 세상이야기
  • 빌딩이야기
  • 자영업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