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미학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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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빛의 미학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세계 제임스 터렐, ‘The Return’전…페이스갤러리, 9월 27일까지 개최

기사입력2025-07-01 09:03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After Effect’, 2022, LED lights, Site specific dimensions, Runtime:79 minutes, © James Turrell, courtesy Pace Gallery Photo by Kyle Knodell.

페이스갤러리가 6월 14일부터 오는 9월 27일까지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제임스 터렐의 개인전 ‘The Return’을 개최한다.

제임스 터렐은 194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 1960년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시작된 ‘빛과 공간(Light and Space)’ 운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빛과 공간의 물질성을 탐구하는 ‘지각 예술(perceptual art)’에 천착해 왔다. 터렐의 초기 작업은 회화적 감정의 순수성을 빛으로 번역하는 데서 출발했다. 1960년대 ‘프로젝션 피스(Projection Pieces)’ 시리즈를 시작으로, 그는 빛과 색채, 공간, 지각의 상호작용에 대한 실험을 이어왔다. 1974년부터는 하늘을 프레임 삼아 빛의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s)’ 시리즈, 1976년부터는 시각적 경계가 사라지는 몰입형 공간 ‘간츠펠트(Ganzfelds)’ 시리즈로 확장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웨지워크(Wedgework)’ 신작이다. 어둠 속 공간에 평면의 빛이 교차 투사되어, 빛이 실체를 지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물리적 경계를 넘어 공간이 확장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글라스워크(Glassworks)’ 시리즈의 대형 곡면 설치와 원형, 마름모꼴 유리 구조물 등 빛의 변화와 깊이를 환영처럼 연출하는 작품들이 관객의 시각을 자극한다.

터렐의 예술세계에서 판화와 평면 작업 역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웨지워크’의 색채 변화와 형식적 가능성을 탐구한 신작 판화, ‘로든 크레이터’ 프로젝트와 연관된 평면 작업, 그리고 2014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선보인 ‘아텐 레인(Aten Reign)’의 빛의 특성을 포착한 아쿠아틴트와 목판화가 함께 전시된다. 이를 통해 터렐의 작업이 단순히 빛의 물리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지각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적 실험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로든 크레이터’ 프로젝트는 터렐의 평생에 걸친 대규모 예술 실험이다. 그는 애리조나 북부 오색사막에 위치한 거대한 분화구 내부를 천문 관측소이자 예술 공간으로 조성해, 천체의 움직임과 자연광의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특정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구축 과정은 사진, 조각, 평면 작업 등 다양한 매체로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터렐의 작품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경험’으로 관객을 이끈다. 빛과 공간, 색채와 지각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이 감각과 인식의 한계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빛의 미학과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터렐의 예술 세계를 국내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