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구심 드는 난데없는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의구심 드는 난데없는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채해병 사건’, ‘김건희 여사 둘러싼 각종 의혹’이 가려질 수 없다

기사입력2024-06-04 15:4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난데없는 대통령의 동해안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는 기대보다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난 3일 대통령실 국정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수차례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써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경계하는 모양새이지만, 대통령의 첫 국정 브리핑이라는 형식과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발언은 여론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언론은 한 발 더 나갔다.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은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에 이른다는 기사가 이어졌고, 산유국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물론 에너지 자립을 넘어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확인이 안 된 예측의 나열이다. 관련주가 출렁이고 세간의 이야기 중심도 석유 탐사로 옮겨졌다. 언론의 비판이 실종된 보도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산유국 버블로 만들어졌다. 버블이 꺼진 이후를 생각하면 기대보다는 의구심이 생기고 걱정마저 든다.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말한 물리탐사 결과만 가지고 산유국이 된 것처럼 부풀리는 것은 과거 유신정권에서 만들어냈던 포항 앞바다 석유 소동의 반복일 수 있다. 1976년 신년기자 회견,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나온 포항 앞바다 석유 발견 소식과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안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는 닮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필요한 건 신중한 접근과 이성적 사고다. 얼마나 매장되어 있는지, 채산성은 있는지 확인한 뒤 환호해도 늦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런 급작스런 발표가 정권을 둘러싼 숱한 악재와 바닥인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닌가 의심한다. 그럴만하다.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을 판단한 미국 액트지오라는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에 대한 정보도 별로 알려진 게 없는 소규모 업체다. 이런 업체의 정보만으로 한 개당 1000억원이 넘는 시추공을 여러 개 뚫어야 하는 사업을 결정하는 게 합리적인가 논란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통령의 발표를 두고 천공 개입설 소문이 떠돌고, 야당들도 희망고문하지마라는 쓴 소리를 쏟아내는 것이다.

산유국이 된 것 같은 발표만으로 ‘채해병 사건’, 그리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가려질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국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와 고물가의 고통도 줄어들지 않는다. 희망고문도 고문일 뿐 타개책이나 해결의 방법이 될 수 없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 바닥에 머무르고 있는 건 총선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 때문이다. 모든 게 대통령 자신 탓이라고 했지만, 채해병 죽음과 책임을 둘러싸고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특검법마저 거부한 대통령이다.

12사단 신병의 얼차려 사망 사건, 격노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지시했어야 할 대통령은 영결식 당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 만찬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부끄러움도 개선의 의지도 찾아볼 수 없다. 동해안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는 뜬금없다. 진정성이 있다면 국회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게 먼저다. 정치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희망고문, 유신정권 때처럼 속고 넘어갈 국민도 아니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