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배달비 갈등으로 정체된 배달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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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수수료·배달비 갈등으로 정체된 배달 플랫폼 산업연, “추가 인상 시,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 간 협상 의무화하자”

기사입력2024-03-22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음식 배달서비스 플랫폼의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 기존에 적용하고 있는 배달앱 수수료 및 배달비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에 이해당사자 간 협상을 의무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음식 배달서비스 플랫폼 생태계 현황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는, 음식 배달서비스 플랫폼은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 플랫폼으로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계약 관계상 우위에 있는 음식 배달서비스 플랫폼과 소비자, 외식업 사업자, 배달원 등 이용자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최근 관련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렇게 제안했다.

◇음식배달 플랫폼, 소수기업이 과점=초기 음식 배달서비스 플랫폼 생태계는 소비자가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앱이 주문내역을 음식점에 전달하고 음식점에 직고용된 배달원이 이를 배달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 앱 기반 서비스 이용의 확산 등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음식 배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음식점들은 개별적으로 고용하고 있던 배달원만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주문량을 소화하기 어렵게 됐고, 그 결과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와 같은 배달 대행서비스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해, 전문적인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음식 배달플랫폼 생태계는 ‘소비자-음식주문 중개서비스 플랫폼-음식점-배달 대행서비스 플랫폼-배달원’의 형태가 됐다.

음식주문 중개서비스 배달앱은 민간배달앱과 공공배달앱으로 구분된다. 민간배달앱은 배달의민족(우아한 형제들), 요기요(위대한상상), 쿠팡이츠(쿠팡) 등이 있다. 공공배달앱은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 부산 동백통, 대구 대구로, 경기도 배달특급, 거제의 배달올거제 등이다.

음식 배달서비스 산업은 소수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과점 형태를 띤다는 특징이 있다. 2023년 11월 기준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60%로 1위를 차지하고, 요기요 20%, 쿠팡이츠 15% 순이며, 이들 3사가 95% 이상을 차지한다. 음식 배달서비스 플랫폼이 일반 소비자는 물론 외식업 전반에 걸쳐 양적·질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1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2022년 매출액은 2조9471억원으로 전년도 매출액 2조88억원 대비 46.7% 증가했다. 이는 2017년 매출액 1626억원에 비해 1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배달서비스 성장…갈등도 심화돼=외식업 사업자들은 배달앱을 통한 주문접수 및 결제관리, 매출분석, 온라인 배너광고와 같은 효율적인 매장관리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그 대가로 배달앱에 중개수수료 뿐만 아니라 결제망 이용료, 광고비 등을 지불하고 있으며, 배달 대행서비스 이용에 따른 배달료도 별도로 지불한다.

보고서는 배달앱의 등장으로 음식 배달서비스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배달의민족은 2022년 3월 주문 중개 한 건당 수수료 1000원을 정액제로 받던 방식에서 정률제 방식으로 요금제를 개편했는데, 이 과정에서 변경된 수수료율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제공하거나 별도의 협상을 시도하지 않아 외식업 사업자들의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2018년 도입된 배달비 또한 배달원을 유치하기 위한 배달앱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상승하기 시작했다. 높아진 배달료는 음식업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됐고, 배달 대행서비스 플랫폼의 모호한 정책으로 배달원이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이로인해 음식 배달서비스 산업 규모는 점차 위축돼 지난해 1분기 음식 배달서비스 관련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21년 2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최근 배달앱 수수료 및 배달비 증가가 전반적인 외식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관련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을 저해하고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추후 배달앱이나 배달 대행서비스 플랫폼이 기존에 적용 중인 배달앱 수수료 및 배달비를 추가적으로 인상하게 될 경우, 소비자는 물론 외식업 사업자, 배달원에게 해당 조치의 적정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시 세부내용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지난 2023년 3월, 민간 합의를 기반으로 한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했지만, 계약 관계상 열위에 있는 이용자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먼저 배달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에, 배달앱 수수료 및 배달비에 대해 배달앱 또는 배달 대행서비스 플랫폼과 이용자 간 협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계약 관계상 우위에 있는 디지털 플랫폼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주체 간 합리적이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