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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 문제 있어도 소비자는 하자입증 어려운데

‘한국형 레몬법’ 유명무실…미국 레몬법은 제조사가 입증 책임 

기사입력2024-03-02 00:00
한국형 레몬법 시행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약 4년 동안 접수된 중재 신청 2100여건 가운데 실제 교환 및 환불이 이뤄진 것은 296건(15%)에 그쳤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새로 산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교환이나 환불하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소비자 권익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 법은 시행된 지 4년이나 됐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적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신차 구입 후 일정 기간 내 동일한 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동차에 대해 구매자가 교환·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판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자율적 분쟁 해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새 차를 구매한 지 1년 이내에 일반 하자의 경우 세 번 또는 중대 하자가 두 번 이상 반복돼 수리했다면, 제조사에 차량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약 4년 동안 접수된 중재 신청 2100여건 가운데 실제 교환 및 환불이 이뤄진 것은 296건(15%)에 그쳤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마저도 대부분 소비자와 업체가 합의를 본 경우였고, 레몬법이 정한 중재위원회 중재를 거친 교환이나 환불 건수는 15건에 불과해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일단 국내 레몬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소비자 입증 책임이다. 미국 레몬법의 경우 신차 출고 이후 차량의 이상 증상에 대한 규명 또는 입증 책임이 제조사에 있다. 

하지만 한국의 레몬법은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 두고 있어 소비자가 자신의 차량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이를 판단하는 기관에 증명해 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관련해서 전문가는 입증 책임 주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통전문 변호사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차량인수 후 판매사들의 나몰라라식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 1년 이내 2만km를 탔다고 가정하고, 6개월 이후 하자가 발생했다면 이에 대한 입증을 소비자가 해야 한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차 결함을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아내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이 회사를 상대로 이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소비자의 불만과 요구가 대기업의 문턱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얘기다.

국회에서도 현행법의 미비점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당시 한국형 레본법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맹 의원은 “(레몬법 관련) 현행법은 하자 발생 시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증명하고 보상받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보다 소비자 보상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현행법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차량 구매 후 하자가 지속 발생하는 자동차에 대해 기존 6개월이던 하자 추정기간을 1년으로 연장시키는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다. 

관련해서 정경일 변호사는 “제조사보다 차량에 대해 더 상세히 알 리가 없는 소비자로서는, 회사가 만든 차에 문제가 있다고 증명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법적 다툼으로 가게 된다면 소비자가 긴 싸움 끝에 이겼다하더라도 시간적·금전적 보상을 받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는 한국형 레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제조·판매사가 존재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는 레몬법으로 불리는 이 제도가 자동차 관리법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있어서다. 하위 법으로 구성되면서 구속력이 약해진 현 상황을 개선하려면 자동차 관리법 등의 상위법으로 만들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와 그 업체에 대해 적용하고 제외되는 제조사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미국 등 해외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제조사가 소비자를 무서워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관련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신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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