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접목으로 ‘대전환기’를 맞이한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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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미래 ㅣ HIT! 이 기술 AI와의 접목으로 ‘대전환기’를 맞이한 제조업 제조업에 불어닥친 ‘AI 혁명’…산업AI 엑스포

기사입력2025-09-11 11:3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ALICE가 관람객과 게임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앗! 고객님이 던진 주사위 눈의 수가 더 많네요. 축하의 의미로 제가 물 한 병 드리겠습니다.”

성인 남성 키만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과 1:1로 주사위를 던진 후, 주사위 눈의 합의 수가 더 큰 쪽이 이긴다는 게임룰에 따라 승자를 판단해 이긴 사람에게 축하의 의미로 물을 건네주는 모습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로봇의 부스에서 열심히 주사위를 던지고 있는 이 로봇에는 비전인식 기술부터 사람과 같은 섬세한 신체적 능력과 정밀한 제어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는 로봇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노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은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와 기술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 AI 위원회를 중심으로, AI 전환 가속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3일간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제1회 산업AI 엑스포는 그동안의 중간 결과를 볼 수 있던 자리였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 특화된 AI 기술은 중소 제조업체가 관심을 가질만한 신기술들이 대거 등장해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산업AI 핵심기술을 살펴봤다.

노동자 역할 대신하는 로봇, 산업현장을 변화시키다

사람의 움직임과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최근 전 세계적인 현상인 출산율 저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에이로봇 박천유 책임연구원은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언젠가는 노동가능한 인구수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라며, “특히 지금도 사람들이 꺼리는 육체노동 분야는 노동력 감소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럴 때,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노동력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이로봇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리니어 액추에이터로 구성돼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어 “먼 미래에는 택배 상하차 업무에 로봇이 투입되는 등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테지만, 가장 먼저 진입하게 될 영역은 노동인력의 감소가 뚜렷한 제조업 분야”라고 했다.

현재 제조업계는 스마트 팩토리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해 나가고 있지만, 문제는 스마트 팩토리가 완전한 자동화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일례로, 하나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공정과 공정 사이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즉, 휴머노이드 로봇은 스마트 팩토리의 로봇팔을 대체하는 게 아닌, 인간의 개입 없이도 제조 현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박천유 책임연구원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 자체가 로봇의 특장점이 두드러질 정도로 개발이 된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로봇은 하체를 구성하고 있는 액추에이터가 리니어 액추에이터(Linear actuator)로, 직선운동을 한다. 이에 일반적으로 회전운동을 만들어내는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인간의 신체를 모방하기에 훨씬 적합하다”고 자신했다.

비전을 결합한 협동로봇으로 기존의 협동로봇보다 더욱 정교한 작업 능력을 발휘해 공정 자동화에 도움을 주는 회사도 있다.

㈜스포터(SPOTTER) 김영웅 연구원은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나사 체결”이라며, “기존에는 직교 로봇을 사용하거나 비전을 통합하지 않아 제한된 환경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나사 체결처럼 정밀함을 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힘들었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 회사의 나사 체결 AI 로봇은 AI 비전과 힘-토크 제어 기술을 통해 로봇이 스스로 보고, 느끼고, 판단해 작업을 수행한다. 따라서, 기존 자동화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를 들면, 부품이나 지그의 위치가 틀어져도 AI가 나사 홀의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로봇 경로를 즉시 보정하고, 미세한 힘 변화를 감지해 나사 맞물림 순간을 찾아낸다.

택타임(Takt Time)으로 따졌을 때, 직교 로봇보다 더 빠르다고 볼 순 없지만, 별도의 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어 불량률 감소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김 연구원은 “직교 로봇을 사용할 경우, 사람이 대상물을 정확한 위치에 갖다 주거나, 별도의 설비를 설치해야 해서 기존의 생산라인에 통합하기가 어려웠지만, 지금 이 협동로봇은 어떤 환경에서든 일할 수 있다”며, “현재 자동차 부품 납품업체 등에 도입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 제조업체도 쉽게 도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AI 공장장’

영세한 제조환경과, 보수적인 업계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AI 기술도 있다. ㈜넥스톰(NEXTORM)은 챗봇 기반의 공정관리 솔루션을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김성중 대표는 “일반적으로 중소업체의 경우 생산관리프로그램(MES)을 도입하기 쉽지 않고, 설사 도입한다 하더라도 귀찮다는 이유로 잘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하던 일에서 벗어나 바코드를 찍고, 입력도 해야 하는 등 일이 더 늘어난다고 작업자들이 느끼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MES를 도입하고도 이전과 똑같이 엑셀 관리만 하는 업체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이런 업계 상황으로 인해 넥스톰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요구사항은 ‘엑셀 파일을 스마트 공장 MES에 빨리 입력하게 해주세요’라고 한다.

넥스톰의 챗봇 기반 공정관리 솔루션 ©중기이코노미

김 대표는 “대다수 중소업체의 경우 보통 5~10개 사이의 파일로 관리가 이뤄진다. 이에 가장 낮은 라이트 버전만으로도 별도의 폼 없이 원래 쓰고 있던 곳에 업로드를 할 수 있다”며 편의성을 강조했다.

또한, 생산-자재-품질-출하와 관련해 챗봇에 질문하면 필요한 내용들을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실제로, 넥스톰 관계자가 ‘스토미, 지난달 작업자별 생산실적 보여줘’라고 말하자, 몇 초도 되지 않아 작업자별 생산량 차트까지 그래프로 뽑아줬다.

김 대표는 “공장 현황 정보를 쉽고, 빠르게 요약, 분석, 보고까지 해주기 때문에 경영진은 수시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실무자들은 보고서를 별도로 쓸 필요가 없어 만족도가 높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현재 출시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올해까지는 무료로 배포하고, 내년부터는 구독형으로 월 10만원에 정식계약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투엘(DTOL) 역시 AI 협업자를 들고나왔다. 이 회사의 기술연구소 황선민 대리는 “발주사와 공급사 관계에 있는 회사들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이라며, “회사가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품질 데이터, 불량 데이터를 하나로 취합해 플랫폼 내에서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LLM에 학습시켜 챗지피티보다 좀 더 진보된 답변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에이전시”라고 자부했다.

말로 ‘보여줘’라고만 말해도 보고서를 작성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도 쉽게 문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이전에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소통했던 것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어 기업과 협력사 간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한다.

작년에 개발된 이 플랫폼은 수백개의 협력사와 함께 일하는 산업차량 생산업체가 사용하는 등 협력사와의 소통이 긴밀한 업체 위주로 활용되고 있다.

공장에 있는 여러 기계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해 이상 상태를 빠르게 감지함으로써 현장 사고를 예방하는 종합 솔루션을 선보인 회사도 있다.

㈜원프레딕트 장범찬 매니저는 “공장에 있는 여러 종류의 기계를 한번에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계별로 다른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이게 노하우의 핵심”이라며, “터빈, 압축기, 펌프 등 대형 회전 설비 업체와 유입식 변압기 업체, 모든 유형의 제조 공정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설비가 고장 날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위험 징후가 발견됐을 때 언제 기계를 멈추고 재정비를 하고, 다시 생산에 들어가야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사실 올라오는 데이터만 갖고 제대로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이 해석을 자동화 시켜준다”며, “원인과 처방을 포함한 상세 진단을 자동 보고서로 작성해 주고, 현장 오류에 대응하는 데이터 품질을 보정하고, 유지보수 스케줄링을 해주는 등 AI와 도메인 지식을 결합해 진정한 AIX(AI Transformation)을 선보인다”고 자신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